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의 마지막 권인 '로마 세계의 종언'은 '임페라토르'라는 호칭에 걸맞은 마지막 황제였던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이후 로마는 동, 서로 양분되고, 서로마제국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멸망하게 된다.스틸리코같은 명장이 홀로 고군분투해보지만 해일 같은 이민족들의 이동을 저지하는데 급급할 뿐 쇠퇴의 흐름조차 늦추지 못한다.결국 로마는 그토록 긴 역사와 광범위했던 영향력에 어울리지 않게 허망하게 스러진 것이다.특이하게도 저자는 후기로마제국의 종교이자 세계인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불만과 빈정거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는다.교회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소모적인 존재라고 단언하고, 제국의 단합을 저해하는 위험요소로 판단한다. 야만족의 침입보다 같은 기독교인과의 전쟁이 더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전성기 때의 로마 세계와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었던 기독교의 사고방식과 그로 인한 로마인들의 변화가 못 견딜 만큼 아쉬웠나 보다.저자의 언급 중에는 터무니없는 비약도 있지만, 종교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이 로마제국의 쇠퇴에 일조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솔직히 저자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책 속에서 비난받는 기독교가 억울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끝없이 따지고 본다면 무작정 좋은 것도 무작정 나쁜 것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부정 상속과 불법로비를 일삼는 기업들은 개개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자선과 봉사를 하고 있고,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의 시대에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하기도 하니까 말이다.―어쨌든 ‘쇠망기’를 읽는 재미는 ‘전성기’를 읽는 재미에 훨씬 못 미친다.게다가 15권의 이야기에는 찬란한 재능을 펼치는 화려한 주인공도 없고, 사료부족을 이유로 걸핏하면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한번 읽어보라고 굳이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로마인 이야기'를 함께 해 온 독자라면 이 마지막 권도 꼭 읽어보고 싶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