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쓰기는 독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글쓰기에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타자와의 소통이 되어야 하죠. 그 타자가 나 자신일 때는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고, 사회적인 자소서처럼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이라면 그 사람과의 원활한 소통을 글쓰기의 목표로 삼아야 해요. 꼭 명심할 것은 사회적 자기소개서의목표는 이 글을 보는 타자를 배려해야 하고, 고려해야 하고, 그 사람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 P247

매끄럽게 글을 쓰는 것과 번지르르하게 쓰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자소서는 여러분의 표현 능력과 센스를 보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정성스러움도 봅니다. 자소서의 특징을 알고 짜임새 있게조직했다는 사실을 구조와 문단에서 보여줘야 해요. 인사담당자는 글을 보면서 조직 생활을 잘할 친구인지, 논리적인 친구인지,
핵심을 잘 파악하는 친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글은 주인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최대한 정성을 들여서 쓰면 분명 이로운 점이있을 겁니다. - P258

자소서도 마찬가지예요. 오타가 있는지 꼭 확인하셔야 해요. 오타보다 더 심각한 실수도 있습니다. 회사 이름을 잘못 쓰는 겁니다. 설마 그런 사람이 있냐고요?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종종 합니다. 제 이름이 나민애인데 학생들이 제 이름을 나인애, 나민예 등으로 바꿔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메일을다 읽기도 전에 기대감이 와장창 깨져요.
어떤 학생이 A전자에 자소서를 넣었어요. 꼭 다니고 싶다는말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화를 썼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예전부터 B전자제품만 쓰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예전부터 백색가전은 B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썼다면 어떨까요? 수많은 회사에 원서를 넣었고, 회사 이름만 바꾸다가 이런 실수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겠죠. 안 뽑고 싶을 거예요. 그러니까 자소서를 쓴 다음에는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는 퇴고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 P259

구하기 시작했을강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제가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무서웠습니다. 그래도하긴 해야 하니 카메라를 앞에 두고 셀프 촬영을 했습니다. 이후에 촬영한 내 목소리를 듣는데 소름끼치고, 영상 속의 내 모습이뚱뚱하고 못생겨 보이더라고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촬영하고, 열심히 봤습니다. 보다 보니까 점점 나아지더라고요.
다음엔 녹음기를 사다가 제 말을 녹음했습니다. 먼저 초 단위로 강의 스크립트를 썼습니다. 그리고 3분짜리 5분짜리 스크립트를 외우고 심지어 농담까지도 외웠죠. 그걸 녹음하고 다시 듣고또 녹음하고 다시 듣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누구나 실력이 늘어납니다. 저처럼 내향적인 사람도 발표를 잘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기만 한다면요. - P270

발표를 할 때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시선 처리입니다. 한 사람 한사람 눈을 바라보는 거죠. 엄청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강의실에서 학생들 한 명씩 눈을 봤는데 그러면 저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의 고개가 파도타기처럼 다다다다 숙여집니다. 선생님은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저같은 소심형 인간은 상처가 무섭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빈 책상에 놓인 가방을 보고 얘기하거나 학생들 노트북에 붙여진 스티커를 보면서 이야기합니다. 허공을 보면서 얘기할수는 없잖아요. 시선을 마주치는 게 굉장히 에너지 소모가 크더군요. 그럴 때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쳐다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리고 좀 익숙해진다 싶을 때 눈을 조금씩 맞춰 보는 거죠. - P271

목소리 톤도 중요합니다. 앞에서 발표할 때는 의도적으로 톤을 낮춰서 시작하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당황하면 목소리 톤이 높아집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더 낮게 시작하세요. 음계로 따졌을때, 평소 내 목소리가 ‘미‘ 톤이라면 발표에서는 ‘도‘에서 시작하세요. 그래야 ‘솔‘에서 끝납니다. 평상시 ‘미‘ 톤인데 긴장해서 ‘미나 ‘파‘에서 시작한다면 초음파 돌고래 톤으로 끝날 거예요. 듣는 사람도 당황스럽고 본인은 더 당황스럽겠죠.
그리고 단어와 단어 사이에 잠깐씩 쉬어주는 것도 팁입니다. 급하다고, 부끄럽다고 쉬지 않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말과 말 사이에 휴지를 넣어주는 거예요.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말과말, 문장과 문장 사이의 속도를 조절하면 발표자가 안정되었다는인상을 줍니다.
이렇게 말하면 발음도 좋아져요. 제가 사실 발음이 좋은 편은아니라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넣어줘서 보완하곤 합니다. 시선, 목 - P271

