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발 4시50분 - 추리문학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 자유문학사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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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독특하게 시작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걸작이다. 스쳐지나가는 기차의 창문을 통해 목격한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유산을 둘러싼 가족들간의 갈등은 케케묵은 설정이지만 짜임새있는 추리를 쫒아가다 보면 그런 것은 생각할 틈이 없다.

확실히 이 작품에서도 범인을 짐작할 수 없었다. 수십권의 추리소설을 읽은, 닳고 닳은 추리광인 나는 ‘틀림없이 A, B, C, D 이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범인이 아닐 것같은 A와 D가 유력하다. 뻔한 설정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 F가 범인이었다.(개인적인 수준의 문제일까? 엘러리 퀸의 작품들은 추리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둔감하기 때문일까?)

‘패딩턴발 4시 50분’를 읽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천재성에 또 한번 감탄했다. 그녀의 작품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널리 읽히는 것은 이 작품에서처럼 전형적인 이야기구조를 살짝 비틀 수 있는 재능, 독자의 예상을 약간만 빗나가게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절반 정도밖에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맙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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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2004-09-24 14:27]

'일년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1년 중 한가위를 가장 좋은 날로 인식했다는 증거다. 그 좋은 날 우리 선조들은 조상에게 예(禮)를 올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 예가 차례다. 차례는 조상숭배 의례의 한 종류로 시제, 묘제, 기제와 달리 약식 제사다. 차례는 다른 제사와 달리 아침에 지내 촛불을 켜지 않고 축문이 없다. 술도 한 번만 올린다. 약식제사이기 때문이다.

제사나 차례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어동육서(魚東肉西) 등 제사상 차림을 표현한 말이다. 많이 듣기는 했는데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나온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상차림의 유래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차례상은 5열로 진설한다. 제일 앞줄에는 과일을, 둘째줄은 나물과 채소를, 셋째줄에는 전과 적을, 넷째줄에는 탕, 다섯째 줄에는 메(밥), 갱(국) 등이 올려진다. 각 열은 조상이 먹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한 것이다. 즉 앞의 과일은 수렵-채집 시대에 먹던 음식을 의미한다. 제수상차림은 일반적으로 우주와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른다. 음양오행설이 과학적이 아니라는 이론도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차례상에도 그들이 생각한 일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차례상에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하는 식으로 방위를 맞추려 한 것이다. 땅에 뿌리를 둔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그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려 했고 그 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 해서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차례나 제사 때 향을 피우는 것은 부정을 깨끗이 하는 정화 기능과 신성을 상징한다. 향을 피우는 것은 인간 삶의 더러움을 털어내고 조상신이 와서 앉을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신화를 보면 용궁에 다녀온 수로부인의 몸에서 향내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신선계를 그린 그림에는 향연이 자욱한 것을 볼 수도 있다. 향이 신계(神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향은 신과 인간의 교통매개체이기도 하다.

술잔을 올릴 때는 모사 그릇에 술을 나누어 붓는다. 모사 그릇에는 모래가 담겨 있는데 이는 땅을 상징한다. 땅 속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의식인 셈이다. 이 의식은 향을 사르며 하늘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행위와 대응된다.

첫째 줄의 과일을 놓을 때는 동조서율(東棗西栗), 조율이시(棗栗梨枾) 순이다. 동조서율의 의미는 〈가례집람〉에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원리로 설명돼 있다. 대추의 붉은 색은 해를 상징해 동쪽에 두고 밤은 한자에서 보듯 서쪽에 심은 나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서쪽에 놓는다는 것이다. 조율이시는 대추는 동쪽에 밤은 서쪽에, 대추-밤-배-감의 순으로 놓는다는 것이다. 밀양박씨 문중에서는 이를 대추는 씨가 하나니 왕을 뜻하고 밤은 한 아람에 세 톨이니 3정승을, 배는 씨가 6개니 6판서를, 감은 씨가 8개이니 팔방백 즉 팔도관찰사를 뜻한다. 하지만 문중에 따라서는 '조율시이'로 대추, 밤, 감, 배의 순으로 놓기도 한다. 최근에는 조율시이 순서로 놓는 집안이 더 많다고 한다.

