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들 내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타협은 곧 패배다‘. 이것이 내 생의 한 모토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연한 일이다. 비가 내리거나 폭풍이 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난 호랑이처럼 달려왔다. 어려운 일 있어도 내색하지 않기, 돈이 없으면 밥을 굶고 낮이나 밤이나 일할 각오가돼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나와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말이다. 지금 나를 보고 우아한 독신녀의 생활을 즐긴다고부러워하는 후배들도 있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철없는 말이다. 방을 얻기 위해 친척에게 빌린 돈을 갚으려고 나는 몇1년 동안이나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모른다. 그 동안내 생활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전쟁이었다. 그런 전투를 헤치고 나왔으니 당연히 부상도 많이 입었다.  - P9

영화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소녀시절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요는 사람들이 처음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가장 용이하게 사용하는 접근 수단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나 스스로도자신이 코뿔소나 멧돼지나 하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어울려 다니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고 고집이 세고 게다가 근시안이다. 학교에 다닐 때 나는 머리가 좋았다기보다는 노력하는 편이었고 사회에 나왔을 때는 운이 좋았다기보다는 좀미련하게 일하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이쯤 되면 열 명 중에세 명 정도는 입가에 비웃음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재도 아니고 절세미인도 아니고 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과의 친화력도 제로다. 그러니 무슨 행운이 따라오겠는가. 그리고 성격상 무임승차를 참지 못하는 결벽스러움이 문제다. - P21

실제로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한가한 시간이면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동물원 산책이다. 아직 이른 아침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습기 찬 동물원의 공기 말이다. 그러나아주 오랫동안 나에게 한가한 시간이란 것이 있었나? 물론나에게도 운이 좋은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별거 끝에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우리 집은 자식들이 혼기를 놓쳐서 결혼은 반드시 시켜야 한다는 뭐 그런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난 셈이 되었다. 집안이 어지러웠기 때문에 아이들은 제각각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정도나 얼굴을 보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나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교육을 받았고 가족들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으며 이제 내 앞에는 오직 내 힘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내 문제들이 다가올 뿐이다.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든 백화점에서 옷을 훔치든 아니면 아프리카에 가든 내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아직 감옥에 간 적도 없고 빚지지 않고살아왔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인가? 그래, 분명 보랏빛 인생은 아닐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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