소리 톤, 속도, 말할 때 이 세 가지를 적절히 조절하면 이사님 앞에서 발표를 하든 면접관과 심층 면접을 하든 크게 당황하지 않을수있어요.
마지막으로 자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에 나와 서는 순간, 청중들이 보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발표자의 뒤통수입니다. 만약 피피티를 설명하는데 몸을 완전히 돌리고 등만보인다면 어떨까요? 청중들이 불편할 수 있겠죠. 그러니 해야 할말은 미리 다 외우는 게 좋습니다. - P272

내가 대답을 못 할 질문이 들어왔을 때도 우아하게 반응해야합니다. 우선 버퍼링 시간을 가져보세요. 바로 받아치지 마시고 3초정도 ‘음‘ 하는 생각의 버퍼링을 거치고, 그다음에 "네,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저쪽에서 나에게 싸움을 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참 좋은 질문이네요"라고 말하는 거죠. 그다음에, "그 질문의 내용을 보완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감정을 잘 조절하며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질문에 반드시 즉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미루고 현명한 대응을 추후에 마련하세요. 이런 여유의 전법이 필요할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 P273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항상인문학적인 인간으로만 살 수는 없죠. 모든 글을 다 잘 쓰고 싶지만 잘 안되더라도 메일 등 공적인 글쓰기로 소통을 잘하면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궁금했지만 사실 누구에게 물어보기 애매했던 부분들까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는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생활 속에서 늘 만나왔던 글쓰기에 대해 되돌아보고, ‘나는 제법 잘 써요‘라는 성취감 속에 사시면 좋겠습니다. - P273

책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독후감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독후감과 서평은 조금 다릅니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의 차이죠. 독후감은 독후감대로 의미가 있고, 서평은 서평대로의미가 있습니다.
독후감은 영혼을 성장시키는 글입니다. ‘그 책을 읽었더니 나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어요‘, ‘책을 읽었더니 내 심장이 이렇게 반응했어‘ 이렇게 심장의 말을 쓰는 것이 독후감입니다. 서평은 독후감에 비해 조금은 지적인 영역이에요. 심장이 한 말을 바탕으 - P279

로 하되 머리가 이성적, 지적,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쓴 글이죠.
영혼의 성장은 누구의 문제일까요? 나 자신을 위한 문제입니다. 독후감은 나를 위한 글쓰기예요. 여기 민지라는 친구가 기후위기로 열병을 앓는 지구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가정합시다. 민지는 에어컨을 오래 틀었던 일을 반성하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지않은 일을 반성하고, 에너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을 반성하며, 이제부터 환경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실천도 계획하죠. 이것은 개인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서평은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읽었는데요, 내가 쓴 글이여러분에게도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의 글입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글쓰기죠. 독후감은 독자가 없어도 돼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글쓰기니까요. 하지만 서평에는 독자가 있습니다. 서평은 글을 쓴본인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예비 독자들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 P280

