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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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을 비롯하여 잭 니콜슨, 마틴 쉰 등 초호화캐스팅으로 리메이크된 '디파티드'.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로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지만, 원작 '무간도'와 비교하면 너무나 너저분하고 흠잡을 데가 많은 작품이다.

갱스터라면 으레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인지 별 의미 없이 잔혹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마틴 쉰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진 나머지 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이나 비감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점도 너무나 아쉽다.
게다가 알렉 볼드윈이나 마크 월버그같은 유명 배우는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그 비중이 미미하다.

이렇듯 '디파티드'는 꽤 잘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아쉬움들이 이것저것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양조위의 눈빛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꽤 선전하긴 했지만 우울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느껴지는 양조위의 눈빛은 그 어떤 헐리우드 배우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정성시'의 허우샤오시엔 감독도 양조위의 눈빛에 반해 대만어를 못하는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극중 인물 문청의 설정을 벙어리로 바꿨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확실하게 끝맺음을 해야만 하는 헐리우드식의 결말도 안타깝다.
'무간도'에서는 진영인과 황국장의 죽음으로 비밀이 묻혀버림으로써 (말 그대로) 홀로 무간지옥에 갇혀 버리게 되는 유건명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입경찰에 관한 영화라면 '무간도'의 리메이크작보다는 조니 뎁의 서늘한 눈빛이 잊히지 않는 '도니 브레스코'가 훨씬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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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3 - Saw 3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 토빈 벨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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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1편을 보고나서 신나게 욕했던 부분을 의식했는지 첫 장면부터 발이 묶인 등장인물은 구두를 벗어서 손이 닿지 않는 권총을 끌어당긴다.
1편의 억지스러웠던 반전을 나름대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는데, 보고 나니까 더 이해가 안 간다. 타이밍의 문제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데스터네이션' 3편이 1, 2편보다 훨씬 더 잔혹해졌던 것처럼 '쏘우3'도 인정사정없이 자르고, 찢고, 뜯어낸다. 심지어는 녹이고(!?), 비틀기까지 한다.
고어무비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관객들이 혼비백산할 정도로 세게 밀어붙인다.

마지막의 반전은 전편들만큼이나 극적이고 충격적이지만, 여전히 왜 그런 반전이 있어야 하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게임 오버"로 처리하기에는 너무 뜬금없는 결말 같기도 하다.

많은 팬들이 2, 3편을 1편의 사족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황당무계한 반전과 함께 허겁지겁 끝을 맺는 1편보다는 2편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는 2편보다는 3편이 좀 더 괜찮았다.
그렇지만 3편은 확실히 1편의 확장이나 업그레이드라기보다는 부연설명 내지는 사족에 가깝다.
직쏘라는 캐릭터만 그럴듯하게 부각시키고 작품의 배경과 프리퀄이 되었어야 할 내용, 작품해설까지 전부 직쏘의 입을 통해 줄줄 읊는다. 마치 타이틀의 본편과 서플을 한꺼번에 보는 것 같다.

줄거리 상으로는 불만이 많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천대받아왔던 사지절단과 피칠갑의 고어무비가 어떻게 대중들과의 접점을 찾는데 성공했는지의 관점에서 볼 때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사는 다음 할로윈 데이에 네 번째 속편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핵심 배우와 작가 콤비가 빠지기로 한 이상 별 기대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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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042 1
코테가와 유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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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대안으로 머릿속에 칩을 넣고 학교에서 봉사하는 실험이 실시된다.
7명을 살해한 사형수 042호 타지마 료헤이는 이 실험의 대상자로 선정된다.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사형수, 미인 아가씨와 사형수와의 사랑, 사형수와 사람들의 교감 같은 하이틴 순정만화에 수시로 등장하는 설정들로 밀어붙인다.

