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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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같은 영화들을 통해서 십자군에 대한 환상이 깨졌던 것처럼, 성 요한 기사단의 역사를 소개하는 초반부에서는 중세 유럽의 '기사단'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성 요한 기사단은 이슬람 세력에 밀려 남의 섬에서 더부살이를 하다가 해적질로 부업을 삼고, 결국에는 쇠락한 제국(비잔틴 제국)의 섬을 빼앗기에 이른다.
결국 그들의 힘은 신앙심 깊은 서구인들의 금전적 협조와 약탈에 의한 막대한 재산 증식, 그리고 해적절로 단련된 실전감각과 전투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성 요한 기사단의 혈통에 흐르는 혜택 받은 환경과 강한 자긍심은 '이슬람의 목에 박힌 가시'같은 존재였고, 무서운 속도로 정복과 영토 확장을 거듭하는 투르크에 대한 최전방 부대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로도스 섬 공방전'은 술레이만 대제라고 불렸던 술탄의 군대와 성 요한 기사단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기사단장이었던 숙부의 뒤를 이어 로도스 섬에 온 안토니오, 찬란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냉소적인 아웃사이더인 미남 오르시니, 고귀한 풍모와 굳은 신념의 귀족청년 라 발레트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고작 몇 백 명의 기사들이 몇 천 명의 주민들과 수십만 투르크군과 대결을 벌이지만, 결국 5개월간의 공방전 끝에 중과부적으로 패배하고 만다. 그리고 기사단은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혹독한 기후의 몰타 섬에 자리를 잡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현란한 필체로 읽는 로도스 섬 공방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과연 이런 사건이 정말 역사 속에 있었을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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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는 정말 어찌 그리 생생하게 쓰는지 몰라요...

sayonara 2005-10-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란한 글솜씨만큼 건전한 상식을 갖췄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녀의 대책없는 영웅주의, 무감각한 극우주의...?!... -_-;
 
운전면허 학과시험문제 - 2009년 개정최신문제
대한교통안전연구회 엮음 / 크라운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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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요연한 요점정리와 방대한 양의 문제, 부가적인 사항의 추가, 깨끗한 컬러 편집 등 이 교재는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있어서 정석수학, 성문영어와도 같은 책임에 틀림없다.
이 책 한 권을 대충 몇 차례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교재다.
준비생의 학습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인지 커다란 전국도로지도도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다.

딱 한가지, 무척 아쉬운 점은 본문의 내용중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나왔던 문제, 했던 얘기를 도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일례로 35페이지를 보면 도로교통법에 관한 문제는 1번부터 5번까지 다섯 문제가 문구만 조금씩 다를 뿐 똑같은 내용이다. 이렇게까지 반복해서 풀어볼 이유가 있을까!?
타이어 공기압, 자동차 전용도로, 안전지대 등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런 식으로 두세 번 반복된다. '~설명 중 옳은 것은?',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하는 식으로 표현만 살짝 바꿔놓을 뿐이다.

책 한 권을 이렇게 채웠으니 사람들이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모의고사나 학원에서 나눠주는 프린트물 정도로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다.

타이오, 보족하면... 식으로 오타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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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읽은 문장강화 이태준 문학전집 17
이태준 지음 / 깊은샘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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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좋은 글을 쓰는 기본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말은 곧 마음’이라는 생각이며 글짓기는 곧 말짓기라는 것.
외래어, 한자어, 사투리의 남용은 피해야 하지만 적확한 표현을 위해서는 굳이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것.
묘사인 경우 풍부한 의음, 의태어를 많이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리 문장의 독특한 성향미를 살리는 것도 된다는 것.
서정문이 양보해서는 안 될 생명과도 같은 ‘아름다움’.
객관성, 냉정함만큼 중요한 신문 기사의 성격인 ‘신속함’-바쁜 독자들은 첫 부분만 읽고도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행문의 친절함이 지나치면 안내문, 설명문이 된다는 것.
추도문은 반드시 (사람들을) 울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퇴고를 반복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처음의 생각’.

그리고 저자의 설명보다 훨씬 풍부한 예문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대문호 안톤 체홉이 누이에게 보낸 편지를 예로 들면서 쉬운 것이 좋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렇듯 8할 분량의 예문을 채우고 있는, 저자가 쓴 2할의 설명도 간결하고 명료한 명문들이다.

이토록 친절하고 상세한 문장교본이 단 9회에서 연재가 중단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아쉽다.

간혹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단호한 태도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이는 ‘교본’을 쓰기 때문에 융통성(예외)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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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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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전투다.
일단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전투였고, 지중해가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된 전투였다. 그리고 갤리선이 주역을 맡은 마지막 해전이었고 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역사적인 전투를 둘러싼 베네치아와 투르크의 격돌, 로마와 스페인을 오가는 밀사들의 외교전, 콘스탄티노플 주재 대사의 첩보전 등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을 되풀이하며 역사가 될 해전을 준비한다.
그 속의 개인들도 각자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또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 전투에 참가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레판토 해전'은 단순히 지중해 패권의 향방이 걸려있던 전쟁을 개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싸우고 갈등하는 사나이들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불같은 성격의 베네치아 노장 베니에로가 자꾸만 출진을 미루는 스페인측 장수들을 설득(!?)하는 부분이다.
베니에로의 격렬한 분노와 싸늘한 눈빛, 젊은 총사령관 돈 후안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각오, 콜론나의 망설이는 듯한 태도,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린 반대파 도리아...
시오노 나나미의 탁월한 묘사 덕분에 이들의 표정과 눈빛을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역사 속을 관통하는 남자들의 로망에서 아내에 대한 의무 따위가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 진정한 사나이의 사랑에 있어서 가정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지 생각하면 약간 당황스럽다.
-바르바리고는 아내가 있으면서도 부하의 미망인과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 방을 구하고, 출항하는 중에도 인파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는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애절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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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코트 심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이수현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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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과 생물학에 관한 각종 전문용어들이 난무하고, 편지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는 본문의 이야기는 생생하다기 보다 장황하고 산만하다.
더구나 심해의 생물과 지형에 관한 묘사가 당시에는 놀라웠을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그 비밀이 꽤 벗겨진 요즘 시대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초라하고 밋밋한 수준이다.(사진을 통해서 본 실제 심해생물들의 모양은 그만큼 기묘하고 자극적이다.)
지금의 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읽기에는 작품의 수준이 너무 허술하다는 점이 흥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이 점이 무엇보다도 아쉽다.
다소 지루한 내용을 읽다보면 심해의 압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초강력(?) 니켈(!) 합금에 관한 의문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실망은 후반부에 있다.
아틀란티스의 전설과 노아의 방수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그럴듯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 가서 뜬금없는 설정들을 펼쳐 보이더니 '대단원의 막'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끝맺는다.
환생 어쩌고 하더니 유체이탈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물질계와 정신계, 절대악이 언급된다.
심지어 흑마술과 백마술까지 언급되는 상황은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한 결말에 실망한 나머지 뒷부분에 수록된 두 편의 중편은 읽지도 않고 책을 덮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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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편보다 뒤에 수록된 단편이 더 재미있어요^^;;;

sayonara 2005-10-0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 내가 애피에 실망해서 메인과 디저트를 놓치다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