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비법
로저 도슨 지음, 이덕열 옮김 / 시아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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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허풍으로 가득 찬 자기계발서적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이 책은 그 어떤 '협상'책보다도 실질적이다.
'협상의 비법'은 그 어떤 부분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짧고 간결한 챕터 구성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닥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자세하게 언급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협상의 비법에 관해서 설명한 뒤에는 꼭 상대방이 해당 협상법을 사용할 때의 대응법까지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리하고 소모적으로까지 보이는 협상과정이 왜 필요한지에 관해서 다양한 예문과 상황을 들어가며 상세하게 설명한다.

현재의 바이어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노련해지고 있고 세일즈맨의 역할이 단지 파는 사람에서 사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는 통찰력도 놓치지 않는다.
세일즈는 종교행위가 아니라 사업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비신사적인 협상 방법에 분개하여 이성을 잃지 말라고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다만 서비스의 가치 하락에 관한 챕터는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 같다.
저자는 우리가 제공한 서비스는 그 가치가 급속하게 하락하기 때문에 협상 즉시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각각의 세일즈 협상을 별개로 보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한 번의 협상을 인간관계로 맺어진 긴 '선' 위의 일부분인 '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의 협상 전문가들이 외국의 협상 사례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고속철도사업협상을 하면서 고문서 반환을 제안했다가 나중에는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국책사업의 입찰이 있을 때마다 프랑스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뭐,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도 급속하게 서구화되어가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인간미 없는 이런 협상 방식이 더 효과적일 때가 올는지도 모른다.

본문의 '그렇다고 못할 당신이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식의 협상비법은 번역의 문제인지 미묘한 뉘앙스의 문제인지, 정말 이렇게 말했다가는 싸가지 없이 들리기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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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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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제2의 움베르토 에코', 'XX계의 존 그리샴'같은 찬사는 십중팔구 과장된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이 이 작품에 매료되었던 것은 전적으로 사이코 살인마에 관한 치밀한 심리 묘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과의사'의 묘사는 스티븐 킹의 단편들처럼 간결하지도 않고, '양들의 침묵'처럼 치밀하지도 않다.
연쇄살인범은 막판에 뜬금없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성격과 개성을 강조한다. 작가는 늘 남자들과 비교당하기 때문에 냉담하고 호전적인 성격이 되어 버린 리플리 형사,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점잖은 성격의 무어 형사 등의 성격을 너무도 꼼꼼하게 구축하려고 한 나머지 걸핏하면 그들의 개인사에 관해 떠들면서 스릴러의 맥을 끊어 놓는다.
그냥 칼같이 정확하고 유능한 의사라도 한마디만 하면 될 것도 굳이 10페이지에 걸친 응급환자의 수술 장면을 끼워 넣는 식이다.
뭐 좋게 본다면 전직 의사였던 작가의 의학적 지식에는 마음껏 감탄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응급 외과 수술실의 긴박감 넘치는 묘사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생생하고 날카롭기는 하다. 리얼리티가 충실하다 못해 넘쳐날 정도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읽을 수 없었을 뿐이지, 이런 타입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열광할 수 있을 것 같다.(이미 고전이 된 팀 오브리언의 '숲속의 호수'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못 견디게 궁금해서 다 읽었다기보다는 이왕 읽기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었을 뿐이다.

두 권으로 분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부만한 두께의 한 권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태도는 고마운 일이다.(국내에서는 작가의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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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2-2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라 계속 나온답니다^^;;

sayonara 2006-12-2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실수로 별 2개를 때렸네요. 급수정... 그래봤자 3개지만.. -_-;
이 작가의 전작 '하비스트'는 읽었던 것 같아요. 오래 전에 출간되었었는데... -_-+
 
데스 노트 Death Note 3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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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부터 두주인공이 펼치는 두뇌싸움과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카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무려 64개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L과 그 모든 장치들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레이토, 그리고 레이토의 너무나 완벽한 무혐의를 의심하는 L의 추리...

키라가 단 하나의, 사소한 실수만을 저지르기를 기다리는 L의 인내와 그런 L을 상대하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되풀이하는 레이토의 심리상태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계속해서 대화와 경찰, 방송 등을 이용해 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카라와 L,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이야기 전개... 또 다른 인물...

일전에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혀 사라진 레이에의 약혼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죽음을 맞아하는 모습이 확실히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식으로 갑자기 재등장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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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미 [dts]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오자와 다카오 외 출연 / 이엔이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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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두 병사가 외딴 절로 피해오게 된다. 그곳에서 한 명은 치료를 받아 살아나고, 그는 사람을 피해 그곳에서 살고 있던 사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길고 긴 밤을 지새우게 된다.

'아라가미'는 싱겁고, 허무하고, 밍숭맹숭한 전형적인 일본 영화다.
두 사내는 세계 각국의 술을 마시며 전쟁과 싸움, 죽음에 관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칼싸움을 하곤 한다.
하지만 길고 긴 잡담의 지루함을 날려버려 주어야 할 대결은 좀 지루하다.
'검도'의 '검'자도 모르는 관객이 보기에도 지나치게 느리고 흐느적거린다. 어설프게 휘두르는 칼과 대충 폼만 잡는 회피 기술 등은 보고 있는 것이 약간 한심해질 정도였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상도 '아라가미'라는 제목이 무슨 괴수영화 제목 같다는 생각, 단출한 등장인물과 넓은 방 하나만 있었으면 되었을 테니까 제작비가 참 저렴했을 거라는 생각, 빨리감기로 봐도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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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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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고졸 유망주보다는 대졸선수를 뽑고, 장타율과 출루율을 중시하는 구단운영으로 2000년 이후 놀라운 승률을 거두어 왔다.
이는 야구라는 게임에 있어서 혁명적인 전환을 가져온 사건이다.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빌리 빈의 놀라운 성공은 야구계는 물론 금융계, 비즈니스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년간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감을 믿기보다는 통계적으로 증명된 데이터와 수치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비록 아무도 그 자료를 중요시하지 않고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틀에 박힌 인습과 때로는 진리처럼 여겨질 정도로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항하는 과학과 이성의 태도야말로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때로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순간적인 판단이 가장 합리적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야구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은 과장된 찬사다.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드라마틱한 통계자료와 승패의 놀라운 상관관계에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에 관심이 없다면 4장 '무지의 필드'와 6장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야구통계와 기록들이 지루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출루유과 장타율, 대졸선수 따위가 아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에서는 출루율과 장타율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식에 대한 의문을 갖는 자세, 승리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태도이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들도 무작정 잭 웰치를 역할모델로 삼거나 개나 소나 떠들고 다니는 블루오션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내 머리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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