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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리스트 시즌 1 (6DISC)
데이빗 누터 감독, 로빈 튜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멘탈리스트'는 오래전 '레밍턴 스틸'이나 '블루문 특급' 이후 공식이 되어버린 뺀질뺀질한 남자 주인공과 이성적인 여주인공 콤비의 전형적인 구성의 수사물이다.
하지만 최근 지나친 과학수사와 이성적 접근 방식에 반발한 심리 추리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마다 붉은색을 뜻하는 단어들이 들어가는 것도 이색적이다.
주인공 패트릭 제인은 사이비 심령술사로 돈과 명성을 얻었지만, 연쇄살인범 레드존에게 부인과 어린 딸이 살해당한 이후로는 CBI(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의 수사를 돕고 있다.
틈만 나면 사무실 구석의 소파에서 낮잠을 즐기지만, 특유의 최면 기법과 각종 심리트릭을 이용해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가볍게 풀어나간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잘린 손을 보고서 피해자의 직업과 성격까지 알아맞힌다.
이는 셜록 홈즈처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덕분이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의 신발 바닥까지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물론 100%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을 때는 벌쭘한 표정으로 "보통은 다 걸리는데.. 그냥 없었던 일로 하죠.."라며 더듬거리기도 한다.
인간적인 면모도 충분히 보여준다.
카지노에서는 불법인 카드 외우기를 통해 거금을 따서 팀원들에게 값비싼 선물을 사준다.
바에서 자신을 유혹하는 여성에게 반지를 보여주며 결혼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멘탈리스트'는 '몽크'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천재적인 탐정과 그를 돕는 형사들, 살해당한 탐정의 가족과 끊임없이 범인을 찾는 탐정...
어쨌든 '멘탈리스트'와 '몽크'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재미있는 것이 사실이다.(시청률은 ‘멘탈리스트’가 압도적으로 높다.)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시종일관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스본 반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인의 가장 큰 보호자다.
늘 엄격하게 제인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제인이 풀죽어있을 때는 좋아하는 운전을 시킬 정도로 배려심이 깊다.
제인의 팀원들 중 조는 한국계 배우 팀 강이 맡았는데 자신은 절대로 웃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으로 농담을 던져대는 재미있는 캐릭터다. "전화 한통이면 당신 경력을 끝낼 수 있다"는 유력인사의 말에 "저는 전화 한통이면 피자 주문밖에 안되는데"라고 무표정하게 대꾸한다.
시즌 내내 조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위장수사 중에 한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에서 뿐이다.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수사 중에 만난 한 아주머니는 이런 조에게 반해서 자신의 조카와 맞선을 보게 한다.
가끔 남성적인 면도 보이는 늘씬한 금발미녀 밴 펠트와 전형적인 마초 수사관인 릭스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지만 직업 때문에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릭스비가 간혹 진통제에 취했을 때나 최면에 걸렸을 때 수작을 거는 것처럼 사랑고백을 할 뿐이다.
릭스비가 이혼녀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본 밴 펠트가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늘 리스본을 닦달하는 미넬리 국장도 팀원들의 정직 사유서를 책상 위에 놓은 채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울 정도로 배려 깊은 상관이다.
이렇듯 제인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도 나름대로 개성 있는 매력을 보여주지만 수수께끼 풀이는 대부분 제인의 원맨쇼다.
간혹 사고로 제인의 눈이 멀거나 흥분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끝에 가서는 깔끔하게 해결한다.
용의자를 두고 마지막에 속임수와 트릭을 이용해서 범인임을 밝혀내는 방식은 '로 앤 오더: 크리미널 인텐트'와 비슷하지만 그처럼 한없이 진지하지는 않다.
제인은 걸핏하면 마술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최면을 걸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제인 자신이 레드존에 대한 강렬한 복수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범인에게 천연덕스럽게 "복수는 바보나 미친 사람이 하는 짓이다"라고 충고할 정도로 뻔뻔하다.
영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제인은 처음부터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계속 비웃기만 하지만 결국에는 약간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첫 회의 오프닝부터 실제 최면과 관찰, 심리탐구 등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능수능란하게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각종 심리기법들이 총동원되는 '멘탈리스트'의 첫 회는 아마도 'CSI'나 '24'같은 시리즈를 능가하는 가장 훌륭한 미드 파일럿일 것이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레드존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레드존의 친구의 친구라는 사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다면서, 자신을 빼내주면 레드존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고 접근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레드존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결국 다음 시즌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