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서 외롭지 않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는 외롭다. 하지만 혼자 살아서 외로운 건 아니다. 나는 타인과 함께 살아도 더 깊이 외로울 수 있다는 걸 안다. 괴로움이 더해진 외로움은 비참하기까지하다는 것도. 적어도 지금 나의 외로움에는 비참함이 없다. 요즘 나의 외로움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익숙한 한기寒氣 같다. 겨울에 창문을 열어 틈틈이 환기해야 하는 것처럼, 적당한외로움은 정신을 깨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외로움이 찾아오면 나는 그 감정이 들어오도록 가만히 문을 연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손님은 손님이다. 그럴 때면 나는 담요를 두르•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처럼 외로움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외로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혼자 ‘여서‘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 ‘여도‘ 외로울 수 있다. 함께 ‘여서‘ 외로운 건 아니지만 함께 ‘여도‘ 외로울 수 있듯이. - P156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혼자 살기에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혼자 산다는 건 내가 나와 친해지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처럼, 오로지 혼자 있을 때만 발견할 수 있는 내 모습 또한 존재했다. 그럴 때면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게 옳고 그리고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그저 ‘그렇구나‘라고. 모든 감정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떠올리곤 한다. 그곳에는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나의 아이‘가 있다. 나는 그애를 보며 상실감을 느끼면서도 지금의 삶을 그 삶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이라는 한기가 깃들 때, 타인과 나눌 수없는 감정으로 마음이 힘들 때도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한다. 현재의 내 삶은 과거의 수많은 내가 아파하고 애쓰고 힘을 내어 살아왔기에 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P157
사람들이 타인의 외모에 대해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으면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분위기를 풀어야 할 때면 내 외모를 비하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가벼운 유머 소재로 나를낮춰 말하는 습관이 오래되어서였을까. 내 외모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앞서 의식하고는 그 사람이 느낄 법한 내 약점을 미리 말해서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이었을까. 누군가 자기 외모에 대해서 신랄하게 이야기할 때 나는 덩달아 내 외모를 검열하곤 했다. 내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유머랍시고 내 외모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을 때 사실상 나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자의식을 자극했던 것이다.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행동이 무례한 일이듯이 자기 외모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나는 내 얼굴이나 몸을 낮추고 평가하는 말을 더는 입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더라도, 아무리 가까운사람에게라도 더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기로 말이다. - P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