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케일럽은 그의 걸음걸이는 싫어하지만 휠체어는 혐오한다. 케일럽이 처음 낮에 집에 왔던 날, 그는 아파트를 구경시켜줬다. 그는 그 아파트가 자랑스러웠고, 매일 거기서 사는 게 감사했고, 그게 자기 것이라는 게 계속 믿기지가 않았다. 맬컴은 윌럼 방 ㅡ그들은 그렇게 불렀다ㅡ은 그 자리에 그대로 뒀지만 더 확장해서 엘리베이터 가까운 북쪽 구석에 서재를 덧붙였다. 그러고는 피아노가 놓인 길고 개방된 공간과 남향 거실, 창문들이 없는 북쪽에 맬컴이 디자인해서 놓은 테이블이 있고, 그 뒤로는 부엌까지 벽 전체를 책장이 덮고 있었는데, 거기에는친구들, 그리고 친구들의 친구들의 작품들과 여러 해에 걸쳐 사들인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아파트 동쪽은 모두 그의 공간이었다. 침실에서 북쪽 방향으로 옷방을 가로지르면 동향과 남향 창문이 있는 욕실이 나온다. 아파트의 블라인드는 대부분 내려놓지만 한꺼번에 열릴 수 있게 되어 있고, 그러면 공간 전체가 환한 빛의 사각형 같고 자신과 바깥세상 사이의 베일이 홀릴 듯이 - P466

알게 느껴진다. 종종 이 아파트 자체가 거짓 같은 기분이 든다.
아파트를 보면 그 주인이 열려 있고 활기 넘치고 뭐든 대답해주는 사람일 것 같지만, 그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반쯤 가려진 골방들과 어두침침한 미로들과 너무 여러 번 칠해서 나방과벌레가 페인트 층들 사이에 매장되어 생긴 울퉁불퉁한 이랑과기포가 만져지는 벽들이 있는 리스페너드 스트리트가 그를 훨씬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공간이다.
케일럽이 오기 전 그는 아파트에 햇빛이 희미하게 반짝이도록 해뒀고, 케일럽은 그걸 보고 경탄했다. 그들은 천천히 아파트 안을 돌아봤고, 케일럽은 미술작품들을 구경하며 어디서 샀는지, 누가 만든 건지 물었고, 자기가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에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P467

그는 내내 자신의 오만, 다른 사람들이 가진 걸 자기도 가질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일종의 벌을 기다리고 있었고, 여기-마침내 그게 온 것이다. ‘이게 네가 받을 대가야.‘ 머릿속 목소리는 말했다.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대가야.‘ 제이비가 잭슨을 얼마나 두려워했었는지 생각난다. 그는 제이비의 공포를, 다른 인간에게 꼼짝없이 잡힐 수 있다는 그 공포를 너무나 잘 이해했다. 너무 쉬워 보이는 것-그냥 떠나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그는 안다. 예전에 루크 수사에게 느꼈던 감정을 케일럽에게 느낀다. 경솔하게 자신을 맡긴 사람, 너무 큰 희망을 걸었던 사람, 자기를 구해주길 바랐던 사람.  - P477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게 분명해졌을 때도, 희망이 썩어 들어갔을 때도, 그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떠날 수가 없었다. 그와 케일럽은 잘 맞아떨어지는 짝이다. 망가진 사람과 망가뜨리는 사람, 쓰레기 더미와그 주위를 킁킁대는 자칼이다. 그들은 서로에게만 존재한다. 그는 케일럽 인생의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았고, 자기 사람들에게도 케일럽을 소개시키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자기들이 하고 있는게 뭔가 창피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혐오와 불쾌감으로 서로 묶여 있다. 케일럽은 그의 육체를 참아주고, 그는케일럽의 혐오를 안내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면, 교환을 해야만 한다. 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케일럽 이상의 사람은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케일럽은 기형도 아니고 사디스트도 아니다. 지금 그가당하는 일들 중 이전에 당해보지 않은 일들은 없다. 그는 이 생각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 P477

