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 오늘부로 너의 모든 계절을 만났어 신비로운 꽃을 피우고 고개를 떨군 채 차곡차곡 말라가고 앙상한 가지 위에 흰 눈을 받아 안는 너의 모든 계절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내 안에서 이야기가 될 수 있게 기다렸어 한 존재를 안다고 말하기까지 매일매일 건너왔고 건너왔다는 건 두 번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일 거야 내가 볼 때 너도 보았겠지 너는 걷거나 말할 수는 없지만 시간의 목격자가 될 수 있고 내가 어떤 표정으로 네 앞에 서 있었는지는
오직 너만이 알 테니까 살아 있다는 이유로 우리가 나눠 가진 것 동심원을 그리며 가라앉은 것 죽지 마 살아 있어줘 조약돌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거울이 되어주는 풍경들 가라앉은 말이 더 낮게 가라앉는 동안 새잎은 말려 있다 말려 있다가 피어난다 아침, 노트를 펼쳐 펼쳐지는 영혼이라 적을 때 멀리서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겪고 있다 잎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귀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