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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트리스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일단 작가 댄 브라운의 데뷔작인 '디지털 포트리스'는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이 작품에는 역사적 사건과 유물, 가십에 관한 잡다한 지식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빈치 코드'가 팩션인 반면에 '디지털 포트리스'는 거의 완전한 픽션인데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테크노 스릴러다.
'디지털 포트리스'의 줄거리는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두 갈래의 이야기로 얽혀있다.
여주인공 수잔은 본부에서 악당의 정체를 추적하고, 남자주인공인 베커는 유럽에서 암호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는 잠깐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고 끊임없이 사건을 터뜨리고 수습해나간다. 각 챕터는 서너 페이지, 적을 때는 두 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정신없이 진행된다.
독자들은 긴장을 풀 틈도, 숨 돌릴 틈도 없을 만큼 이야기에 빠져든다. 마치 TV드라마 '24' 시리즈를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걸핏하면 반복되는 우연한 상황 때문에 긴장감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주인공이 막다른 궁지에 처하게 되면 뜬금없이 해결책이 나타나고, 찾던 사람은 갑자기 주인공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프로페셔널 킬러의 총알이 빗나가기도 한다.
이런 식의 우연과 행운이 쉬지 않고 계속된다.
특히 챕터69의 상황은 너무 속보여서 눈치가 빠르지 않은 독자라도 챕터70의 내용전개를 훤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가히 쌍팔년도 스타일의 스릴러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다만 버고프스키 원칙, 비글먼의 금고, 억지기법같은 독특하다면 독특한 소재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긴박감이 일품이다.
내용중에 등장인물이 스페인의 의료수준을 폄하하는 장면이 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읽는다면 무척이나 억울해 할 일이다. OECD국가 중에서 스페인의 진료수준은 4위인 반면에 미국의 진료수준은 20위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