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dts] (3disc)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 / 대원DVD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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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키라'는 1988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들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웅장한 느낌인데, 요즘 유행하는 3D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묵직한 힘이 있다.

원작문화의 방대한 줄거리와 세계관을 너무 간략하게 압축시켜버린 이야기의 흐름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작품이다.
폭주하는 미래형 바이크의 라이트가 남기는 잔상들, 초능력자들의 엄청난 힘에 의해 이리저리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순식간에 인체를 절단해버리는 가공할 위력의 레이저 광선...
압권은 스스로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데츠오가 주위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스펙터클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허밍음의 배경음악도 잊을 수 없다.

어쨌든 뚝뚝 끊어지는 줄거리는 무척 아쉽지만 가네다의 리더십, 가네다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던 데츠오와 엄청난 힘을 얻은 그의 폭주, 과학자를 비웃는 군인, 초능력 애늙은이들의 각오, 데츠오를 따르는 광신적인 무리들, 엄청난 힘과 힘의 충돌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14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료와 해설에 관한 서플이 풍부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던 아기자기한 서플들은 없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없는 편이 오히려 낫다.

P. S 제목과 같은 이름의 소년 아키라는 등장하는 시간이 매우 짧으며, 주인공도 아니다. 그래도 뭐, 사건해결(?)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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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꺼크드만 2005-10-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라는 1988년 작입니다.

sayonara 2005-10-2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난 잡지('키노')를 뒤적여 보니까 88년이라고 나오네요. 제가 어디서 잘못 들었나 봅니다. 1988년으로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_^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토마스 A. 슈웨이크 지음, 서현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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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많은 자기계발서적들이 하는 말은 너무도 똑같다.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앞만 보면서 달려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운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진자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라...
매년 수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적들은 대부분 이런 내용들이다. 맹목적으로 이전의 책들을 베낀 것처럼 비슷한 내용을 반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식의 틀에 박힌 조언들을 부정한다.
오히려 기존의 성공상식들 중 몇몇은 쓸데없는 것이며 때로는 성공의 걸림돌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확실히 기존의 성공격언들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온 일반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들을 꼭 한 번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문제는 논리적인 근거나 그럴듯한 설득력 없이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과연 그들이 상업작가와 인터뷰하면서 솔직한 생각을 말했을까? 부자인 사람이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쉽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는 쉬운 법이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와 조화되지 않는 내용들이 간혹 있다. 과연 ‘야심’과 ‘비현실적인 꿈’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그런 세세한 부분에 관해서 저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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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2disc) - 할인행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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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 5탄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을 그린 프리퀄이다.
3, 4편에서는 만화같은 액션만을 보여줬던 시리즈가 일단은 완벽하게 부활한 것 같다.
주인공의 고뇌도 훨씬 깊이 있게 그려졌으며, 정말 ‘만화'같은 액션이 남발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다. ‘이퀄리브리엄'에서 보여줬던 절도 있는 연기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꽉 다문 입술의 귀여운(?) 표정은 역대 배트맨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사위주로 조합된 절제된 액션도 아날로그적이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매트릭스'같은 작품들에서 봤던 CGI과다의 액션들과 비교하면 투박하기는 하지만 훨씬 박력이 넘친다.(특히 원조 배트카 텀블러의 추격씬이 일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 2편의 기괴하고 음침한 배트맨을 좋아했기 때문에 ‘배트맨 비긴즈'의 헐리우드적 배트맨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배트맨 비긴즈'에는 조커나 펭귄맨, 캣우먼처럼 우울하고 기형적인 적들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신비한 비밀집단, 도시의 거대한 범죄조직, 경찰을 비롯한 권력집단이 등장한다.

그리고 배트맨은 스스로 “나에겐 친구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등장인물 거의 다가 친구다.
충직한 집사 알프레도는 물론, 정직한 형사 고든, 배트맨의 미스터 Q 폭스, 그리고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 여친 레이첼까지 말이다.(나름대로 잘 만든 놀런의 영화에 대고 자꾸 팀 버튼을 운운하는 게 미안하지만... ‘배트맨2’에서는 서로 가면을 쓰고 대결하며 맨 얼굴로는 사랑을 나누는 미묘한 관계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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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2005-10-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전 요새 '프렌즈'에 빠져있어요 ^^ 외울 정도로요. ^_^

sayonara 2005-10-1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렌즈' 한땐 저도 재미있게 봤죠. 그 드라마 이후로 미국드라마의 팬이 되었는데.. 요즘은 'CSI'나 '몽크', ''하우스'같은 스릴러물이 좋더라구요. ^_^
 
셜록 홈즈의 회상 동서 미스터리 북스 4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조용만.조영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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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해설을 통해서 코넌 도일의 또 다른 장점을 알 수 있다.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탁월한 스포츠맨이고, 사회적으로 눈부신 활동을 계속한 유쾌한 명사였던 동시에 가정에서도 무척 헌신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특히 홈즈의 죽음으로 연재를 중단한 이유를 결핵에 걸린 아내의 스위스 요양에 함께 가기 위해서였다고 언급한다.-일반적으로는 홈즈에 연연하는 작가적 능력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집에는 홈즈의 죽음(또는 실종)으로 끝나는 '마지막 사건'을 포함, 전부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셜록 홈즈의 사건답게 그 성격이 기기묘묘한 경우도 몇 편 있고, 평범한 사건인 경우에도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이나 극적이다.

