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반드시 사회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는 바람과 원하는 때에 죽었으면 하는 기대는 동일한 의식의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죽음의 과정에서 동반되는 고통을 회피하고 싶은 의식이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의 권리로 표현되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 공통의 합의마저 이루어낸다면, 죽음의 때를 결정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궁극적 고통이 끝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Galaxy S26 Ultra - P170
단식존엄사는 일반적 자살과 달리 대개 오랜 숙고와 가족과 작별의 시간, 그리고 여러 날에 걸친 신체적 쇠락 과정을 동반한다. 이런 과정은 과잉 진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단식존엄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굶주림의 고통은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평온하게 임종을 맞는다고 알려져 의사가 개입해 약물로 고통을 제거하는 안락사와 구별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종교계나 보수적 법조계에서는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긴다는 면에서 본질적으로 생명을스스로 끊으려는 의도가 명백하므로 결국 자살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단식존엄사를 공식적인 합법 행위로 공표할 경우,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른바 ‘미끄러운경사면 이론‘에 따른 지적이다.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삶을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자살로 내모는 몰인정한 사회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안락사법을 일찌감치 제정한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 P174
에서는 안락사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안락사 허용 범위 역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안락사와 달리 단식존엄사는 법이나 종교 차원의 이슈라기보다 죽음을 맞이하는 한 인간의 자기 결단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은 듯하다. 그리고 안락사를 불법으로 규정한나라는 많지만 ‘먹지 않을 자유‘까지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아직없다. 대만의 재활의학과 의사 비류잉의 어머니는 가족이 동의한 가운데3주 동안의 단식 끝에 임종을 맞이했다. 비류잉은 2022년에 출간된 자신의 책 《단식 존엄사》에서 "어머니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히눈을 감았다"고 말하고 "하늘이 도운 덕분에 모두 순탄했다"고 썼다." 의사인 비류잉은 단식존엄사를 지지한다. 그는 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으며 죽어가는 환자의 삶이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환자가 그렇게죽어가는 이유 중에는 환자 본인의 의사보다 가족의 결정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비류잉에 따르면 스스로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가족의 심정은 모진 고문을 받는 것보다Lㅍ지마 서로간에 깊은 대화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다면 슬프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작별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 P175
우리 사회는 고독사 사태가 급격히 진행되는 동안, 그 본질을 사유할틈도 없이 대책 마련에만 급급했다. 이 죽음 속에 스며들어 있는 고독의 실체, 현상의 근원과 배후를 들여다보기보다 피상적인 해결에만 치중했던 것은 쏟아지는 보도 속에 들끓는 민심이 늘 정부와 사회를 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률 제정만으로는 무의식적인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이 고독사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처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제 고독의 얼굴을 하고 숨어 있는 ‘고립‘을 더 또렷이 응시해야한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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