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소설쓰기가 깊은 애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처리하지 못했던 슬픔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며 소화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 과정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속 기억을 끌어내 어떤 애도를 가능하게 할지도 모르리라 희망했다. <벌새>는 내게 그런 영화였다. 붕괴된 성수대교의 모습을 찾아가 두눈으로 바라보는 은희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은희와 동시대를살아갔던 그때의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애도할 수 있는 영화를 비로소 만났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은희에게 이 영화는 결코 잊힐 수 없는 애도의 기억이 될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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