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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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은 해당하는 근대 조선을 뒤흔들었던 살인 사건과 각종 스캔들을 정리한 책이다.
미신과 무지가 지배하던 근대 시대의 혼란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제법 흥미롭기는 하지만 논픽션 특유의 어수선함이 몰입을 방해한다.
첫 이야기인 유아 단두 사건부터 산만하고 좀 정신이 없다. 수많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겹쳐진다. 매끈한 스릴러 소설처럼 모든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 속의 실제 일들이 원래 그렇게 진행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좀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읽어도 치를 떨게 만드는 엽기적인 범죄들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설픈 수사는 읽는 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한다.

후반부에는 스포츠 신문에나 등장할 법한 추문 사건들을 다뤘는데, 어찌 보면 요즘의 스캔들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흥미롭다.
중앙보육학교 교장의 정조 유린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요지경 속으로 빠져든다.
박인덕 이혼 사건에 나온 글을 읽으면 21세기의 여성들 못지않게 물질적인 결혼관을 지닌 20세기 초의 신여성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이인용 남작 부부의 싸움은 조선 귀족들의 무능과 부패, 타락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요지경 같은 사건들은 21세기만의 특징이 아니며 예전에도, 사람 사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혼돈과 비루함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가 보다.

마지막 이야기인 최영숙씨의 죽음은 당시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과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명예와 사랑을 버리고 조국을 택했던 인텔리 여성의 삶이 젊은 나이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안타깝다.
그녀는 왜 그렇게 시대를 앞서갔고, 이방인을 사랑했고, 자신을 원하지도 않았던 조국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일제의 홍보도우미였던 여류비행사보다는 최영숙같은 인물의 삶이 영화화되었어야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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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5-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그렇죠.

sayonara 2007-05-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