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발사 창해 맑은내 소설선 11
전성태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또 하나는 내 영혼에 대한 정직함이야. 내가 그걸 잃어버렸다면 이 나라에도 오지 않았을거며, 너도 낳지 않았겠지. 넌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나약한 사람이 아니란다. 물론 나도 미워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아. 난 그사람들을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단다. 나를 왜 버렸을까? 나를 왜 배신했을까? 나에게 왜 그리 가혹했을까? 그래도 사랑의 순간에는 진실이 있었을 거야. 그것을 망각하니까 배신하고 상처도 줬겠지. 엄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굽이굽이마다 망각할 만한게 별로 없었어. 그 기억을 다 담아둬야 하니 견딜수가 없지. 운명이라는 게 다 내것이 아니었어. 단 하나 내 것인 것은 내 영혼의 자율성이야. 너처럼 세상이 날부도덕하다고 말하겠지. 그러나 세상의 많은 도덕은 인간의 영혼을 지키려고 태어났어. 그런데 의외로 영혼을 상실한 게 많단다. 도덕이 영혼의 세계에 있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 추락해 버렸어. 세상에 진정한 도덕이 있다면 나의 삶이 이랬을까?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누가 누구를 치고 그랬을까? 제 상처만 들여다보면 영혼이 죽게 돼. 또 남의 상처만 바라보면 역시 영혼이 죽게 돼"

 

                                                                             -전성태의 [여자 이발사] 중에서 (창해)-

 

프로필; 전남 고흥 출생. 199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매향梅香] [국경을 넘는 일].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신동엽창작상 수상.

 

 

 겨우내 꽤 여러 편의 소설집, 장편 소설들을 읽어치웠다. (이렇게 쓰고 나니 벌써 겨울이 다 지나간 듯한 느낌이 나고, 굉장히 열심히 책을 읽은 것 같지만 겨울이 다 지난 것이 아닌 것처럼 꼭 그렇지는 않다^^)

 비교 대상들이 되지는 않지만 가을 끝 무렵에 읽은 '여자 이발사'가 준 읽은 이의 행복감을 뛰어 넘은 책은 없었다.  오랫만에 다 읽어가는 것이 아까운 책을 만났던 것이다. 아직 책을 뒤적여도 저릿저릿함이 살아나는 페이지들이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독자로서 행복하다. 그동안 단편에서 보여준 긴장감이 장편에도 파닥파닥 살아있는 것이 좋았다. 꼭 이런 책은, 이런 행복한 느낌은 반드시 나눠야 한다. ㅋㅋ

  이스마엘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도 좋았다. 성석제의 [참말로 좋은 날]은 지금까지의 그와 다르긴했지만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또 뭐가 있었을까? 김언수의 [캐비닛]은 황당하면서 독특했지만 나에겐 어느덧 지루했고, 정이헌의 [달콤한 나의 도시]는 그녀의 단편들에 비해 달콤하지 않았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으니 대중적인 소설이 될 듯 싶다. 강기희의 [개 같은 인생들]은 나쁘지 않았고, 조정래의 [인간 연습]은 지난 번에 거론했으니 통과, 또 사서 읽은 것이 아까웠던 책도 몇 권 있지만 견해가 다를 수 있으니 그것도 통과. 아, 한창훈의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은 좀 달랐다. 그의 근래의 작들에 비해 부드럽고 섬세했지만 그의 다음 작품들 [홍합] [청춘가를 불러다오]가 훨씬 좋았다는 것을 역으로 알게 되었다. 겨울에는 비릿한 [홍합] 같은 장편이 읽고 싶어지는데... 

  다시 읽은 이태준의 [까마귀]와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지금 읽고 있는 현대문학상 수상집 [전기수 이야기]도 아직까지는 좋다. 근래들어서 나름 꽤 충실하게 소설들을 읽고 있는 편이다.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뿌듯~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라면 엎드려서 읽기 좋은 책 [여자 이발사]를 읽어보시길. 소감을 듣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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