왜 이런 작품에 등장하는 사형수는 꼭 불가피한 사정을 갖고 있는 걸까.
원래는 순수했던 사람이 어떻게 일곱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일 수 있었는지 같은 삐딱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아마도 나 같은 독자는 이렇게 순진한 작품에 감동을 받기에는 너무 닳고 닳은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건들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흉악범 사형수가 둘이나 있는 곳인데 난동이 일어나도 나타나는 경찰은 찾아볼 수 없고, 아무런 반응도 말도 없는 두 번째 교체 사형수가 어떻게 실험 대상에 뽑혔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언젠가 끝이 오더라도, 굳이 의미 따윈 없어도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주인공의 멋진 대사들과 짧고 애잔한 사형수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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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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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의 마지막 권인 '로마 세계의 종언'은 '임페라토르'라는 호칭에 걸맞은 마지막 황제였던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이후 로마는 동, 서로 양분되고, 서로마제국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멸망하게 된다.
스틸리코같은 명장이 홀로 고군분투해보지만 해일 같은 이민족들의 이동을 저지하는데 급급할 뿐 쇠퇴의 흐름조차 늦추지 못한다.
결국 로마는 그토록 긴 역사와 광범위했던 영향력에 어울리지 않게 허망하게 스러진 것이다.

특이하게도 저자는 후기로마제국의 종교이자 세계인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불만과 빈정거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는다.
교회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소모적인 존재라고 단언하고, 제국의 단합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로 판단한다. 야만족의 침입보다 같은 기독교인과의 전쟁이 더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전성기 때의 로마 세계와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었던 기독교의 사고방식과 그로 인한 로마인들의 변화가 못 견딜 만큼 아쉬웠나 보다.
저자의 언급 중에는 터무니없는 비약도 있지만, 종교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이 로마제국의 쇠퇴에 일조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저자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책 속에서 비난받는 기독교가 억울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끝없이 따지고 본다면 무작정 좋은 것도 무작정 나쁜 것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부정 상속과 불법로비를 일삼는 기업들은 개개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자선과 봉사를 하고 있고,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의 시대에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쇠망기’를 읽는 재미는 ‘전성기’를 읽는 재미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15권의 이야기에는 찬란한 재능을 펼치는 화려한 주인공도 없고, 사료부족을 이유로 걸핏하면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한번 읽어보라고 굳이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로마인 이야기'를 함께 해 온 독자라면 이 마지막 권도 꼭 읽어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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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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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은 해당하는 근대 조선을 뒤흔들었던 살인 사건과 각종 스캔들을 정리한 책이다.
미신과 무지가 지배하던 근대 시대의 혼란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제법 흥미롭기는 하지만 논픽션 특유의 어수선함이 몰입을 방해한다.
첫 이야기인 유아 단두 사건부터 산만하고 좀 정신이 없다. 수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겹쳐진다. 매끈한 스릴러 소설처럼 모든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 속의 실제 일들이 원래 그렇게 진행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좀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치를 떨게 만드는 엽기적인 범죄들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설픈 수사는 읽는 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한다.

후반부에는 스포츠 신문에나 등장할 법한 추문 사건들을 다뤘는데, 어찌 보면 요즘의 스캔들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흥미롭다.
중앙보육학교 교장의 정조 유린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요지경 속으로 빠져든다.
박인덕 이혼 사건에 나온 글을 읽으면 21세기의 여성들 못지않게 물질적인 결혼관을 지닌 20세기 초의 신여성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이인용 남작 부부의 싸움은 조선 귀족들의 무능과 부패, 타락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요지경 같은 사건들은 21세기만의 특징이 아니며 예전에도, 사람 사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혼돈과 비루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가 보다.

마지막 이야기인 최영숙씨의 죽음은 당시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과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명예와 사랑을 버리고 조국을 택했던 인텔리 여성의 삶이 젊은 나이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
그녀는 왜 그렇게 시대를 앞서갔고, 이방인을 사랑했고, 자신을 원하지도 않았던 조국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일제의 홍보도우미였던 여류비행사보다는 최영숙같은 인물의 삶이 영화화되었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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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5-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그렇죠.

sayonara 2007-05-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