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만든 역사적 만남들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34
이준석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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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일반 [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이준석, 이담, 2012

 

심리 상담을 하거나 정신분석을 받는다고 심각한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심리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데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보다 편하게 심리학의 혜택을 받는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심리학과가 개설된 대학에는 대부분 심리상담센터가 있다. 나도 그곳에서 정신분석을 받았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맞춰 매주 한 번씩 심리상담센터에 들렀고, 교수님의 공짜 정신분석을 1년 정도 받았다. 지금도 여건만 허락한다면 받고 싶다. 현실적으로는 자유롭게 상담시간을 결정할 수 없는 회사원이라는 것과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상담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상담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명성이 있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의 체계를 세우게 된 것도 어쩌면 비엔나의 돈 많고 시간 많은 귀족들의 지원 때문이었으니 현실적인 문제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서 있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용기를 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나처럼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한 번 정도는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심리학책 몇 권을 더 읽는다고 자기 치료를 할 수 없다.

 

내가 대학 시절 정신분석을 받은 것은 일반교양으로 심리학 입문을 수강하면서 프로이트의 책을 읽고 나서였다. 이 책에서도 소개가 되어있지만, 프로이트도 자기 정신분석을 했고 그의 딸 안나도 코헛도 정신 분석을 받고 정신분석가로 성장했다. 정신 분석은 심리학의 발전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심리학 발달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프란츠 메스머의 ‘최면치료’에서 시작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거쳐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 이르는 긴 여정을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다. 간략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프로이트 전집만 해도 17권이니 당연한 이야기고,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기에 심리학 이론을 얼마나 잘 압축해 놓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프로이트 저작과 같은 일급 서적은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읽어본 심리학책 중 가장 인상적이다.

 

하인즈 코헛은 심리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심리학은 인간이 그저 자신의 궁극적 의미를 달성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도구이며, 인간 정신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보다 심오한 과학입니다.” 코헛은 심오한 과학으로서의 정신분석은 본질적으로 ‘공감’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코헛의 주장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신 분석이 심오한 과학이라면 논증 가능한 결과가 존재해야 하며, 그 결과를 다른 사람이 논증하더라도 같은 값으로 도출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인간의 궁극적 의미를 제시하고 그것의 실천을 강조하는 종교와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에 저자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각각의 가설은 당대의 문화를 형성하는 사상과 개념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시대는 계속 변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사상이 열렸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심리적 경험이 나타났다. 구시대의 심리학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심리적 경험을 다룰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심리학이 필요하다.”

 

생활세계의 변화와 함께 심리학도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초월적인 종교보다 심리학이 고립되고 단절된 현대인들에게 더 많은 위안을 줄 수 있다. 심리학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지에서 나오는 사회적 편견을 우선적으로 극복해야한다.

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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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학교 2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4
제임스 패터슨 & 크리스 테베츠 지음, 김상우 옮김, 로라 박 그림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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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 제임스 패터슨, 미래인, 2012

 

어린 시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우리는 그 추억 속에서 좋은 것들만 찾아내려 한다. 그렇지만 되살아나는 것은 나쁜 기억이 더 많다. 굳지 정신분석학이나 종교를 빌려 설명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나쁜 기억은 끝까지 살아남아 삶의 일부를 구성한다. 과거의 삶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즐길 수는 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당신의 귀에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감방에 당신이 갇혀 있다고 할지라도,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을, 왕이나 가질 수 있는 그 소중한 재산을, 그 기억의 보물창고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릴케의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있는 말이다. 책의 형태로 묶여 있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릴케가 도움을 청한 젊은 시인에게 쓴 첫 번째 편지에 있는 글이다. 이 글을 이 책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의 주인공인 레이프 카차도리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앞서 출판된 1권은 읽지는 못했지만,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레이프가 어떤 아이인지 알 수 있다. 중학교 2학년인 레이프는 사고뭉치에, 이런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왕따다. 레이프 자신도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레오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머니가 직장을 잃자 레이프의 가족은 고향을 떠나 외할머니댁으로 이사를 한다. 그곳으로 전학 간 레이프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며, 레오와 함께 ‘뉴 라이프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지만, 난관에 부닥친다. 나쁜 습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어른들의 선입견과 학생기록부에 적힌 사소한 기록들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어쩌면 레이프의 어린 시절도 학교생활도 ‘왕들이나 가질 수 있는 그 소중한 재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일은 꼬이지만, 레이프는 희망을 품는다. 레이프는 재능이 있기에 ‘인생을 예술에 담고 예술을 인생에 담을 방법’을 찾는다. 레이프가 그 방법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은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소설은 그 끝을 알 수 있지만, 우리 인생의 끝은 알 수 없다. 단지 행복한 결말을 소망할 뿐이다.