고통과 공포로 문틀 가장자리를 붙들고 애처롭게 호소하고있는데, 케일럽이 뒤로 물러났다가 달려오는 게, 보이는 게 아니라 들린다. 그의 발이 그의 등을 차고, 그는 캄캄한 계단 안으로 날아간다. 
솟구쳐 오르는 순간 갑자기 카센 박사가 생각난다. 딱히 카센박사 생각이라기보다는 그의 지도를 받으려고 신청할 때 그가 했던 질문이 생각난다. 가장 좋아하는 공리가 뭔가? (얼간이 골라내기 질문이라고, 시엠은 한때 말했었다.)
"등식의 공리입니다." 그가 말하자 카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공리지." 그는 말했다. - P497

등식의 공리란 X는 항상 X와 같다는 것이다. 이 공리는 X라는 개념이 있다면, 그것은 항상 자신과 등치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독특성을 가진다고, 도저히 환원할 수 없는 어떤 성질을지니고 있어서 그것은 항상 절대적으로, 불변으로 그 자신과 등치한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 기본성이 절대 바뀔 수 없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항상, 절대, 결코, 이것들은 숫자들만큼이나 수학의 세계를 구성하는단어들이다. 모두가 등식의 공리 - 리 박사는 한번은 그걸 수줍고 새침한 공리, 공리계의 나체부채춤이라고 불렀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늘 그 공리의 알 듯 말 듯한 측면이, 그 방정식 자체의 아름다움이 그걸 증명하려는 시도에 의해좌절된다는 게 늘 마음에 들었다. 그건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있는, 사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쉽게 인생 전체가 될 수있는 그런 공리였다. - P497

하지만 이제 그는 그 공리가 얼마나 진실한지 확실히 이해한다. 그 자신, 그의 삶 자체가 그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늘 현재의 나다. 그는 깨닫는다. 문맥은 바뀔 수 있다. 이 아파트에서 살 수도 있고, 즐겁고 보수도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들도 있을 수 있다. 존경받을 수도 있다. 법정에서는 심지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똑같은 사람,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사람, 미움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공중에 떠 있는 그 찰나의 순간, 높이 떠 있는 황홀함과 끔찍할 게 분명한 착륙 사이에서, 그는 x는 항상 x와 같을 거라는 걸 이해한다. 그
가 뭘 하든, 수도원에서, 루크 수사로부터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돈을 얼마나 많이 벌든 얼마나 잊으려고 노력하든, X는 항상 X와 같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의 어깨는 우지직하며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치고, 순간 고맙게도 세상이 그의 아래에서 휙 멀어져간다. x=x, 그는 생각한다. x=x, x=x. - P498

"일주일‘에 몇 번!" 나는 말하다 뚝 멈췄어. 갑자기 거기서나갈 수밖에 없었어. 의자에서 코트를 들고 가방을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어. "돌아올 때 여기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난 나가버렸어. (주드는 도망자였거든. 줄리아와 내가 자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고 생각할 때마다. 최대한 빨리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려고 애썼어. 마치 자기가 얼른 치워야 하는 불쾌한 물건인 것처럼.)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해변으로 갔고, 자신의 한없는 무능함을, 명백한 잘못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그런 분노를 느끼며 모래사장을 헤맸어. 그때 처음으로 주드가 우리 옆에서 두 사람처럼 사는 한, 우리도 그냥 주드 옆에 있는 두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지. 우린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봤고 다른 건 그냥 안 봤어.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워, 그 사람들 불행은 우리 불행이고, 그 슬픔은 이해할 수 있고 한 번씩 자기혐오에 빠져도 그건 빨리 지나가고 타협할 만하지. 하지만 주드는 그렇지 않았어. 그의 문제들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상상력이 없어서 도와줄 방법조차 알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건 그냥 변명에 불과해. - P525

