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1 진격의 거인 시리즈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는 거인들을 피해 높은 담을 두르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100년을 살아왔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안전한 담벼락 안의 삶에 익숙해진 채 가축같은 삶을 살아간다.
가끔 거인을 상대하기 위해 담 밖으로 나가는 조사단 병사들의 무의미한 희생이 되풀이된다.
언젠가 높은 담벼락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단으로 구박을 받는다.

 

(압도적인 힘의 거인에 대한 무력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진격의 거인'은 '2011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뭔지...?!) 1위에 선정된 대작으로 '몬스터'와 '히스토리에'같은 작품을 처음 펼쳤을 때의 묵직한 감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다.
"100년 동안 벽이 붕괴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 당장 붕괴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식의 명대사가 넘쳐난다.

 

(이보다 더 훌륭한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안전하다면 가축처럼 갇혀 살아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매번 헛되이 목숨을 버려가며 밖으로 돌진해 나가는 사람들은 과연 미친 짓일까?
현실에 안주하려는 인간과 도전을 위해 밖으로 뛰쳐나가는 인간의 대비를 진지하게 그린 이 작품은 명백한 걸작이다.

도대체 만화왕국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만화 잡지사의, 가장 잘 나가는 편집인은 도대체 무슨 귀신에 씌어서 이 작품을 비웃었던 것일까?
단행본이 5천원이 아니라 5만원이라도 꼭 구입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작품인데, 어쩐 일인지 무척이나 빨리 출간되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걸작에 가슴이 벅찰 정도다.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것일까?
더 이상 '드래곤 볼'이나 '슬램덩크'같은 걸작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는 나는 과연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취향의 만화광에 불과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점쟁이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Fortune Tellers를 빗댄 'Fortune Sellers'라는 제목이 참으로 재치 넘친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엄청난 기대에 비하면 내용은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각종 언론 매체와 책을 통해서 넘쳐나는 미래 예측들에 질린 나머지 이 책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예측들은 기후 예측이나 경제 전망, 주가 예측같은 사이비 점성술 수준의 예측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미 케케묵은 예측오류인 맬서스의 인구론은 뭐 하러 굳이 끼워 넣었나 싶다.(이미 충분히 웃음거리로 쓰였다.)

논리적인 사고 과정과 과학적인 연구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진지한 미래 예측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는 편이다. 대부분이 극단적이고 경박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을 언급하지만, 이미 '미래의 충격'은 출간 된지 40여 년 전의 저작으로 유효기한(?)동안 어느 정도 제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하긴, 어쩌면 '미래의 충격'이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앨빈 토플러의 대표작은 '제3의 물결'이 꼽히는 것일지도... 물론 저자는 '제3의 물결'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예측들을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
저자는 꼼꼼하고 치밀한 과학적인 근거를 살펴보고, 그 방법론의 타당성 심지어는 예측가의 신뢰도와 그의 이전 실적들을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미드 'X-파일'의 잘 차려입은 남자(Well-manicured Man)가 스컬리에게 했던 명대사,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분이 귀한 말씀 내리셨지...)

어떻게 보면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의 일들을 비웃기는 참으로 쉬운 일이다.
하지만 미래의 흐름은 단순한 평행선이 아니며 구성원들의 조그만 행동 하나에도 그 방향이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할 것이다.(물론 이 논리는 저자가 예측가들을 비판할 때 그대로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폭발하는 글 솜씨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꼽냐?". 비웃기는 쉽다.)

-----------------------------------

'미래의 충격'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유일한 차이점은 전자가 비소설이라는 분야로 잘못 포장되었다는 점이다. 종말론적인 예측을 파는 것은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일로, 이런 책은 수백만 부가 팔리며 지금도 저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부를 가져다주고 텔레비전 시청률과 신문 구독수를 높이고 있다.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츠 Gantz 28
오쿠 히로야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츠 게임의 끝 그리고 사상 최악의 대파국.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등장인물들이 되살아나고, 중구난방 전투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더 이상은 정말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이야기가 멀리 와버렸다.