독후감에서는 개인의 과거가 중요합니다. 내가 어떻게 읽었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그래서 읽은 나의 소감을 강조하고, 나개인적인 반응을 적고, 이런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반대로 서평은 우리의 현재가 중요합니다. 지금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주는 글이니까요. 그래서 독후감보다 보편적인 반응을 예상하며, 내가 파악한 가치를 남과 공유합니다. 즉, 독후감이 나에게 집중하며 나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개인의 글쓰기라면, 서평은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나누는 글쓰기입니다. - P280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서평을 쓰면 ‘이 책이 내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때문에 인생 독서를 하게 되죠. 내 영혼의 서가에 책을 꽂는 겁니다. 서평을쓰려면 오래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분석까지 하니 추론 능력이 높아집니다. 읽기가 배우는 ‘학의 영역이라면 서평쓰기는 익히는 ‘‘의 영역입니다. 두 가지가 합쳐져서 비로소학습이 되고 공부가 완성됩니다.
서평을 읽으면 책을 안 읽은 사람도 본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최신 트렌드를 알고 싶지만 책을 다 사서 읽을 수 없다면 그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서 읽어보세요. 또는 책을 읽었는데 이해가 안 될 때도 서평 읽기는 유용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서평을 읽으면 희미했던 점이 뚜렷해지고,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도알게 됩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도 그렇잖아요. 어려운 영화를 본 후 이해가 잘되지 않을 때 영화 평론을 찾아보면 그 장면이 그 - P281

런 의미였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처럼요.
서평을 많이 읽고 쓰면 다른 텍스트를 분석하는 능력치도 향상됩니다. 특히 전문 서적이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레벨이 상승하죠. 읽기로는 정리가 안 될 때 글로 쓰면 정리가 됩니다. ‘남이 쓴 한 권의 책이 내가 쓴 한 페이지의 글‘이 되었을 때 그 책은 내책이 됩니다.
서평은 독후감을 잘 써본 사람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독후감에 너무 빠져 있으면 서평을 쓰는 데 불리해집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서평엔 독후감적인 부분이 존재합니다. 독후감을 쓸때 어떻게 쓰나요? 내가 이 책을 왜 읽게 됐는지 이유를 쓰고 줄거리를 쓰죠. 그리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서 소감을 붙입니다. 이런점은 서평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읽은 책의 줄거리와 느낌이 서평에 들어가죠. - P282

다만, 서평은 이것만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독후감과 유사하지만 ‘읽었노라, 즐겼노라, 느꼈노라‘만 쓴다면 서평이라고 할 수없습니다. 서평에는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평가, 장점과 단점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들어가야 합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조사도 필요하죠. 분석을 하려면 경험도 있고 데이터베이스도 풍성해야 합니다. 뭔가 알고 배운 사람이 분석을 잘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독후감 쓰기를 추천하고 성인에게는 서평 쓰기를 추천합니다. - P282

서평은 의외로 배우기 쉬운 글쓰기입니다. 이건 일종의 장르 글쓰기라서 문법이 존재하거든요. 장르 글쓰기란 여기에 어떤 내용이들어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글쓰기입니다.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이 존재하죠. 어떤 약속이 있냐고요? 이 책을 안 읽은 사람들에게 모종의 도움을 줄 거라는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검색창에 책 제목을 넣고 서평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 P283

생각할까?‘, ‘나는 이렇게 판단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판단할까?" 이런 걸 알고 싶어서 찾습니다. 또는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어떤 책인지를 알고 싶을 때도 서평을 찾아보게 됩니다. 그 책에 대해 알고 싶을 때도 서평을 읽으면 책의 대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습니다.
안 읽은 사람도 어느 정도는 읽은 듯 만들어 주는 게 서평의 규칙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장단점이 있고, 여기에 주목해야 하고, 여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서평이 뭔지 아는사람이 다른 서평을 찾아서 검색하고, 서평이 뭔지 아는 사람이 규칙에 맞추어 서평을 쓰는 겁니다. 서평의 독자는 책의 예비 독자들입니다. 고객이 분명한 글쓰기라는 것이죠. 그래서 서평을 장르 글쓰기라고 하는 겁니다. - P284

서평의 중반부는 줄거리로 시작합니다. 줄거리 요약이 나온다? 서평 좀 읽고 써본 사람들은 ‘척‘ 하고 알아듣습니다. 이제 앞부분이 끝나고 중간 부분이 시작된다는 것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줄거리를 요약하겠다‘는 말은 쓰지 마세요. ‘여기가 바로 책의 내용이야‘ 이런 얘기도 필요 없어요. 그냥 줄거리 요약이 시작되면그게 중반부의 시작이 됩니다.
단, 줄거리는 길게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줄거리 요약이 길면 내가 분석하고 판단한 장점과 단점에 대해 논할 분량이 줄어듭니다. 어디까지나 줄거리의 ‘요약‘입니다. 요약은 간략하게 쓴다는말입니다.
좋은 비평문을 쓰려면 책을 장악해야 합니다. 내가 이 책을 장 - P287