 

예술이나 문학에 재능이 있다면 트라우마도 즐거운 기억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은 찰나에 불과하고, 나쁜 기억은 바위에 새긴 듯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쁜 기억을 지우려고 과거를 통째로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흔적만 남은 추억을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냈다. 중학교 2학년의 이야기라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부끄럽고 창피하고 고통스러웠지만, 물론 지금도 잠재된 트라우마로 남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와 똑같은 녀석이 있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재능이 없기에 내 추억을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레이프의 삶이 소설의 허구라지만,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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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2012-08-2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청소년 소설에도 관심이 있으시군요. 하긴, 그렇다고 말씀드리기에는 관심 분야가 워낙 다양하셔서..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을 좀 훑어보다가 익숙한 이름이 있어 들어와 봤습니다.

이준입니다. 2012-08-27 22:25   좋아요 0 | URL
청소년 소설과 일반 소설을 구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이것 저것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장선하 옮김 / 책만드는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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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설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장선하 역, 책만드는집, 2012

 

윌리엄 케인은 [거장처럼 써라]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헤밍웨이 문체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빠른 문장의 속도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마침내 노인은 돛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돛대를 들어 어깨에 메고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노인은 오두막에 도착하기까지 다섯 번이나 쉬어야 했다.” 이 장면은 사흘 동안 바다에서 사투를 벌인 산티아고가 빈손으로 돌아와 오두막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부분이 어떤 장면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서평을 읽고 상상해 볼 수도 있고,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더듬을 수도 있고, 앤소니 퀸이 주연한 영화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무미건조한 문장들에서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다. 비록 번역본을 읽었지만, 헤밍웨이가 만들어 놓은 이 문장들에서 나는 전율했다.

 

같은 책을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 읽었어도 사람에 따라 가슴 깊숙이 다가오는 문장은 다르고, 한 사람이 책을 읽어도 세월의 흐르는 만큼 느끼는 깊이도 달라진다. 이런 것이 고전이다. 세월이 지났어도 다시 읽고 싶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나에게 [노인과 바다]는 그런 책이다.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주인공 산티아고와 앤소니 퀸을 분리시키지 못한다. 어릴 적 주말의 명화에 본 앤소니 퀸은 나의 산티아고다. 그렇지만 가슴 깊이 다가오는 부분은 세월이 흐른 만큼 깊어지는 것 같다. 주말의 명화를 볼 때는 검푸른 바다가 나를 압도했고, 한창 젊은 시절에는 산티아고의 구차한 삶이 너무 싫었다. “좋은 일은 오래가는 법이 없지, 노인이 생각했다. 모든 게 꿈이었으면, 처음부터 물고기를 잡지도 않고 혼자 침대에 누워 신문을 읽고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지 않아. 노인이 말했다.”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 나아가는 산티아고가 존경스럽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이런 것이 고전을 읽는 기쁨 중 하나일 것이다. 고전만 읽어야 한다면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출판사들은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매일 같이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쳐버린다. 그렇지만 고전을 읽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고전을 만들기 위해서도 고전을 읽어야 한다. 독자도 작가도 눈높이를 높여 새로운 고전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우리는 오래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지만, 순수 한글 문학의 역사는 채 100년도 안 된다. 일본인이나 중국인 그리고 유럽인들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국어로 쓰인 고전들을 읽을 수 있다지만, 우리는 완벽하게 단절되어있지 않은가. 한문으로 된 우리 고전은 외국어를 번역하듯이 번역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다. 한글전용 세대에게 우리 한문 고전들은 외국 작품이나 다름없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말해 주고 싶을 뿐이다.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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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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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동화 [에스메랄다 산에서 인디고 섬까지] 글``그림 프랑수아 플라스, 솔, 2004

 

