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도 슬픈
쓰는 일은 어렵고도 슬프다. 한 줄도 못 쓰고 있을 때는 어렵지만 쓰느라고 썼는데도 잘 못 썼을 때는 슬프다. 쓰는 일은어쩌면 나물을 삶는 일과 비슷하다. 마음속 불길이 거세거나여전히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기억이라면 글은 쉽게 무르고 바스러진다. 반대로 열망이나 진심과 거리가 멀어진 것들은 질긴 억지와 작위를 만든다. 점멸하는 죽음을 따라 벽제의 긴 언덕을 올라가는 일처럼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슬픈것은 떠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이 어느새 쓸만한 것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언덕은 언덕을 다 내려온 사람에게만 언덕으로 보인다. -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