난 그걸 묵인했어. 그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걸 잊어버리기로 한 거야.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는게 너무 힘들어서, 나 편한 대로 그를 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가 수천 번의 밤 동안 자기 존엄성을 희생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려 하면서도, 내가 그의 존엄을 지켜주고 있다고 변명했어. 그런 게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반박하고 설득하려고 했고, 그걸 알면서도 다른 방법, 더 과격한 방법, 나와 주드를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는 방법을 취해보려 하지 않았어. 내가겁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 가방에 대해서, 그날 밤 트루로에서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줄리아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거든. 하지만 결국에는 줄리아도 알게 됐고, 줄리아가 그렇게 화내는모습은 정말 거의 보지 못했어. "이런 걸 어떻게 계속 내버려둘수가 있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내버려둘 수 있었어?" 내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난 알았어. 어떻게 안그럴 수 있겠어? 나도 그랬는걸.
이제 난 여기 주드의 아파트로, 몇 시간 전 내가 아직 잠에서깨서 누워 있을 때 그가 두들겨 맞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어. 나는 손에 전화를 들고 소파에 앉아서 앤디가 주드가 집에 돌아갈준비가 다 됐다고, 병원에서 나와 내 간호를 받을 준비가 됐다고 전화해주길 기다렸지. 블라인드를 걷고 앉아 강철 같은 하늘을 바라봤어. 구름이 다음 구름과 합쳐지면서 흐릿해졌고, 마침내 낮이 서서히 밤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회색 안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 P531

잊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러 해 동안 그는 (상상력없게도) 아치형 천장을 상상했고, 하루가 끝나고 나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미지들과 장면들, 말들을 모아 무거운 쇠문을 빼꼼 열고 서둘러 그것들을 몰아넣은 다음 재빨리 단단히 닫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아서, 그래도 기억들은 서서히 새어 나왔다. 중요한 건 그저 저장하는 게 아니라 없애는 거라는 걸. 그는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는 해결책을 발명했다. 어떤 기억들ㅡ 사소한 무시, 모욕ㅡ은 무효가 될 때까지, 너무 많이 반복해서 거의 의미가없어질 때까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고 자기는 방금 들었을 뿐인 일이라고 믿게 될 때까지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더 큰 기억들은 필름 조각들처럼 머릿속에 담고 있다가 한 커트, 한 커트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둘 다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삭제 작업 중간에 멈추고 자기가 뭘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기억의 일부를 펼쳐보기 시작하면서 과거 일들의 덫에 걸리지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밤마다 그 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더 멀어졌다. 좀 봐달라고 잡아당기고, 무시하면 눈앞에 뛰어들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불가능해질 지경으로 유령처럼 따라다니지 않게 된다. - P555

그는 오랫동안 기다렸고, 조금 울었다. 피곤하고 겁에 질렸기 때문에, 갈 준비가 떠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그는 눈을 비비고 시작했다. 왼팔부터 시작했다. 먼저 한 줄을그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파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번째를 그었다. 스카치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피는 끈적끈적했다. 액체라기보다는 젤라틴 같았고, 환하게 어른어른 빛나는 오일 같은 검은색이었다. 바지는 벌써 피에 흠뻑 젖었고, 칼을 잡는 손에 이미 힘이 빠지고 있었다. 그는 세 번째 선을그었다.
양쪽 팔을 다 끝내고 나자, 그는 샤워실 벽에 털썩 기댔다. 난데없이 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치와 자기가 흘린 피 때문에 몸이 더웠고, 다리를 돌며 웅덩이를 이룬피가 몸에 부딪혀 출렁거렸다. 몸 안쪽과 바깥쪽의 만남, 안쪽이 바깥쪽을 씻어주고 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뒤에서 하이에나들이 그를 향해 사납게 울부짖었다. 앞에는 문 열린 집이 있었다. 아직은 가깝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가까웠다. 안이 보일정도로 가까웠다. 쉴 수 있는, 오랜 달리기 후에 누워서 잠들 수있는, 그리고 평생 처음으로 안전할 수 있는 침대가 보였다. - P574