세계멸망과 외계인 침공...
쌍팔년도 시절에나 먹혔을 법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아무리 주인공이 죽음과 부활을 되풀이하고, 종횡무진 전투의 무대가 바뀌었어도 '간츠'만의 박진감과 긴장감은 퇴색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졌던 흡혈귀의 등장, 간츠 게임의 정체, 외계인의 정체들 중 무엇 하나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거대병기의 대침공까지 벌어지니까 읽는 이의 집중도와 몰입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다.

걸핏하면 좌우 두 페이지에 걸친 호쾌한 액션 장면들로 채워지지만, 이는 오히려 '간츠'만의 짜임새 있는 액션 장면들은 짜임새 있던 예전의 전투 장면들을 생각하게 할 뿐이다.(만화책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영화라면 '트랜스포머'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할 텐데...)


(이런 장면들이 속출한다. 어떤 팬들에게는 바라던 바였을테지만.)


(하지만 이런 정도는 좀 오버가 아닐런지.)

수십여 권의 연재가 이어지면서 점점 '간츠'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간츠'에 대한 믿음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작가가 선사했던 재미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간츠 Gantz 29
오쿠 히로야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간츠는 외계인 침입자들과의 전투 게임이 아니다.
스케일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으며 전투의 규모 또한 무지막지하게 거대해졌다.
(마치 천하제일무도대회에서 나메크인을 상대하던 손오공이 우주 최강이라던 프리더를 해치울 때처럼 말이다.)

도쿄에 총집결한 전국의 간츠 팀이 일단 성공적으로 외계인들을 제압한다.
잠깐의 평화로운 밤이 찾아오지만 갑자기 간츠 팀들이 어떤 곳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그들은 강제로 외계인들의 한복판으로 투입되고 소모품처럼 작전에 따라 싸우게 된다.
어쨌든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케이는 타에를 찾지만 그녀는 우주선으로 잡혀가고 케이도 따라간다. 




(말도 안 되는 타에의 미모도 급상승.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무지막지하게 평범한 외모였다.)

결국 이제는 외계 문명과 지구 문명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된다.
외계인에 대항하는 간츠의 인물들, 검은 구체를 제어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점점 식상하고 뻔한 외계인 침공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29권의 이야기는 마치 예전의 'V'나 최근의 '스카이 라인'같은 작품들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설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만화의 끝을 짐작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쨌든 '간츠'만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극일기 - 제품 이미지는 해당 이미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임필성 감독, 김경익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낮선 풍경, 이국적인 배경 위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과 공포.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과 지명도, 바람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남극. '알 포인트'를 능가하는 작품을 기대하고 봤건만...
참으로 뭐라 말하기 민망할 뿐이다.

간혹 작가주의 감독의 실험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작가주의 영화를 만드는데 80억의 제작비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의미를 찾기 힘든 상징들, 시종일관 우물거리는 배우들,(그나마 바람 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리 좀 시원하게 지르라구!"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목소리 깔지 말란 말이야.)

탐험대가 발견한 1920년대의 일기장은 무엇이며, 굉장한 가치를 지닌 그 일기장은 왜 길바닥에서 주운 1천 원짜리 취급을 받는 것인지, 탐험대를 지켜보는 얼음 밑의 거대 눈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것보다 더 이해가 안가는 장면들, 노트북에 수신된 동영상, 세 개의 태양, 얼음 손...
뜬금없는 영화적 장치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일반 관객이 이해하기 힘든 엉성한 시나리오에 봉준호 감독이 참여했다는 사실도 믿기 힘들고, 영화를 제작하는데 제몫을 다하지 못한 싸이더스의 관계자들도 원망스럽다.

하지만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의 남극(실제로는 뉴질랜드)의 풍광은 온전히 제몫을 다하고 있다.
일전에 본 '센츄리온'의 광활한 잉글랜드의 풍경도 그랬지만, 영화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훌륭한 풍경만으로도 멋진 눈요깃거리가 된다.
하지만 그것 또한 아쉽게도 배우들의 설전과 갈등은 대부분 비좁은 텐트 안에서 벌어진다.
 


(남극의 눈부신 풍경만큼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