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 시티 - (2disc)
민병천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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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유령’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는 놀라운 긴장감과 완성도를 선사했던 민병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유령’을 꽤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내츄럴 시티’도 큰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 줄거리와 어지럽기만 한 실속 없는 액션에 크게 실망했다.

‘블레이드 러너’ 류의 우울한 줄거리와 ‘매트릭스’ 스타일의 호쾌한 액션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무작정 제작비를 쏟아 부어 할리우드의 흉내만 내는데 그친 액션장면들이다.

정두홍 감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액션감독인데 아직 특수효과와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것 같다. 흩날리는 물방울과 화려한 조명으로 액션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만 할 뿐, 정작 액션 그 자체는 무턱대고 다리만 돌려대고 공중제비만 하는 수준이다.

평소 정두홍 감독이 말하던 몸통을 이용한 한국적 액션의 미학은 전혀, 단 한 장면도 찾아볼 수 없다. 배우들은 싸구려 홍콩액션영화처럼 방방 뛰면서 다리만 찢어져라 휘두른다.

척박한 충무로의 현실에서 이정도 작품을 찍은 것도 박수쳐 줘야할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유령’이라는 뛰어난 데뷔작으로 관객의 눈을 한껏 높여놓았으면 두 번째 작품에서도 책임을 졌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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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2 UE [dts] - 비트윈 2disc, 할인행사
제임스 카메론 감독,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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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2’는 감히 ‘가장 완벽한 속편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후속편인 동시에 전편의 조악했던 특수효과를 업그레이드한 놀라운 작품이다.
1편에 등장하는 장난감 같았던 우주선들과 금속뼈대만 남은 터미네이터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등을 떠올려 본다면 2편에서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1편에서는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사라 코너를 암살하러 온 터미네이터였는데, 2편에서는 그 반대로 구하러 온 터미네이터라는 설정으로 관객을 감쪽같이 속이는 초반의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이다.
T-800을 쓰러뜨린a T-1000이 은백색의 마네킹을 슬쩍 쳐다보고 지나가는 장면이나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간의 말장난을 통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계속 펼쳐지는 ‘시각혁명의 향연’은 지금 보면 다소 뻣뻣하고 촌스럽지만 특수효과가 영화의 보조수단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작품이다.
‘터미네이터2’는 CG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 SF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걸작이다. 그런 점에서는 ‘매트릭스’나 ‘스파이더 맨’의 시각효과보다 더욱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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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19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미네이터1의 조악한 특수효과도 좋았는데^^;; B급 영화의 맥을 잇는 잘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ㅎㅎㅎㅎ...

sayonara 2004-11-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T1의 특수효과가 나빴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T2의 시각효과를 너무 추켜세우다보니까 그만... ^_^;
 
글래디에이터 [DTS]
리들리 스코트 감독, 러셀 크로우 출연 / 파라마운트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트로이’를 보고나서, ‘글래디에이터’를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장엄하고 웅장한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거장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흠잡을데 없는 연출, 주연배우 러셀 크로우를 비롯한 와킨 피닉스, 코니 닐슨, 리차드 해리스의 완벽한 연기, 화려한 액션과 주인공의 깊이있는 고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이 시대의 진정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기독교적인 과장된 기적을 자랑하지도 않고, 당시의 민중과 군인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지도 않는다.
한 사나이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시대적 혼란과 안타까움을 펼쳐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오프닝의 웅장한 전투씬도 아니고, 검투사들의 대결도 아니다. 막시무스가 투구를 벗고 황제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그 장면도 아니다.
막시무스가 평원을 걸어가면 손바닥으로 갈대를 쓰다듬는 장면. 바로 그 쓸쓸한 장면에서 주인공의 고뇌와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

복수와 정의가 끝나고, 주인공 막시무스가 서서히 생명의 끈을 놓으면서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영화 속의 다른 사람들처럼 막시무스의 평온한 안식을 바라게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보고 또 보면서 마지막 1%의 액션까지 즐기고 마지막 1%의 감동까지 음미하고 싶은,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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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성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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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비틀린 집에 사는 비틀린 심성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비틀린 집’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통추리소설이다.
기묘한 설정이나 색다른 배경없이 정석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간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개성강한 용의자들이 등장한다. 독자의 판단을 흐리기 위해 하나씩 던져지는 단서들, 역시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의 범인...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석적인 이야기라서 오히려 색다른 기분이 들 정도다.
‘ABC살인사건’에서처럼 알파벳 순서에 따른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범인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저 전형적인 구성 속에서 작가의 재능을 100% 발휘한 걸작이다.

또한 고전추리소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저자서문’을 읽을 수 있어서 반갑다. 형식적이지 않은 자세한 후기도 재미있었고 말이다.
특히 우리가 크리스티에게 끌리는 점이 바로 ‘가장 범인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안정감’에 있다고 해석한 부분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또 한번 불만스러운 것은 동서문화사의 무심한 출판이다.
‘아버지-아버니’같은 기초적인 수준의 오타와 ‘그다지+긍정형’의 어색한 문맥이 이 책에서도 보인다. 수십년만의 재출간인데 기본적인 검토는 한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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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1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문을 읽으셨어야지요^^

sayonara 2004-11-1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서추리문고 너무합네당~ 대략 30년만의 재출간인데 어째 기본적인 맞춤법 검사도 안해주다니..

그래도 뭐, 일단 전집이 출간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겠지만... ^_^
 
음식궁합 2
유태종 지음 / 아카데미북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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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련서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내용이 중구난방이고 구성이 산만하다.
음식의 영양에 관한 내용과 요리법, 기원과 유래에 관한 내용까지 섞여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엉성한 편집체계를 제외하면 그 내용은 상당히 재미있고 유용하다.
‘정종’을 ‘청주’로 불러야 한다는 것처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소한 상식에서부터 새우와 달걀을 함께 먹어도 콜레스테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또 한번 조상들의 기가 막힌 지혜를 알 수 있다.
굳이 영양성분을 조사하고 분석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옛부터 함께 먹어오던 음식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개고기와 들깨, 쌀과 콩, 돼지고기와 비지찌개, 설렁탕과 깍두기 등이 그것이다.
조상의 지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맥주와 소시지, 데킬라와 소금, 레몬과 꿀 등...)

‘간을 스금스금하게 한다’는 식의 재미있는 우리말 표현도 많아서 더욱 읽을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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