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290
신용목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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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세월은 잠들면 九天에 가 닿는다

그 잠을 깨우러 가는 길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 많이 향하고

길 너머를 아는 자 남아 지도를 만든다


끌린 듯 멈춰 설 때가 있다

햇살 사방으로 번져 그 끝이 멀고, 걸음이 엉켜 뿌리가 마르듯 내 몸을 공중에 달아놓을 때

바람이 그곳에서 통째로 쓰러져도 나는

그 많은 길들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무지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작은 것들 날아와 길 잃고 퍼덕일 때, 발이 긴 짐승

성큼 마지막 길을 가르쳐주는


나는 너무 큰 짐승으로 태어났다



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문학과지성사)]

 

 

       

   

(사진출처; 네이버 포토 이미지)

 

 

 

이틀

여기에 갇혔다

싸아~ 하다

바람소리

황홀하다


이제

그 바람을 다 걸어 세상으로 나간다

 

길은

지도 속에는 없다


  

                  2005. 2. 22.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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