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크라임 - 할인행사
칼 프랭클린 감독, 애슐리 쥬드, 모건 프리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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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이 거짓이라면?'이라는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런 가정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야기는 흐지부지 해지고 만다. 주인공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잠깐 동안 인상을 찡그렸다가 곧 일관되게 자신의 믿음을 지켜나간다. 그리고...

결국 '하이크라임'은 그저 평범한 법정 스릴러물로 전락해버린다.

민간인을 우습게 보는 군법무관들과 군사법정 특유의 융통성 없는 분위기 등은 조금 특색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증인들을 구슬리고 심문하는, 노련한 변호사 찰리역의 모건 프리먼도 인상적이었다.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는 재판 장면들은 나름대로 긴박감이 넘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느슨하고 맥이 빠진다.
중간에 등장해서 범인을 알려줄 것 같던 남자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그냥 떠나버리고, 어설픈 반전에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사이코로 돌변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작위적이다.

코스타 가브라스가 감독했던 '뮤직박스'의 스릴러 버전같은 결말은 억지스러운 반전으로 허겁지겁 마무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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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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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거의 유물에 심취해 있는 행동형 역사학자 랭던 박사는 인디아나 존스를 생각나게 한다.
과거의 사실을 그럴듯하게 조합해내는 작가의 솜씨는 '장미의 이름'같은 팩션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늘씬한 여주인공을 바꿔가며 등장하는 주인공은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보는 것 같다.
모든 사건이 불과 하루 남짓한 시간동안 시작되고 해결되는 것은 TV 시리즈 '24'를 생각나게 한다.
'다빈치 코드'는 간결하고 긴박감 넘치는 21세기형 퓨전 스릴러다.

댄 브라운은 움베르토 에코처럼 장황하게 현학적인 해박함을 자랑하지도 않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그럴듯한 과학적 상상력을 중언부언 늘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13일의 금요일,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의 이야깃거리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학구적인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나 베르베르의 작품들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전작인 '천사와 악마'보다 훨씬 힘들게 읽었다.
'천사와 악마'가 시작부터 끝까지 숨쉴틈없이 몰아치는 액션영화 같다면, '다빈치 코드'는 액션이 강조된 스릴러영화같다.
그런데 그 스릴이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엄청난 비밀이 정체를 드러내야 하는 시점에서 모든 갈등과 음모가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특히 엄청난 음모와 권력의 집단이 그렇게나 아기자기하고 조촐한 모임이었는지...)
그래서 이후에 대단원의 막이 되어야 할 부분이 그저 사족처럼 느껴질 뿐이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비밀의 수수께끼도 그리 궁금하거나 인상적이지 않았고 말이다.

'다빈치 코드'는 한마디로 '용두사미'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제법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 엄청난 과장과 허풍를 섞어서 떠벌이다가 결국에 가서는 주체할 수 없으니까 마치 바람 빠지듯 허겁지겁 끝을 맺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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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디젤의 디아블로 - [초특가판]
F. 게리 그레이 감독, 라렌즈 테이트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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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화면의 '디아블로'는 상처 입은 주인공이 펼치는 고독한 복수극에 관한 이야기다.
반 디젤의 굵고 낮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에서 간혹 '더티 해리' 스타일의 비정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아내가 살해당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나이라면 적어도 션처럼 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경찰관의 처절한 심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규모 또한 너무나 소박하다.
인적이 드문 뒷골목이나 빈 창고같은 곳에서 총격전 몇 번 벌이고, 마지막에 습격하는 디아블로의 아지트도 지나치게 한산하다.(화면도 시종일관 칙칙하고 어두컴컴한데, 이는 아마도 DVD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제작비가 부족해서 조명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인듯 싶다.)

스티븐 시걸이나 반담이 주인공이었다면 더 그럴듯하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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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 심리학으로 풀어본 경제 이야기
최인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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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럴듯한 지식 몇 개 나열해 놓는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 겪어봤을 법한 익숙한 상황과 실수들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방법을 제시한다.

공돈낭비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적 돈세탁' 방법, 큰 지출을 줄이기 위한 올바른 마음자세, 빌려준 돈을 공개적으로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하나씩 읽다보면 '아하~!'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된다.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종합선물세트의 함정과 홈쇼핑의 호들갑스러운 마감임박전략과 후불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가르쳐야 할 경제학은 각종 수식과 도표, 암호 같은 용어의 퍼레이드가 아니라 바로 이 책에 나와 있는 것 같은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각 주제의 뒷부분에 제시된 짤막한 분량의 '재밌는 심리이야기'가 압권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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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플랜 - 아웃케이스 없음
로베르트 슈벤트게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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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공간인 상공 4km의 비행기 안에서 실종된 딸,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딸의 모습과 찾아볼 수 없는 흔적...
말 그대로 '감쪽같이'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아가는 수퍼맘의 이야기다.

중반까지는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 스타일로 분위기가 잡혀가더니 결정적인, 아주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면서 갑자기 스릴러의 본분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플라이트 플랜’은 기가 막힐 정도로 화끈한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그저 그런 줄거리의 평범한 스릴러로 마무리하고 만다.
조디 포스터의 전작 '패닉 룸'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로 뻔한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너무나 헐리우드적인 액션맘은 '패닉 룸'에서 봤던 캐릭터를 빼다 박은 듯 하고, 고립된 항공기의 액션은 '나이트 플라이트'나 '다이하드2'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설정들이다.

그나마 이 영화가 볼만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시간 반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 채워넣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이야기 전개와 딸을 잃은 엄마의 절박한 심정을 멋지게 연기한 조디 포스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 싶은 줄거리도 광기의 범죄자가 계획했다는 걸 생각하면 그럭저럭 이해할만하고 말이다.

마지막에 뻘쭘해하는 표정의 심리상담사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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