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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일반적으로 '제2의 움베르토 에코', 'XX계의 존 그리샴'같은 찬사는 십중팔구 과장된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이 이 작품에 매료되었던 것은 전적으로 사이코 살인마에 관한 치밀한 심리 묘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과의사'의 묘사는 스티븐 킹의 단편들처럼 간결하지도 않고, '양들의 침묵'처럼 치밀하지도 않다.
연쇄살인범은 막판에 뜬금없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성격과 개성을 강조한다. 작가는 늘 남자들과 비교당하기 때문에 냉담하고 호전적인 성격이 되어 버린 리플리 형사,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점잖은 성격의 무어 형사 등의 성격을 너무도 꼼꼼하게 구축하려고 한 나머지 걸핏하면 그들의 개인사에 관해 떠들면서 스릴러의 맥을 끊어 놓는다.
그냥 칼같이 정확하고 유능한 의사라도 한마디만 하면 될 것도 굳이 10페이지에 걸친 응급환자의 수술 장면을 끼워 넣는 식이다.
뭐 좋게 본다면 전직 의사였던 작가의 의학적 지식에는 마음껏 감탄할 수 있었다.
확실히 응급 외과 수술실의 긴박감 넘치는 묘사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생생하고 날카롭기는 하다. 리얼리티가 충실하다 못해 넘쳐날 정도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읽을 수 없었을 뿐이지, 이런 타입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열광할 수 있을 것 같다.(이미 고전이 된 팀 오브리언의 '숲속의 호수'같은 작품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못 견디게 궁금해서 다 읽었다기보다는 이왕 읽기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었을 뿐이다.
두 권으로 분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번호부만한 두께의 한 권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태도는 고마운 일이다.(국내에서는 작가의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