‘디센트’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굉장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고만고만한 등장인물들이 여섯 명이나 나와서 누가 누군지 좀 헷갈리긴 하지만, 오프닝부터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엄청난 반전이나 창의적인 크리처, 새로운 설정 따위가 없어도 재능만 있다면 이렇게 멋진 작품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수작이다.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들은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거나 자신이 피분수를 내뿜는다. 이것이 또한 훌륭하다. 호러영화라면 응당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처럼 무작정 피보라를 일으키거나 절단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뒤집어쓰거나 흘리는 피를 통해서 폐쇄된 동굴의 압박감과 정체모를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블록버스터였다면 좀 더 세련된 특수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테지만 너무 매끈하지 않은, 투박한 장면들이 거친 분위기의 공포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어떤 작품의 결말보다도 강렬한 결말. 뻔한 호러영화처럼 끝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급반전하면서 인과응보의 진리를 보여주는 것 같은 결말. 그 결말이 주는 감흥은 영화를 보고 난 한참 뒤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호러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쓸쓸한 분위기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