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경


1965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 P-1

소재를 선택하는 안목이 개성으로 확장되는 작가들이 있다. 김가경의 경우가 그러하다.
김가경은 소재를 알아보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눈을 가졌다. 소재 하나에 소설 한 편이꽃핀다. 소재에는 작가의 기질, 작가의 지향성 작가의 인간성이 스며들어 있다. 김가경의 인물들과 서사의 진정성은 그녀가 취하는 사람 냄새 나는 소재의 힘에서 비롯된다. 그녀가 이끄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살았을 법한 삶의 장면 속에, 무심히 지나쳐왔을 법한 삶의 세부 속에 문득 처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가가 마주보고 싶고, 두손을 맞잡고 싶은 짠한 사람들이 거기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비껴나 있는 마음들에 대한 그녀의 각별한 애정과 배려는 남루함을 다채로움으로 아스라함을 웅숭깊음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미덕은 우리가 소설에 기대하는 몇 가지 중 하나이고, 그 중심에 김가경이 있다.

 함정임 소설가·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 P-1

김가경은 마름질된 세상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타자를 우리의 감성과 지성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그러한 타자는 무플론이나 몰리모를 부는 사내처럼 참신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학적상상력을 동반하여 등장하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 (...) 김가경이 창조해낸 서늘한 감미로움 속에 떠오르는 여러 존재들은 우리 시대가 멀리 쫓아버린 타자들의 문학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소설은 새로운 빛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늘을가지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해설‘에서 
이경재 문학평론가·숭실대 교수 - P-1

작가의 말


소설을 써오면서 나는 수많은 문장과 수많은 인물을 낙오시켰다. 끊임없이 버리는 작업을 병행하며 소외시킨 이면의 존재들. 첫 소설집을 준비하다가 문득 그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해졌다. 며칠 전 거리를 걷다가 한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는 막 택배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감청색 회사 조끼에 요즘 유행하는 냉장고 바지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상태였다. 스물네다섯은 넘어 보였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해를 피해 칠월의 벚나무 아래로 뛰어들었다. 막상 그늘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지 나무 아래 선 그녀는 수줍고 부끄러운 표정이었다. 그 자세가 이상하게도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녀가 여느 사람들의 주파수를 갖지 않은 존재처럼 여겨졌다. 어쩌면 그녀 자신에게서조차 분리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좀 과한 상상을더해갈 즈음 그녀가 온몸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제 이야기 - P-1

가 들리나요? 무언가 간절하게 다음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내 안에서 작동하는 모든 채널을 꺼야 했다. 나를 꺼본 적이 없어 허둥대는 사이 그녀가 감쪽같이 그늘에서 사라졌다. 그녀와의 교신은 그렇게 끊겼다. 그들의 안부도 거기서 끝이 났다.
물밑으로 사라져간 그들 덕에 한 권의 소설집을 묶게 되었다. 이후 나는 내 안에서 내가 완벽하게 사라지고서야 그녀를,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8월
김가경 - P-1

수록 작품 발표 지면


다이아몬드 브리지 「한국문학」 2013년 여름호
라인 블록 ‘현대문학』 2012년 4월호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좋은소설, 2014년 겨울호배회의 기술 ‘도요문학무크」 8집 2015년 11월보리수 여인숙 부산일보 신춘문예 2009년
비둘기를 키우는 시간 문학에스프리」 2012년 가을호
여가를 즐기는 방법 「좋은소설」 2012년 봄호
첫눈 작가와사회」 2015년 겨울호
홍루 서울신문 신춘문예 2012년
회생 수련기 한국소설」 2012년 7월호 - P-1

그는 울프의 목줄을 느슨하게 잡았다. 의뢰인의 집으로 가기전 동네를 돌며 전단이라도 붙일 생각이었다. 골목마다 개 짖는소리가 들려왔지만 조련 문의 전화는 한두 건이 다였다. 성사된것도 N아파트 한 건이 고작이었다. 의뢰인은 초등학교 2학년 꼬마였다. 개를 조련하다 보면 주인 머리 꼭대기에 앉은 양 앞질러생각하고 행동하는 영악한 종들이 있다. 꼬마가 그랬다. 어린 녀석이 은근슬쩍 어른을 떠보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방문 시간을 확인하며 바닷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택가라 해도 한두 블록 내려오다 보면 이내 바닷가와 마주쳤다. 그는종종 아무 대책 없이 자신이 묵는 모텔을 지나쳐 바닷가까지 와버리곤 했다. 제대 이후 여기저기를 떠돌며 조련사 생활을 한 그에게 마당이 있는 집은 가당찮은 조건이었다. 소주 한 병 사들고신세 비관차 광안리 바닷가에 왔다가 여기다 싶었다. 울프에게 - P9

백사장은 초원과 다름없을 거였다.
그가 우연히 넘어지지만 않았더라도 이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셰퍼드가 달려들어 그의 허벅지를 사납게 물어뜯었다. 조련 첫날 녀석과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다 생긴 일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짱돌을 주워들고 녀석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누군가 그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었다는 것을 동영상이 퍼진 후에 알았다. 그 인간 탓에 인터넷은 물론 뉴스에도 나왔다.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지탄을받았을 뿐 아니라 조련협회에서 제적까지 당했다. 천방지축 견공들을 바른 생활로 이끈 그였다. 그의 손길을 거쳐간 많은 견공이 명견의 자리에 등극도 했다. 애정을 갖고 조련사로서 사명을 다한 그에게 동물학대죄라니. 그 이상 가혹하고 불명예스러운 죄목은 없었다. 이제 제대로 된 조련원에서는 그를 써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복날 개집이나 기웃거리는 개장수로 전락하고싶지는 않았다. 조련 생활 십여 년 만에 그에게 남은 거라고는 개에게 물린 상처와 울프뿐이었다. 그래도 경찰견 조련사로 있을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속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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