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0년에 올리버의 책 《마음의 눈》을 읽고 나서야 이 몇주간 있었던 일들의 시간 순서를 알게 되었다. 소철 입체사진을동봉한 나의 12월 편지와 새로운 시각적 발견을 묘사한 1월의편지는 올리버가 안구흑색종을 진단받고 겨우 몇 주 뒤에 도착했다. 그때 올리버는 눈의 종양을 없애기 위한 방사능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1월 5일 자 편지에서는 이런 힘든 상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이 편지의 맺음말이 올리버에게 어떤의미였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올해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06년은 과연 어떤 해가 될까요?" 2006년 2월 16일, 올리버는 내가 그날 <스테레오 수) 교정쇄의 어느 표현에 관해 질문한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왔다. 쉼표 하나의 위치가 잘못되어 문장 전체의 의미가 달라져 있었다. 이번TON VAHIND에도 올리버는 암에 걸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보다 커다란 글씨로 전부 대문자만 사용해서 편지를 타이핑했다. - P107
2006년 3월 10일, 댄 그리고 사촌들과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려고 맨해튼에 갔다. 그리고 공연 전에 그리니치 빌리지에있는 올리버의 사무실, 즉 내가 늘 편지를 보내는 바로 그 주소로 찾아갔다. 먼저 건물 안내원이 위층에 내가 도착했다고 알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리버의 사무실로 올라가자 그날 처음만난 케이트가 현관에서 나를 반겨 주었다. 그러고 나서 커다란목소리로 올리버에게 내가 왔다고 소리쳤고, 올리버는 안쪽에있는 문 뒤에서 매우 수줍어하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처럼내 도착을 거듭 알리는 절차가 꼭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몇 년 후에야 깨달았다. 올리버는 2010년에 출간한 《마음의 눈》에서 설명했듯 평생 사람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을 앓았던 터라, 우리가 최근 두 번 만났어도 나를 못 알아볼 수 있었다. - P111
<스테레오 수>가 발표된 후 올리버와의 우정이 서서히바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올리버는이미 내 삶에서 끊임없이 자극과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흥미진진한 것을 접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올리버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고, 이런 생각들은 종종 실제 종이 위의 글로 흘러나오곤 했다. 나는 멈추지 못하고 뻔질나게 편지를 보냈고, 올리버는 자신의 생각이나 쓰고있던 원고의 초안을 담은 답장을 보내 주었다. 게다가 <스테레오 수>에 쏟아진 반응은 내가 기대하거나 상상한 이상이었다. 올리버가 내게 안겨 준 새 이름과 정체성을, 나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니고 있다. 내 이야기로 사시인한 명만 도울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력 조건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받은 이메일이 지금까지 천 통이 넘 - P125
는다. 그 당시 나는 이 글이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영향력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미국공영라디오의 한 저널리스트였다. - P126
신스케 박사와 점심을 같이했다니 저도 기쁩니다ㅡ그가교수님에게 젓가락을 내려놓고 포크를 쓰라고 권했다는부분을 읽고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나와 처음 만났을때도 박사는 율레스를 아주 존경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에게서 연구의 마법이 사라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글쎄요, 어쩌면 조금은 사라졌을수도 있겠지요ㅡ어쩌면 어느 한 문제에 집중할 때는사라졌다가, 문제가 해결되어 모든 것을 더 넓은/깊은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되돌아오는 것은아닐까요. 어쨌건 교수님에게는 입체시의 마법이 전혀사라지지 않은 것이 분명하군요ㅡ그러니 (교수님의 모든편지에서 그렇듯이 마법이 교수님 책 전체에 열정을 불어넣을 겁니다.
올리버는 어떤 질병이나 장애를 이해하려면 과학과 심리학, 역사, 철학을 폭넓게 아우르며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책을 통해 내게 알려 주었다. 물론 사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눈이 정렬되지 않은 사람들은 심각한 인지적 문제 - P133
에 직면한다. 두 눈이 각자 다른 지점을 향하고 있기에 뇌에서로 연관성 없는 정보가 입력된다. 이렇게 상충하는 정보에서 어•떻게 하나의 세계상을 끌어낼 수 있을까? 모든 사시인은 저마다적응과 보상을 적절히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니 사시를 이해하려면 양안시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사시인들이 문제에 대처하거나 시력을 회복하는 다양한 방법까지조사해야 했다. 올리버가 우리 집을 찾아왔듯이 나도 여러 안과의를 찾아가의사 및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인 《주간 검안학 The OptometricWeekly》에서 사시에 관한 탁월한 글을 발견했다. 검안사 프레더릭 W. 브록이 이 잡지의 연재 기사에서 사시인을 위한 시력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한 것이다. 나는 브록과 그의 작업에 마음을완전히 빼앗겼고, 2006년 12월 29일에 올리버에게 편지를 보내이 모든 내용을 설명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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