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눈이면 훌륭하지
여름의 열기에 힘들어하는 남자의 입에는
봄바람이면 훌륭하지
항해에 나서려는 선원들에게는
홑겹 이불 하나면 그 무엇보다 훌륭하지
침대에 누운 두 연인에게는


상황이 맞을 때면 오래된 시구를 인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들은 것은 거의 기억하고, 온종일 귀를 기울이지만, 가끔은 그 모든것을 조리있게 하나로 맞춰낼 방법을 알 수 없다. 그럴 때면 나는 진실한 울림이 있는 듯한 단어나 구절에 매달린다.
한 세기 전에는 습지였지만 지금은 시장이 열리는 플라카 주변구역에서, 사람들은 나를 초바나코스라고 부른다. 양치기라는 뜻이다. 산에서 온 사람. 내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은 노래 한 곡 때문이 - P5

었다.
매일 아침 시장에 나가기 전에 나는 검은색 구두에 광을 내고 카우보이 모자에 묻은 먼지를 떨어낸다. 도시에는 먼지와 오염물질이 많고, 햇빛 때문에 그것들은 더 나빠 보인다. 나는 넥타이도 맨다.
제일 좋아하는 넥타이는 화려한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것이다. 맹인은 절대 외모에 무심하면 안 된다.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보석상처럼 옷을 입고, 시장에서 타마타(tamata, 그리스 정교에서 누군가에게 기적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기도와 함께 교회에 바치는 편액(扁額)-옮긴이)를 판다.
타마타는 손으로 만져서 그 위의 형상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맹인이 팔기에 적합한 물건이다. 양철로 만든 것도 있고, 은이나, 아주 가끔은 금으로 만든 것도 있다. 리넨처럼 얇고 크기는 신용카드만 하다. ‘타마(tama, 타마타의 단수형-옮긴이)‘는 ‘맹세를 하다‘라는 뜻의 동사 ‘타조(tázo)‘에서 유래했다. 맹세의 대가로 사람들은 하느님의 축복이나 구원을 기대한다.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은 칼이 찍힌 타마를 사는데, 이는 ‘제대할 때까지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는 바람을 표현하는 것이다. - P6

몇 주가 지났다.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 프랑스어를 말하는 게 들릴때, 심장이 새겨진 타마를 팔 때, 신호등에서 멀어지는 오토바이의바퀴 소리를 들을 때, 가끔씩 그럴 때마다 철도원과 그의 딸 니농이생각났다. 두 사람은 스쳐 갔고, 절대 머무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유월이 시작될 무렵, 무언가 달라졌다.
저녁이면 나는 플라카에서 집까지 걸어서 돌아온다. 맹인이 되고 나서 생긴 효과라면, 시간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지니게 된다는것이다. 시계는 쓸모없어진다(나도 가끔은 시계를 팔기도 하지만).
시계가 없어도 나는 시간을 분 단위까지 알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열 명의 사람을 정기적으로 지나치며 그들과 몇 마디 나눈다. 그들에게 나는 시간을 알려 주는 사람이다. 일 년 전부터 그열 명 중에는 코스타스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와 나의 관계는또 다른 이야기이고, 아직은 말할 수 없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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