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9년 이태준 작가가 ‘문장’지에 연재하던 강좌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작가는 ‘좋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이야기하지만,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보다는 적절한 예문을 직접 보여주면서 간단명료한 해설을 덧붙일 뿐이다.

1988년 이형택씨가 해제한 이 책은 명백한 오자를 고치고, 표기법을 현대화했으면서도 원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음으로서 글을 잘 쓰게 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정으로 좋은 글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안목이 높아진 것 같다.
저자는 글이란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글의 고유한 성질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확한 단어를 찾지 않는 것은 자기가 쓰려던 문장을 끝내 못쓰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도 쓸데없이 현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고전의 표현을 끌어다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충고는 수십 년이 지난 요즘에 더욱 절실한 조언이다.

개인적으로 좀 거슬렸던 부분은 저자도 모던이니 스마트 같은 표현들을 사용했다는 점과 구입한 책이 99년도 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습니다.’로 바뀐 ‘~읍니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들 2005-10-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 판을 구입하시고 쓰신 서평이군요. 이건 개정판이라서 '~읍니다' 같은 표현은 없습니다.

sayonara 2005-10-1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서문에서 밝히길 '독자들이 계속 책장을 넘기도록 늦게까지 잡아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는데, 확실히 그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독자들은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리트의 일상적인 일과를 통해서 중세의 호젓하고 한적한 느낌, 바쁘고 활기차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다.
아버지의 사고 때문에 어려워진 집안 형편, 하녀도 들어가게 된 그리트가 첫날에 겪는 어수선함과 심란함, 조심스럽게 작업실의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는 모습, 여동생이 전염병으로 죽은 이후 점점 낯설어지는 고향집과 가족들...
그리트가 보고, 듣고,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독자를 소설 속으로 빨아들인다.

그리고 작가는 그리트의 눈을 통해서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감상한다.
전문가의 학구적인 표현이나 그럴듯한 비유를 꺼내지 않고도, 평범한 어휘를 통해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을 거뜬히 묘사해낸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인데, 옛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아련한 기억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부분에서 그리트가 보여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인 행동은 작가가 '이제 아름다운 동화는 끝났으니, 그만 깨어나시라'고 말하는 듯 하다.

끝으로, 깊은 감동과 함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이 소설은 작가의 터무니없는(?) 상상일 뿐이고,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그저 화가의 딸일 수도 있다'는 경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5-10-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사마천 2005-10-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만 보았는데, 저도 베르메르 전시회를 한번 보았던 것 같아요. 기억을 되짚으면 당시에는 워낙 많은 그림을 볼 기회가 있어서 눈 여겨 보지는 못했습니다.

sayonara 2005-10-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의 분위기가 참 좋더라구요. 호젓한 들판에 앉아 여유롭게 쉬는 것 같은 편안함... ^_^
 
식객 3 - 소고기 전쟁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취재에 자가용을 타지 않는다, 뻔한 자료가 나올까봐 농협이나 관련기관의 협조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교통편 또한 시골버스를 이용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틀에 박힌 공치사가 아닌 생생한 음식의 맛과 사람들의 애환이 담길 수 있는 것이다.

3권은 전부 소고기에 관한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
특히 백화점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 초밥왕'의 요리 대결처럼 긴장감 넘치는 이벤트로 소개된다.-역시 일본만화에나 나올법한 낯간지러운 찬사들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소고기의 맛이 변할까봐 카메라의 조명에도 호들갑을 떠는 성찬의 태도는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TV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 전문가(?!)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음식의 화면발, 조명발을 위해 자신이 만든 요리에 식용유를 덕지덕지 발라댈 정도로 저질들이다.-

그리고 아직도 소고기 정형 기술자가 '백정'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소고기를 먹을 자격도 없다는 작가의 일침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농축산물도 모자라 우리나라의 참숯까지 값싼 외국산에 밀리는 현실도 안타깝다.

다른 권의 이야기보다 박진감 넘치는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일본만화에서나 보던 대결 설정, 과장된 제스처들이 좀 어색한 '소고기 전쟁'편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5-10-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TV 요리 프로그램이 그런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진정한 요리에 대한 격려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하기를 바라는 허영만님의 마음이 잘 담긴 책이라 생각됩니다.

sayonara 2005-10-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작 그런 수준이 아니라, 정말이지 더 심하더라구요. 요즘 부쩍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 소개가 많아졌는데.. 대부분 방송에 출연시켜주고, 방송장면 캡처된 현수막 제작해주고서는 몇백만원씩 받는다더군요. -_-#
 
최신시사상식 115집
박문각 편집부 엮음 / 박문각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도청 X파일 파문에 관한 내용이 수험생들의 상식 공부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10페이지에 걸쳐서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도청에 관한 법적 논란과 관련 법안, 수사과정, 외국의 사례, 향후 전망 등이 매우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리크 게이트, 7.7 런던 테러, 6자회담, 국가범죄 시효 논란 같은 굵직한 상식부터 9, 10월의 문화인물 소개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만 같은 자잘한 상식들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노대통령의 연정 제안 문제나 네티즌 실명제 문제는 상식 자체로도 알아둘만하지만 논술주제로서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둘 만하다.

이번 호의 논술특강 주제는 본프레레 축구구가대표 감독의 사퇴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식의 모범답안, 바람직한 예문을 수록해 놓은 식이어서 무척이나 아쉽다.
잘못된 방향이나 어설픈 구성을 교정하는 식의 특강이었다면 얼마나 유용했을까!?

그리고 몇 달 전에 은근슬쩍 인상된 가격은 결코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emon Tree 2005.10
레몬트리 편집부 엮음 / jcontentree M&B(월간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살림의 여왕'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잡지, '레몬 트리' 10월호에는 부록이 없다.(알라딘에서는 고맙게도 특별부록으로 토트백을 끼워준다. 디자인이 좀 구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사보게 되는 이유는 요리와 인테리어, 부부생활, 재테크 등 살림에 필요한 정보들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소개되는 66만 원짜리 프랑스식 쓰레기통, 2백85만 원짜리 티 테이블, 기울기 조절이 된다는 1천3백만 원짜리 소파 등 너무 비싼 소품들이 좀 거북스럽기는 하지만, 이후에 소개되는 전자렌지용 달걀 삶는 용기, 양면테이프 등은 꼭 사고 싶을 정도다.

전자사전, 슬림PC, 포토프린터, 리메이크 음반, 술 깨는 약... 각종 제품들을 비교 분석한 기사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장점만을 나열하기 보다는 각 제품의 단점도 확실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기사들만 호들갑스럽게 ?는 것이 아니라, 한때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기사들의 뒷이야기를 간추린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달에는 농약투성이의 중국산 한약재, 데오드란트의 환경호르몬 등이 소개되어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nda78 2005-09-3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궁금해요.
그리고 저도 레몬트리 제일 좋아해요. ^^ 맞벌이 부부 섹션이 좀 줄어든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요. (맞벌이 부부에게 좋은 상품 소개란이 쏠쏠했는데 이번호엔 안 보이더군요?)

sayonara 2005-10-0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분야에는 리뷰가 너무 없기에, 게다가 여친 잡지를 무심코 뒤적이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기에... 어쩌다가 이쪽 리뷰도 쓰는군요. ^_^
'레몬트리'.. 부록이 좀 더 많다면 꾸준히 구독하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