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심사평
나무들이 바람을 남기듯이 시간이 메아리를 남기듯이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듯이
불켠 듯 불을 켠 듯
해를 향해 가라 그림자는 늘 자신 뒤에 있을 것이니 그대는 행성이 아닌 항성
장래가 천천히 눈부셔지길 바란다 - P-1
저항
독수리는 바람의 저항이 없으면 날 수가 없고
고래는 물결의 저항이 없으면 뜰 수가 없다
사람은 어떻게 저항해야 살 수가 있나 - P-1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 P-1
교감
한 마음의 움직임과 한 마음을 움직이게 한 한마음의 움직임이 겹쳐 떨린다 물결 위에 햇살이 겹쳐 떨리듯 - P-1
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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