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갈등을 손쉽게 무대하지 않으려는정직한 태도, 인위적 도덕을 가차없이벗겨내는 담대함 온기에 속지 않으려는치열함 소재가 저절로 작가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성해나가 그 소재들을 불러낸 것이다. 그것을 작가의 ‘신명‘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ㅡ이기호 소설가 - P-1

이 소설집은 ‘몰입‘의 파티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과 상황과 마음 들이다.
한 사람으로 한 세상을 품는 글들이다.
상황 속에 깊숙이 들어가 적확한 마음을
캐치해 나오는 그의 문장들이 선연하다.
책이 나오면 꼭 다음 문장을 적어 주변
감독님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ㅡ박정민 배우 - P-1

성해나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장편소설 ‘두고온 여름」이 있다. 2024년 혼모노로 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과 젊은작가상을, 2025년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 P-1

구름도 다 사라진 땡볕 아래, 판수도 악사들도 점점 지처가는 와중에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는 이는 오직 나뿐이다. 피범벅에 몰골도 흉하겠으나 시야가 환하고 입가엔미소까지 드러워진다. 신령 근처에라도 가닿은 것처럼 몸이 가뿐하고 신명이 난다. 장단이 빨라질수록 나는 고조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된듯.
장삼이 붉게 젖어든다. 무령을 흔든다. 잘랑거리는 무령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작두에서 내려오지 않던 신애기가 아연실색하며 나가떨어진다. 그애는 바닥에 주저앉아 휘둥그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황보와 그의 가족도 기도를 멈추고 나를 올려본다. 할멈도 이 장관을 다 지켜보고 있겠지. - P153

여긴 도대체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모르겠어.
삼층에는 여덟개의 취조실을 배치해야 했다. 공간을 설계할 때는 요령과 경험도 필요하나 그것만을 불가결이라 할 수는 없었다. 불가결은 상상력이었다. 무형의 공간에 선을 더하고 면을 채우고 종국에는 인간까지 집어넣는일. 그곳에서 살아갈 인간을 위한 자문자답은 기본이거니와 미학과 독창성까지 살리는 일. 그것이 건축가가 갖추어야 할 불가결이었다. 한데 이 취조실은 채우면 채울수록 공허함만 커졌다. 건축의 본질이나 사명, 순수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가라앉고 이제는 세속이나 명욕 같은 불순물만 남았다고 여겼던 여재화였지만, 이 공간과 이곳에서 머무를 이들을 상상할 때면 잊었던 초심이 저변에서서서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건축 위에 사람이 있다고 믿었던 한 시기가 서서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
- P180

그가 눈을 뜬다. 철문 옆에는 건물의 연혁과 발주처등을 음각으로 새긴 정초석이 놓여 있다. 경동수련원.
1980년 완공 1983년 증축. 그 말미에 내무부 장관의 이름과 함께 설계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구보승. 남자는 정초석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쓸어내린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경동수련원이 아닌 구의 집으로부른다. 건축가에 얽힌 소문 역시 여전히 무성하다. 그의재능을 질투한 스승이 그를 독살했다는 설, 폐결핵으로서른이 되기 전 요절했다는 설, 한국 건축의 미래를 비관해 일찌감치 일본으로 떴다는 설, 건축가의 성을 따 그 건물을 ‘구‘의 집이라 부른다는 것도 속설 중 하나다. 이 건물이 어떻게 구의 집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남자는 알지못한다. 건물의 이름은 그의 스승인 여재화가 붙였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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