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지만 이야기가 이 정도로 중구난방 커지면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좀 미미했던 우라사와 나오키의 전작 '몬스터'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커진 사건들을 제대로 수습이나 할 수 있을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조금씩 단편적인 비밀과 음모 쪼가리를 던져주며 독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해진다. 15권에서는 교황 암살계획을 알게 된 이탈리아 신부가 등장한다. 드디어 교황이 일본을 방문하고 신주쿠에 들르게 된다. 교황 암살을 막기 위한 칸나 일행의 활약도 긴박감 넘치게 펼쳐진다. 그리고 만국박람회 무대에서 (독자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자칭 '사상 최대의 쇼'가 벌어진다. 휴머니즘 넘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드라마는 TV 속의 연속극만큼이나 극적이기 때문에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특히 칸나가 또다시 가부키쵸의 마피아들의 도움을 청하는 부분이나 교황과 니타니 신부가 처음 만나는 사연 등은 매우 인상적이다.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향해 달려가는 '20세기 소년'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온다. 막판에 이르러 칸나와 친구가 만나서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더니 키리코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의문의 인물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얀보 마보 형제가 새롭게 제작된 거대로봇을 들고 나타난다. 키리코는 인류를 구할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이미 연재 중반에 다 밝혀지고, 드러나고, 끝난 것 같은 친구의 정체는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도록 더 큰 의문과 사연을 펼쳐놓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다시 등장해서 친구에 대항한 싸움을 벌이지만, 이상하게도 주인공은 여전히 기타를 튕기며 음악을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친구와의 전쟁은 지루하기도 하다. 친구의 조작으로 인한 군중들과 광기와 난동도 이제 너무 자주 반복되어서 오히려 무감각해질 정도다. 어떤 식으로는 화끈하게 끝맺지 않는다면... 자꾸만 '몬스터'의 용두사미 결말이 생각난다.
14권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친구랜드의 버추얼 게임 속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긴박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약간 느슨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세계멸망에 얽힌 음모와 비밀은 계속된다. 요시츠네와 고이즈미는 친구의 머릿속을 탐험하기 위해 친구랜드의 버추얼 게임으로 들어간다. 그때 친구와의 추억에 젖어있는 만죠메 역시 버추얼 게임에 접속한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요시츠네와 고이즈미를 구하기 위해 칸나까지 버추얼 게임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1971년 개학 전날 한밤중에 과학실에서 동키가 봤던 유령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가 봤던 것은 기적이었고 그 기적이 2015년에 또다시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의문의 인물이 등장해서 거리를 활보한다.
12권은 그 어느 편보다도 충격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토록 기다리던 친구의 정체가 밝혀짐과 동시에 친구는 저격을 당해 사망한다. 친구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큰 사건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이다.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연재만화는 인기가 떨어지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밑도 끝도 없이 끝나버리지만 그건 '20세기 소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왔던 수많은 비밀과 음모, 끊임없이 독자의 가슴을 졸이게 하던 배반과 반전은 멈추지 않는다. 친구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의 바이러스는 다시 창궐하고 인류 멸망 계획은 착착 실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지금까지의 사건들은 더 거대한 음모와 더 심각한 전개의 전주곡이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칸나는 친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친구랜드의 버추얼 게임으로 향한다.
2시즌의 시작은 두 장례식 장면이 교차되면서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보레누스와 풀로는 또다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안토니우스의 명을 받아 로마의 어두운 세계를 평정하고, 옥타비아누스의 비밀재산인 금을 운반하기도 한다. 시즌1의 카이사르를 대신해서 역사의 정면에 등장하는 옥타비아누스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뒤틀린 심성의 냉혹함을 갖게 된다. 여전히 미워할 수 없는 악의 축 안토니우스는 여전히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군량이 떨어지면 직접 사냥을 나서기도 한다. 시간상 1시즌과 2시즌은 곧바로 이어지는데 이상하게도 옥타비아누스의 어머니 아티아는 약간 부은 모습이다. 안토니우스와 아티아의 안타까운 이별 장면은 가슴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이며, 추락을 계속하다가 종말을 앞에 둔 안토니우스의 운명 또한 무척 애잔하다. 특히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심금을 울린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시저의 노예, 포스카도 그의 죽음과 함께 자유인이 되는데 젊은 여자와 결혼하고 마약에 빠지는 등 그에게도 멋들어진 인생이 펼쳐진다. 이집트에서 도망칠 때 안토니우스의 유언장을 훔쳐오면서 역사의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1시즌에도 등장했던 클레오파트라는 2시즌에서도 비교적 비중이 큰데, 여전히 호감이 가질 않는다. 게슴츠레한 눈빛의 키 작고 통통한 아가씨가 과연 세기의 여걸이란 말인가. 1시즌에서는 대규모 전투를 시작하는 장면에서 바로 장군들이 투구를 벗으며 막사로 들어와 손을 씻는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2시즌에서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등장한다. 브루투스, 카시우스의 마지막 대결은 웅장한 전투장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멋진 드라마가 제작비 때문에 단 두 시즌으로 끝맺는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