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의 평화를 생각한다
정희진


선생이 싫어했던 사람


얼마 전 지인 A가 이른바 ‘높은 자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가 오래도록 바라던 일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외쳤다.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도할 사람이지!" 이 말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이 탄식(?)에는 A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경멸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실려 있었다. 심지어 그가 우리의 생활 반경을 떠났다는 안도감마저 담겨 있었다. 그렇다. 그는 아마도대한민국에서 가장 "의기意氣 방자 放恣한"인간 중 한 명일것이다.
‘의기 방자함‘은 신영복 선생의 표현으로, ‘의지가강함‘과는 결이 다른 말이다. 선생은 의지 대신
‘의기‘를 씀으로써 의지가 지나친 상태를 강조하였고, ‘방자하다‘에서 의기가 제멋대로인 태도를 드러내고자하였다. 방약무도榜若無道한 사람, 즉 도리를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이들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인간형은 진보 진영에도 있고 페미니스트 중에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본인은 정의를 위해서 행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정의는 자신이 ‘정의‘한 것이다. 언제나 세상을 망치는 것은 인간의 거짓됨이 아니라 옳다는 믿음이다. 올바르다는 - P123

확신과 의기가 만났을 때, 우리는 수많은 역사의 비극을 떠올리게 된다. 히틀러의 홀로코스트가 그랬고, 마오쩌둥시대의 문화대혁명이 그랬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의지가 필요한 ‘나약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에게 의기가 방자한 사람은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부러운 경우는 아마도 체력 때문일 것이다). 대개 의기가 방자한 인물은 악인이 많다. 아니, 나는 의기 자체가 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라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좋아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상에는 분명한 악이 있고, 악인이 있다. 의기가 방자한 사람은 존재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의기는 본래자신의 몸 외부로 향하는 투사적投射的인 성질을 갖기때문이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나의 동양 고전 독법 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3장 『주역』의 관계론‘을 논하는 부분에 나온다. 당신 말로는 "여담이라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근대성, 평화, 인간관계, 인간의 조건 등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보여 준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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