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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만찬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저 고만고만한 작품들 중의 한편같다. 기발하고 재치넘치지만, 포와로와 제프(경찰)의 우왕좌왕하는 추리를 보고 있노라면 장편소설의 분량에 맞추기 위해 늘여버린 중편인듯한 느낌이 든다.
평소 남편을 죽일만한 동기와 의심을 함께 갖고 있던 유명 여배우의 남편이 실제로 살해당하면서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된다. 그리고 얽혀드는 또다른 살인사건들. 과연 그 여배우가 범인일까? 정말 그렇게 단순할까? 아니면 그렇게 간단히 여배우가 범인일 리는 없다는 독자의 생각이 맞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생각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어쩌면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뒷골목의 거지 부랑아가 알고 보니까 어떤 왕국의 황태자였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서처럼 바보같은 절름발이가 놀라운 능력과 비정함을 갖고 있는 카이저 소제라는 것처럼 말이다.
명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이런 반전이 재미있겠지만 소설에서는 왠지 배신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는 있으며, 크리스티 특유의 조금 밋밋한 유머도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프랑스의 도시 ‘파리’(Paris)로 알아듣는 에피소드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