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달다


바다 오후 두시
쪽빛도 연한
추봉섬 봉암바다
아무도 없다.
개들은 늙어 그늘로만 비칠거리고
오월 된볕에 몽돌이 익는다.
찐빵처럼 잘 익어 먹음직하지
팥소라도 듬뿍 들었을 듯하지

천리향 치자 냄새
기절할 것 같네 나는 슬퍼서.
저녁 안개 일고 바다는 낮 붉히고
나는 떨리는 흰 손으로 그대에게 닿았던가
닿을 수 없는 옛 생각
돌아앉아 나는 소주를 핥네.

바람 산산해지는데
잔물은 찰박거리는데 아아

어쩌면 좋은가 이렇게 마주 앉아
대체 어쩌면 좋은가.
살은 이렇게 달고
소주도 이렇게 다디단
저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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