악했는지 아닌지 셀프 점검하려면 이 책을 한 문단으로 깔끔하게요약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서평의 줄거리는 짧고 굵게, 분명하고 깔끔하게 한두 문단 정도로 쓰면 됩니다.
요약을 마무리했다면 이제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딱 3개만 찾으세요. 직접 인용을 할 부분입니다. 왜 3개냐고요? 10개, 20개도 찾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나도 안 중요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을 선택해서 고르는 일도 중요한판단입니다. 뭔가를 발췌하고 인용했다면 왜 그게 중요한지를 쓰세요. 이 부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특징을 보여주는지, 어떤 상징이 있는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쓰는 거죠. 줄거리와중요한 부분, 중요한 이유. 여기까지가 서평의 중반부입니다. - P288

내가 준 별을 문장으로 표현해 보세요. 어떠어떠한 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어떤 점에서 긍정적이다, 무엇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총평을 내리세요.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지 쓰는 겁니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 번아웃이 온 사람,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 등이책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으면 마지막 결론이 완성됩니다.
조금 모자란다 싶으면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혹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가치를 제시하고, 연계 도서 등 확장할수 있는 유형을 제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 P289

이런 구조가 서평의 가장 흔한 패턴입니다. 물론 변주도 가능합니다. 누가 읽으면 좋을지 대상을 서두에 밝혀도 좋고, 줄거리를 글 맨앞에 써도 좋습니다. 서평 쓰실 때는 이런 점을 꼭 기억하세요.


°서평이란 책을 직접 읽고 쓰는 것이다.
°책만 대상으로 쓰지 않고 저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쓴다.
°단 한 줄이라도 나의 ‘판단‘이 있다면 성공이다. - P289

저자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면 그의 어마어마한 이력 때문에 비판적인 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서평에 장점만얘기해야 할까요? 아니면 단점만 얘기해야 할까요? 그저 자신이본 것만 쓰면 됩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더 없어도 될까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얹어도 됩니다. 저자는 열린 마음으로 책의 장점과 단점을 귀담아들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책이 본인한테 좋았으면 ‘나한테 좋았는데 당신한테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쓰고, 이 책의 어느 부분이좀 아쉬웠으면 ‘이 부분이 아쉬운데 당신한테도 좀 아쉽지 않을까요‘라고 쓰는 거예요. - P290

장점을 쓸 때는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어느 부분이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점입니다‘라고 쓰는 겁니다. 소설이라면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은 부분은 어느 부분입니다, 그부분은 우리에게 이러한 울림을 줍니다‘라고 쓰는 거죠. 실용서라면 ‘독자들에게 가장 큰 효용이 되는 부분은 어디이고, 이 부분의지표가 효율적입니다‘라고 쓸 수도 있겠죠. 이런 장점 찾기가 서평의 분석이 됩니다.
어떻게 이런 특징을 잘 찾아낼 수 있을까요? 대게를 먹을 때살을 잘 파먹으려면 포크 같은 기다란 꼬챙이가 필요합니다. 도구 - P290

가 있어야 살을 효과적으로 많이 긁어낼 수 있잖아요. 책도 비슷합니다. 중요한 부분을 골라낼 때는 미리 이런 문장을 적어놓고 시작해 보세요.
‘주목할 부분을 한번 찾아보자.‘
‘감명 깊은 부분을 찾아보자.‘
이렇게 써서 포스트잇으로 붙인 후 찾으면서 읽으면 훨씬 잘보입니다. 중요한 부분과 특징을 뽑아야 책에 대한 장악이 가능하고 남한테 도움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의도적으로 저런 문장의도움을 받으세요.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기도 하거든요.
장점 쓰기보다 어려운 것이 단점 쓰기입니다. 내가 단점을 써도 될 수준인가를 고민하진 마세요. 단점이 보이면 쓰는 겁니다.
단, 단점이 없는데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단점을 못 찾아내면 저자에게 지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보이는그대로, 특징적인 부분을, 그것이 좋든 나쁘든 밝히는 게 서평의 분석입니다.
만약에 어느 부분에서 책의 허점을 
발견했다면 이렇게 쓰세요. ‘어떤 점이 아쉽다‘ 혹은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좋은 저작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등이 단점을 서술하는 서평의 전형적인 표현입니다. - P291

