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이 집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창밖의 초록을 그토록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우리가 이 집 말고 다른 집을 먼저 만났더라면. 그날 날씨가 그렇게 화창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그날 공인중개사는 ‘이 집을 마음에 들어한 다른 부부가 오늘 오후 가계약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며 두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곤 ‘여기 집주인이 건물도 많고 신용이 확실한 분이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말이니까. 말 그대로국가가 인증한 사람이 보증하는 곳이니까 괜찮으리라 믿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지 않았다면 수호는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텐데.‘ 한 번도입 밖에 내본 적은 없지만 지수는 수호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 집이 좋다고 한 사람도, 이 집에 살자고 한 사람도 자기였기 때문이다.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