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1


이 땅에서 밟혀본 사람들은 알리라
꽉꽉 밟히고 또 밟혀
질겅질겅 밟혀
납작납작 엎드린 채
짓밟히며 키우는 것들을,
허리굽혀 뿌리내리며
떼로 엉켜 크는 질경이들. - P-1

질경이 2
ㅡ엎드려 절하며 쓰는 글


우리 나이로 여든
평생 농사만 지었다.
깎을 필요도 없는 손톱, 밑
세월의 때를 파내며
평생 농사꾼으로 살았다.
한 말 술 드날리던
면 단위의 씨름장사도 물리고
상쇠잡이 애비가 우세스럽냐?
신명도 한 자락 접어두고
평생 농사만 지었다.
모질던 땅 욕심, 자식 욕심
엉거주춤 괴춤에 찔러두고,
땡감을 익히는 가을 안개
구장터 흥건히 곡소리 자자한데
"야들아, 일없다"
고샅길 따라 비틀대며
꽃상여 타고나락밭에 가셨나?
우리 외할아버지
朴字 慶字 福字.
- P-1

질경이 3
ㅡ미쓰꼬 우리 이모


구식 농사꾼에게 시집간
구식 여자, 미쓰꼬 우리 이모
안팎이 나란히
차고 넘치는 인정 너남 읎어
줄 곳은 알아두 챙길 곳은 몰러
갈쿠리손으로 땅만 일구는
미쓰꼬 우리 이모.
소학교 때 부르던 이름 그대로
지긋지긋한 일복 그대로
목청이 좋아서 동네 카수
잔정이 많아서 동네 일꾼
생미나리 같은 자식들 앞세워
묘목밭에 가면
농협 이잣돈이 쑥쑥 자라야
접붙인 하늘도 쑥쑥 자라지
암 것도 없구, 그래서
암 것도 가릴 게 없는데
아직도 입을 가리고 웃는
구식 여인네, 미쓰꼬 우리 이모. - P-1

질경이 4
ㅡ버버리 강씨


사람들은 그를 더펄이라고 부른다.
이쁠 것도 고울 것도 없는
곰배팔이 마누라를 업고 춤추고
운동회에서 꼴찌를 한 둘째아들도 업고 춤추고
눈길만 마주치면 정월 초하루
강청리 상일꾼, 버버리 강씨를 보고
사람들은 더펄이라고 부른다.
절대 군말이 없는 버버리 강씨의 춤은
서글플 정도로 정겨운 몸짓이지만
사람좋은 강청리 상일꾼을 보고
사람들은 더펄이라고 부른다. - P-1

질경이 5
ㅡ경운이 성님


지발 잘돼야 헐 틴디, 우리 경운이 성님, 무신 놈의 팔자가 그런지 몰러. 첨부텀 천애 고아로 태어났는디, 큰아버지는 인민군으로, 아버지는 국방군으로 소식이 없어서 우리집에서 살었는디, 공부는 벨 취미두 읎구 그저 쌈판으로 댕기다가 주물공장으루,
의정부 기지촌 웨이터로 떠돌다가, 평생 꿈인 농사꾼 되자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는 땅 없는 농사꾼으로 아둥바둥 살다가 그예 빚잔치도 한번 허구 고향을 뜰까말까 하다가는, 다시 단위농협 트럭 운전사루, 품팔이꾼으루 몇 년을 버티더니, 그 무서운 피서객들도 잘 모르는 곳으로 들어가서는, 다시 땅강아지처럼 자갈산을 일궈서 사과 과수원을 만들었는다. 지발 잘돼야 헐 틴디, 우리 경운이 성님. 술두 안 먹구 일삼아 하던 쌈두 안 허구 그 바쁜 틈틈이 자식 농사도 실해선 이제 옛말허구 살 중 알었는디, 아닌 모양여.
지랄헌다구, 글쎄 올핸 사과값이 똥값이랴. 품삯빼구, 농약값 빼구, 또 당나구 귀 빼구 거시기 빼구말짱 허당이라. 썩을 것들, 독마다 그득히 사과술이 넘쳐나는데, 붸가 나서 술에 손두 안 대고선 애꿎은 - P-1

담배만 축내는디, 나는, 고집스런 성님의 어깨 뒤에서 사과술만 축내다가 코맹맹이 소리루, "성님, 잘될 테쥬?" 어쩌구 흰수작을 부리는데, 경운이 성님, 맥칼 읎이 피식 웃더니, "잘 안 되면 오칙헌대니,
씨팔, 다 절단낼겨"
성님 옆댕이에 앉아서 금강을 보니, 지랄한다. 금강이 나보다 먼첨 뻘겋게 눈자위가 무르던걸......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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