이 책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 중 2번째다. 이 시리즈는 세계사에서 있었던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짧은 이야기와 환상적인 삽화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다. 1권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저자가 의도하는 교훈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혼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이야기는 에스파냐 정복자들에 멸망한 잉카제국을 떠올리게 하는 다섯 도시 제국의 아틸랄마튈라크 원정대 이야기, 에스키모인들의 삶에서 착안한 얼음나라 낭가지크 이야기, 이스터 섬의 거석을 생각나게 하는 거인섬을 탐험한 존 맥셀커크 이야기, 다른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옹갈릴의 산적들에게 납치당한 타워아나 공주 이야기, 인도와 일본이 뒤섞인 인디고 섬을 찾아 떠나는 코르넬리우스 이야기가 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촘촘하게 창조된 환상이라기보다는 사실 한 토막과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다. 이것을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구전되어오던 신화나 설화에 바탕을 둔 것이고,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어떤 소설 또한 완벽하게 창조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자신의 창조물이라고 말하겠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작가가 들었거나 읽었거나 목격한 것이 무의식 속에 있다가 작가의 상상력과 결합해서 글로 표출되는 것이다. 어떤 책에서 이런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학생이 중국의 옛이야기 중에 우리나라의 [심청전] 너무나 유사한 이야기가 있어 그것을 주제로 논문을 썼고, 논문심사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는 조선 시대 어느 선비가 쓴 이야기 중에 카프카의 [변신]과 너무나 흡사한 이야기 있기에 [변신]의 원조는 조선시대 그 선비에게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들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문학을 전공하거나 넓은 의미에서 문학과 관련된 공부를 한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심청전]이나 [변신]을 원전으로 두고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찾아내어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를 연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 또는 소설의 원류가 이것이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원류로 따진다면,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나 고대 서사시에 안 나오는, 획기적인 이야기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과 같은 동화를 포함해서, 우리가 소설을 읽고 감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소재나 주제의 참신성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독자에게 익숙한 이야기라도 독자가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노력이 감동이나 교훈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웅갈릴들의 나라] 편이다. 이 이야기 끝부분에 저자는 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렇게 적어놓았다.

 

“알비나우스와 타위아나의 이야기는 장 샤르뎅 (파리에서 이스파한까지의 여행기)과 장 포토키 (코카서스와 중국에서)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이다.”작가가 영감을 받았다는 두 책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굳지 번역하면서 빼도 되는 것인데, 그대도 번역하고 출판한 번역자와 출판사 그리고 영감을 받았다고 쓴 작가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글을 통해서 말하려 했던 본질적인 문제는 가려진 채, 트위터에는 ‘문화권력’이니 ‘상징자본’이니 어려운 말이 등장하고, 거기다가 말만 많은 논객까지 나서서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재미도 중요하고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화책에서도 지켜지는 원칙,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을 가지고 싸우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안다면 뭐라고 할까.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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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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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프랑수아 플라스, 솔, 2004

 

이 책은 판타지 동화다. 환상의 섬 ‘오르배’에 있는 스물여섯 나라의 이야기가 알파벳 순서대로 진행된다. 총 6권으로 된 시리즈 중 이 책은 첫 번째 책으로 아마조네스, 바일라바이칼, 캉디아, 북소리 사막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작가는 ‘오르배’라는 환상의 공간에 알파벳 스물 여섯 자를 염두에 둬서 나라 이름을 짓고 거기에 어울리는 짧은 콩트와 화려한 그림들로 구성해놓았다.

 

이런 특이한 구성과 각 나라의 특이한 에피소드와 상상력을 충족시켜주는 삽화 때문에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 뒷면에 있는 화려한 수상경력이 허튼소리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정작 이 책을 즐기며 읽어야 할 아이들은 어떨까? 일단 책이 너무 크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는 책의 두 배 정도이다. 삽화를 전공한 작가의 세밀한 그림을 즐기기 위해서는 큰 책이 좋지만, 보관하기에도 가지고 다니며 읽기에도 조금은 불편하다.

 

이 시리즈의 구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알파벳의 시작인 A와 아마조네스, B와 바일라바이칼, C와 캉다아는 어느 정도 연결할 수 있지만, D부분은 북소리 사막이라고 번역해놓았다. 사막이 영어나 불어 모두 desert를 쓴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을까.

 

이러게 사소한 것들을 그냥 넘어가더라도,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을까.

 

아마존 여전사의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아마조네스의 나라 이야기,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했던 영화 ‘미션’을 떠오르게 하는 바일라바이칼 이야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철학소설 ‘캉디드’를 연상시키는 바다의 진주 캉다아만 이야기, 진시황의 병마용갱을 떠올리게 하는 북소리 사막 이야기.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이런 것들을 상상하며 이 책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 아이들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지는 문화적 차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의미들을 몰라도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그렇지만 부모와 함께 읽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의미들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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