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자체도 신선하고, 재치 넘치는 대사들이 넘쳐나지만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크게 웃기는 장면도 없고 배우들의 연기도 밋밋하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발명한 뒤 술집에서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거짓말을 테스트해보는 장면이라던지 상대의 면전에서 당신은 못생기고 방금 자위를 했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그닥 웃기지는 않다. 그런데 의외로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 압권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나 에드워드 노튼 같은 1급 배우가 망가진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것이다. '로 앤 오더 SVU'의 알렉스 캐봇 검사도 카메오인지 단역인지 우스운 역할로 나온다. (캐봇 검사님. 여기서 이러시면...) 영화 속 CF 중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광고는 나름 기발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결국 '거짓말의 발명'은 그닥 재미가 없다. 굳이 코미디 영화로서의 웃음만 찾지 않는다면, 자살을 생각하는 동료에게 거짓말 하는 장면,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거짓말 하는 장면 등 훈훈한 장면들도 있기는 하다.
어떻게 보면 진지한 고민 없이 그저 최신 심리학 기법들을 잡다하게 나열해 놓은 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점에 이 책의 유용함이 담겨 있다.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던 내용들을 콕콕 찍어내듯이 다루기 때문이다. 부유한 학생들은 비교적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반면, 가난한 학생들은 수시로 상대방의 말에 즉각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 발음하기 어려운 성분을 더 신뢰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놀이기구가 더 재미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는 심리 등의 유용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비싼 편의점을 이용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참 서글프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넉넉한 사람들처럼 멀리 있는 마트에 가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놓을 만큼 여유롭지 못한 것이다.(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의 내용을 지적하는 내용도 있는데, 꽤 일리가 있다. 순간적인 판단이 오랜 시간의 이성적, 논리적 분석보다 낫다는 글래드웰의 주장과는 달리 저자는 상당한 전문적인 경험과 통찰이 농축되어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이론도 소개하고 있다. 이 모든 내용에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간 통찰력을 보여준다. 고객의 호응을 얻어낸다는 명분의 이 모든 기법들이 오히려 고객의 마음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기계적인 기법의 적용이 아니라 의도가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도적인 행동은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오타인 것 같기도 한데, 24페이지의 '코카콜라 대주주인 워런 버핏의 부주의를 뒤로 과일주스 업체 '트로피카나'를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문장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 여하간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돈을 빼앗기 위해 웃음을 파는 위선적인 행위들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는 사람에게 친절과 웃음을 갖추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p.41 한 무리의 어린이들에게는 여섯 가지 초콜릿을 맛보게 했다. 다른 어린이들에게는 서른 가지의 초콜릿을 맛보게 했다. 어느 어린이들이 더 만족했을까? 결과는 여섯 가지를 맛본 쪽이었다. 서른 가지의 초콜릿을 무료로 줬는데 즐거움은 증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많은 선택과 소비는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 현대인이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p.107
사면초가의 상황, 최악의 궁지에 몰린 노구치는 결국 신의 한 수를 둔다. 일본식 스릴러와 이야기 구조에 익숙한 독자라면 비교적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반전이기는 하다. 하지만 세 명의 교수 후보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작된 노구치 교수의 망년회에 단 한 명의 사람이 나타나는 장면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만남 자체는 충격보다 훨씬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과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어디를 향해서 폭주할지 기대되는 19권이다. 이야기가 매너리즘에 빠질 즈음 벌어진 이번 사건은 어느덧 이십여 권에 이른 ‘의룡’의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토니 쟈가 직접 감독까지 맡았지만 제작비를 구하지 못하고 후반 작업중에 잠적까지 했다는 일화답게 '옹박2'의 완성도는 참담한 수준이었으며, 토니 쟈는 결코 성룡이 되지 못하는 듯 했다. 2편과 이어지는 '옹박3'를 보면 토니 쟈는 아직도 1편의 감독 프라챠 핀카엡이 무엇을 어떻게 찍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로 무에타이의 팔꿈치 공격과 카포엘라의 킥을 번갈아가며 선보이는 초반의 짧은 액션씬이 자나가면 하드고어한 매질 장면, 전편의 회상 장면, 악몽과 환상 장면들이 이어진다. 깨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티엔과 아름다운 여인의 슬픈 춤... 하지만 정작 관객이 기대하는 화끈한 무에타이 액션은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그 놈의 코끼리..) 그리고 컴컴한 한밤의 패싸움, 왜 그리도 칼싸움이 난무하는지, 상대방의 면상을 후려치는 발만 나오는 조잡한 촬영 트릭은 무엇인지... 마지막에는 하이라이트답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코끼리를 배경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확실히 파괴력은 떨어져 보인다. (정지 영상으로 보니까 좀 낫네.) 그리고 이소룡은 광배근이 크고, 성룡은 코가 크지만, 토니 쟈는 얼굴이 정말 크다. 아니 체격은 두루뭉술해지고 얼굴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