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을 벗어나보기로 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삶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과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설희
글을 디자인합니다. 10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이란 제품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쉽고, 인상 깊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일입니다. 글도 마찬가지로 주제와 독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매번 다른 재료로 삽화를 그린 독립 출판물을 만듭니다. 펜으로 그린 산사 안내서, 민화로 그린 홋카이도 여행서, 색연필로 그린 좋아하는 영화 소개서 등을 썼습니다. 지금은 레시피에 관심이 많아 또 새로운 재료를 탐색 중입니다.

선암사

산사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제일 먼저떠오르는 곳이 바로 선암사입니다.
건물은 고즈넉하며 자연은 반짝거립니다.
이곳에 오면 공간이 깊다는 것이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죠.
외국인에게 한국 고건축을 설명해야 한다면이곳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국 고건축의 특징이 많은 절이라고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암사는 건물이 많음에도 건물 간의 관계가자연스러우며,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리는가람배치(사찰의 공간 배치 양식)를 가지고있습니다. 공간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할 수있는 곳입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선암사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CNN이 선정한 ‘한국의가장 아름다운 사찰 33곳‘에 이름을 올렸으며열다섯 개 보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선암사의 중심 건물인 대웅전에는 특이하게도 어간문이 없습니다.
‘어간문‘은 법당 전면 가운데 문으로, 신이 드나드는 문이라 하여스님들만 출입합니다. 신도와 방문객은 이 문으로 다니지 않고법당 측면 문이나 전면 양 끝 문을 이용합니다.

불교가 탄압받던 시기, 일반인도 어간문으로 드나들자 선암사는 문에 턱을 설치해 어간문을 없앴습니다. 문에 턱을 두면 창문이 되어사람이 다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님이든 방문객이든모두 건물 양쪽 문으로 출입했죠.

이는 불교의 ‘연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연기란 ‘이것이 있으면 저것도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라는 의미입니다. 문제가 되면 없애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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