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愼達子.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1970년 「빨래」 「발」 「에레베타」로 문단에 나왔다. 주요작품으로는 「일기」「미로」 「미인계」 등이 있으며 이들 작품을 통해 조화할 수 없는 인간의 외로움과 숙명적인 상실을 노래한 여류시인이다.
뒷산
외로울 적에
마음 답답할 적에
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
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
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
돌아갈 것이 없는 빈 몸이다.
뒷산은 뒷산은 내 몸이다.
무겁게 끌어 온 신발의 진흙덩이
서리 감겨 살을 에는 하루의 바람
모두 모두 부려놓는
울먹이는 내몸이다. - P-1
오규원
吳圭原. 1941년 경남 삼랑진 출생. 동아대 법과를 졸업.『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한 이후로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그는, 일상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언어와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들로 가득찬, 그러면서도 우리가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삶의 뒷 모습까지도 예리하게 파헤쳐나가는 시인이다.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순례』『사랑의 기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땅에 쓰여진 서정시』와 시론집 『현실과 극기』『언어와 삶』 등이 있다. 현재 서울 예술 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 P-1
봄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가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