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책을 보다가 엄마를 얼마로
잘못 읽었다
얼마세요?

엄마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는데,
책 속의 모든 얼마를 엄마로
읽고 싶어졌는데

눈이 침침하고 뿌여져서
안 되었다
엄마세요? 불러도 희미한 잠결,
대답이 없을 것이다

아픈 엄마를 얼마로
계산한 적이 있었다
얼마를 마른 엄마로 외롭게,
계산한 적도 있었다
밤 병동에서 - P12

엄마를 얼마를,
엄마는 얼마인지를
알아낸 적이 없었다
눈을 감고서,

답이 안 나오는 계산을
나는 열심히 하면
엄마는 옛날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줄 것이다

엄마는 진짜 얼마세요?
매일 밤 나는 틀리고
틀려도,
엄마는 내 흰머리를
쓰다듬어줄 것이다 - P13

봄, 고개


실제로 죄를 짓기도 하고 마음으로, 죄가 날 짓기도 한다 마음의 죄는 반쯤 흐린 날 구름들처럼 한량없다 나는 하늘의 배때기에서 오려내지 못할 구름이 없었고, 그것들과 무구히 뒹굴고 논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는, 달콤하고 괴로운 죄 구름 계산 구름 고민 구름 그러나, 온 힘을 다해도 도려내지 못할 구름 깊은 곳이 있었다 발버둥 쳐도 낳지 못하는 죄 어미의 쭈글쭈글한 알집, 죄 이전의 불가능한 죄가 있었다 힘없는 것들의 진정 힘없음을, 짧아진 봄이 실로 길다는 걸 늙은 악마처럼 안다 죄짓지 못한 기적의 아지랑이 같은 힘으로 따사롭게 연명하며 草根木皮. 그 고개를 또 넘어간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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