개인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의 주요 작품들을 거의 읽은 뒤 한동안 현대적인 스릴러물이나 CSI같은 수사드라마에 너무 심취해 있었나 보다.
'은성호 사건'의 살인, 실종 사건을 읽으면서도 과학수사대가 출동하면 더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사건현장 주변의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정말하게 검시하고 나면 답은 쉽게 나올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홈즈의 현란한 솜씨를 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사건에서 홈즈는 눈부신 추리력을 발휘하면서도 공무원이 아닌 신분의 자유를 이용해서 해결 방식을 조정하고, 거만한 의뢰인에게 가벼운 장난을 선사한다.
범인의 정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사건의 전모는 억지스러우면서도 아귀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누런 얼굴'은 그리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따뜻한 결말과 홈즈가 '안일하고 게으른' 추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다. 홈즈가 자신의 매너리즘을 자책하는 듯 한 마지막의 대사가 재치있다.
셜록 홈즈가 단순히 완벽한 추리기계가 아니라, 인간미가 느껴지는 명탐정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기있는 TV 탐정시리즈 '몽크'의 두 번째 시즌에서 몽크의 형이 등장하는데, 그 에피소드를 보고 셜록 홈즈의 '그리스 어 통역'을 떠올렸다.
명탐정인 동생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지만 행동력 제로의 은둔자 스타일의 형이 등장한다.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내는 형을 보면 아니꼬울 법도 하건만, 명탐정들은 우애도 깊은가 보다.(그런데 자꾸만 ‘마이크로포트 홈즈’라는 이름이 ‘마이크로소프트 홈즈’로 읽힌다. 병인가...?)
어쨌든 제 아무리 셜록 홈즈라도 모든 사건을 100%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해군 조약 사건’은 다소 평범한 단편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데, 그 범죄의 전모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사건이었다.
중요문서를 잃어버려서 그 걱정으로 초죽음에 된 사람에게 홈즈가 짓궂은 장난을 칠 정도였으니, 명탐정도 사건해결이 어지간히 기뻤던 것 같다.

‘마지막 사건’에서는 ‘공포의 계곡’ 사건에서도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악의 축’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해서 홈즈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비장한 대결이지만, 이상하게도 개인적으로는 코난 도일이 생각해낸 두 천재의 격돌장면이 좀 아쉽게 생각된다.
일단 범죄계의 두뇌와 정의편의 두뇌가 맞붙는데 고작 시골구석에서 육탄전으로 끝내는 것도 그렇고, 셜록 홈즈가 모리어티의 양해를 얻어 폭포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최후의 편지를 쓰는 장면도 상상해보면 좀 우스꽝스럽다.(모리어티는 그런 홈즈를 보며 얼마나 초조하게 몸을 풀고 있었으려나.)

이번 작품집이 동서추리문고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오타가 없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습니다.", "~한다"는 식의 어투는 적잖이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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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이면 동서를 ㅠ.ㅠ

sayonara 2005-10-1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 권 읽다보니까 동서추리문고도 그럭저럭 읽을만하더군요. 특히 휴대가 간편해서... -,.-
 
식객 2 - 진수성찬을 차려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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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도 ‘한국적인 맛’의 여행은 계속된다.

햄버거가 미국음식이 아니라 독일 함부르크의 음식인 것처럼, 부대찌개는 비록 햄과 소시지가 들어가지만 약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의 음식이라고 한다.

먼저 읽은 9권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단지 내가 서구식 식단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우리의 음식이 맛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정성과 솜씨가 담겨있는,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먹어봤던 부대찌개는 이런저런 잡다한 재료가 들어간 데다가 조미료로 범벅이 된 걸쭉한 잡탕찌개같은 것들뿐이다.
이 만화를 읽고 나니 제대로 된 부대찌개를 맛보고 싶어진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Thanks Pa’는 김치에 관한 이야기다.
김치에 관한 재미있는 상식이나 일화는 나오지 않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김치를 맛있게 먹어주시는 시아버지의 깊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앞으로 자주 등장하게 될 성찬의 라이벌, 운암성의 오봉주가 등장해서 둘은 덧없는 음식승부를 펼치게 된다.

이밖에, 손맛이 담긴 음식을 통해서 세대차를 극복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정이 담긴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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