그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이건 윌럼이야. 그는 되뇌었다. 윌럼은 절대 널 해치지 않을 거야, 절대. 때가 됐어. 때가.
"좋아." 그는 마침내 말했다. "좋아. 물어봐."
그는 윌럼이 의자에 기대앉아 그를 쳐다보며, 한 친구가 다른친구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하는. 하지만 절대 질문을 허락받지 못했던 수백 가지 질문들 중 무엇을 고를 건지 고심하는 모습을 봤다. 그러자 눈물이 고였다. 자기가 이 우정을 이렇게 치우치게 만들어서, 그가 달아날 때도, 근원을 밝힐 수 없는 문제들로 도움을 요청할 때도 한 해 또 한 해 윌럼이 너무나 오랫동안그의 옆을 지켜줘서 눈물이 났다. 새 인생에서는 친구들에게 덜요구하겠다고, 더 베풀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친구들이 무엇을원하든 줄 것이다. 윌럼이 정보를 원하면 받게 될 거고, 그 정보를 어떻게 줄지 궁리하는 건 그에게 달린 일이다. 그는 상처 받고 또 상처 받겠지만 ㅡ 모두가 그렇다 ㅡ노력하려면, 살아 있으 - P608

려면, 더 강해져야 했다. 준비해야 했다. 이게 삶이라는 거래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어야만 했다.
"좋아, 하나 생각했어." 윌럼이 말하더니, 똑바로 앉아 준비했다. "손등에 상처는 어떻게 하다 생긴 거야?"
그는 놀라서 눈을 깜박거렸다. 질문이 뭐가 될지 몰랐지만, 막상 주어지자 마음이 놓였다. 요즘에는 그 흉터는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그는 호박단처럼 반질반질 윤나는 상처를 바라보며 손가락 끝으로 쓸었고, 그 흉터가 얼마나 많은 다른 문제들로, 그리고 루크 수사에게로, 그리고 고아원으로, 그리고 필라델피아로, 그 모든 것들로 이어지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더 크고 더 슬픈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은게 뭐가 있단 말인가? 윌럼이 묻는 건 그저 이 이야기 하나였다. 다른 모든 것들, 으르렁대는 거대하고 추한 문제점들을그 뒤로 끌고 들어올 필요 없었다.
그는 입을 열기 전 머릿속에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어떻게 이야기를 엮어나갈지 생각했다. 마침내 그는 준비가 됐다.
"난 항상 욕심 많은 아이였어."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고, 식탁너머에서 윌럼이 팔꿈치를 기대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친구가 된 이래 처음으로 윌럼이 청자,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됐다. - P609

애너를 믿게 되고 나서, 그는 루크 수사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하지만 다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에게도이야기하지 않았다. 자기가 바보여서 루크를 따라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루크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끔찍한 짓들을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도,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루크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다고, 그 부분만은 정말이라고, 곡해나 합리화가 아니라 진짜라고 믿고 싶었다. 그는 애너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하듯이 하는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괴물이었어, 주드 사람들이 널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널 조종하기 위해서야. 모르겠어? 그게 소아성애자들이 하는 짓이야.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먹이로 삼는 거라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여전히 루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그는 나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른 수사들보다 더 나빴나? 그가 ‘정말로‘ 잘못된 결정을 했나?
수도원에 있었더라면 ‘정말로‘ 더 나았을까? 거기 있었다면 더망가졌을까, 덜 망가졌을까? 루크의 유산은 그가 하는 모든 것, 그의 존재 자체에 남아 있었다. 책과 음악, 수학, 정원일, 언어에 대한 사랑 ㅡ그건 루크였다. 자해, 증오심, 수치심, 두려움,
병,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는, 정상적인 사람이 될 수 없는것 ㅡ 그것도 루크였다. 루크는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법을 가르쳐줬고, 한편으로는 즐거움을 완전히 제거해버렸다.
그는 그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때때 - P618

로 그 생각을 했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루크의 미소 짓는 얼굴이 순식간에 마법처럼 떠오르곤했다. 그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있던 시절, 그가 너무 순진하고 너무 외롭고 너무 애정이 그리운 어린아이여서 아무것도 모른 채 유혹당하던 시절의 루크를 생각했다. 그는 온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문을 열고 있었다. 꽃들의 온기와 향기가 그를 망토처럼 둘러쌌다. 그건 그가 그토록 소박하게 행복했던, 복잡할 것 전혀 없는 기쁨을 알았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우리 꼬마 미남이 왔구나!" 루크는 외쳤다. "아, 주드 ㅡ널 보니 너무 행복하다."


<2권에 계속> - P6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