과일의 종류는 원래 짝수로 맞추도록 돼 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둔 지산(地産) 즉 음산(陰産)이기 때문에 음수인 짝수로 놓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이후로는 홀수로 놓는다. 이유는 명확지 않다. 과일 숫자는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로 놓는다. 이때 과일의 위아래를 깎아 놓는데 잘 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조상이 드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다듬는다는 의미가 있다.

둘째 줄은 삼색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삼색 나물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의 수인 홀수로 놓는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 올리는데 이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만을 올리는 것이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는 양념이 발달하기 전부터 굳어진 상차림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셋째 줄에는 전과 적을 놓는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다. 이유는 장어가 용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는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에 따른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듯 소생과 부흥을 뜻하고,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는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했다.

넷째 줄은 탕의 자리다. 어탕-육탕-계탕. 이렇게 3가지를 올린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 천산(天産)이기 때문에 양의 숫자인 홀수로 놓는다. 탕에 건더기만 떠서 놓는 것은 조상이 먹기 편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섯째 줄에는 메(밥)와 갱(국)을 신의 수대로 놓는다. 그런데 평상시 밥과 국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에는 메와 갱 대신 송편을 올린다.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떡이다. 곡식으로 만든 가장 정결한 먹을거리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특히 송편은 둥근 달과 알곡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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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poll 2004-09-2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유익한 정보예요. 저는 차례상 올리는거 잘 몰랐거든요 ^^;
사요나라님 즐겁고 뜻깊은 명절 보내세요 ^0^

sayonara 2004-09-2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손인데 차례상 차리는 것이 늘 헷갈리더라구요.
이글을 읽으니 유래를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더군요. 역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이하드 - [할인행사]
존 맥티어넌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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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면서도 치밀한 구성과 화려한 액션을 자랑하는 걸작형사액션물이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설정은 워낙 독특한 것이라 이후 ‘스피드’, ‘언더시즈’, ‘패신져57’ 등 비슷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스피드’나 ‘언더시즈’는 각각 버스판 다이하드, 바다의 다이하드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원조 ‘다이하드’에는 비할 바 아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매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맥클레인에게는 ‘리쎌웨폰’ 시리즈의 마틴 릭스 형사만큼이나 개성넘치는 멋이 있다. 꾀죄죄한 몰골로 테러리스트들을 피해 통풍구를 기어가면서도 “LA에 오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더니”하고 중얼거리는식의 냉소적인 유머감각 말이다.

독특한 악센트의 지적이고 냉철한 악당 한스 그루버역을 맡은 앨런 릭맨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답답하게 폐쇄된 빌딩을 오히려 긴장감 넘치는 공간으로 탄생시킨 존 맥티어난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다. 그가 최근 보여주는 졸작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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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ooninara > [코멘트]손쉽게 캡처하자'-')/이벤트때 캡쳐 하세요

비교해보니까 제가 쓰고 있는 것도 괜찮네요~ 애덜 쓰는 거라 구엽고. 동영상 캡쳐는 안해봤고요~

제가 쓰고 있는 것 ▶  화면 캡쳐 프로그램 다운로드   

모양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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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 수험
법경연구회 / 갑진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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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을 펼치면 묘한 감회에 젖는다. 합병되거나 망해서 지금은 없어진 대기업들이 한때는 이런 수준높은 문제들을 통해 인재를 채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용이 너무 뒤죽박죽이다. 2장에 나와있는 요점정리 내용이 1장에 문제로 등장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식이라면 핵심요약-기출문제-예상문제 식으로 반복학습을 유도하는 편집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닐까? 문제의 중복이 매우 심한 편이다.

그리고 86~92년도 문제가 ‘최근 10년 기출문제’란 말인가? 매년 개정된다는 책인데, 왜 대부분의 문제가 90년도 이전의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공기업의 필기시험에 등장한 경영학 문제들과 비슷한 난이도, 비슷한 방향의 문제가 많이 있었다. 책의 형식과 편집의 완성도는 어쨌든 광고와 표지만 요란한 책들에 비하면 일단 공사, 공기업의 전공시험에 대비하기에는 그나마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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