주제적인 제목, 즉 가제를 정하고 그 가제를 따라서 한 편의 글을완성했다면 이제 최종 제목을 붙일 시간입니다. 최종 제목 쓰기가 진짜 어렵습니다. 글쓰기 수업의 심화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제목에 대한 겁니다. ‘어떻게 하면 제목 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저는 최종 제목을 짓는 네 가지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식 외에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저는 네 가지 공식 중에서 하나를 골라 적재적소에 쓴다면 제목 쓰기의 난관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P309

내가 쓴 글이 읽는 사람에게 훅 들어가길 원한다면 돌직구 제목을 선택하는 게 좋겠죠. 새벽 감성으로 촉촉하게 썼다면 감수성 제목을 생각해 보세요. 지적이고 학문적인 분위기를 주고 싶다면 모범생 제목을, 다른 사람들에게 트렌디하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다면 이상한 스타일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 넷 중에 여러분이 쓰실 만한 게 하나는 있겠지 싶어서 이렇게 제목을 만드는 공식을 준비해 봤습니다. 제목 짓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이 넷 중에 하나를 실천해서 본문에 맞는 제목을 찾길 바랍니다. - P315

글쓰기를 땅에 글자라는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제목을 심는 곳이 가장 비싼 자리입니다. 정말 비옥하고 좁은 자리이기 때문에 선별한 단어만 잘 배치해야 합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금싸라기 땅이 바로 제목의 자리죠.
가제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도 있지만 수식어를 덧붙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옳은 끝맺음으로써의 최종 제목도 만드는 데 전략이 꼭 필요합니다. 제목 하나를 어떻게붙이느냐에 따라 본문이 활짝 피느냐, 조금 흐려지느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 P317

우리는 일상에서 제목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 쓰기를 굳이 배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일상에 제목의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광적으로 메모를 하는 편인데요, 날마다 오늘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일기를 씁니다. 다이어리 꾸미기도 퍽 좋아해요. 오늘 일과 감정을 자세히 쓸 시간이 부족하면 간단하게나마 메모를 남깁니다. ‘이상하지만 기분은 좋았던 날‘, ‘구름이 예뻐서 사진을 남겼던 날‘, ‘올해 석양이 제일 예뻤던 날‘, ‘아이들이 속 썩여서 많이 힘들었던 날‘, ‘남편하고 싸운 두 번째 날‘ 등 이렇게 쓰죠. 이런 글들이 저의 하루를 마감하는 제목이에요. - P317

저는 하루를 잘 마감하고 제목으로 남겨서 일기에 묻어두고 잊어버려야 다음 날을 잘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에도 제목을 붙일 수 있어요. 카페에 한두 시간 있었다면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마시고 카페에서 보냈던 시간에 대해 제목을 붙여보세요. 그 제목이 모이면 오늘 하루의 제목이 됩니다. 하루의 제목이 모이면 1년의 제목이 되고, 70년, 80년 쌓이면 우리 인생의 제목이 됩니다. 여러분도 하루를 잘 살고 마치면서 ‘오늘의 제목‘을 달아보세요. - P318

여러분과 저는 한 편의 책을 쓰듯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저자요, 작가입니다. 우리는 그 여정 중에 잠깐 만났습니다. 작은 하이파이브 같은 책을 마무리하면서 여러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맨 마지막 날에 우리가 우리의 책장을 덮을 때 좀 뿌듯한 제목이 달리기를, 당신이라는 책의 멋진 제목을 응원할게요. 결국 국어는 그 제목 하나를 위해 배우는 거 아닐까요.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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