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아침, 내가 산책하러 나갔을 때 언덕 아래 근처 진입로 가장자리로 연노란색 민들레가 자라고 있는 것이보였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허리를 숙여 그 부드러운 머리 윗부분을 만져보았다. 그리고생각했다. 오 세상에! 그뒤로 산책길에 민들레가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들레는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긴 흙길의 가장자리에도 자랐는데, 어느 날, 내가 정말로 어렸을때, 나는 어머니에게 주려고 민들레를 꺾어 작은 꽃다발을만들었다. 어머니는 새로 만들어준 원피스의 위쪽에 얼룩이생겼다며 내게 몹시 화를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들레-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내 가슴을 경이로움으로 열어주었다. - P100

나는 조수의 변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이 언제 들고 언제 나는지 이해했고, 그것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는 밀물이들 때 소용돌이치는 파도를 지켜보았는데, 파도는 하얗게 소용돌이치며 우리 아래로 검어진 바위에 철썩철썩 부딪혔다. 또한 우리 앞에 있는 두 개의 섬에도 부딪혔다. 나는 그 장면을 바다가 거의 잠시 평평해 보이는 날에 지켜보았고, 물이 젖은 바위와 구릿빛으로 노르스름한 해초만 남기고 빠져나가는 것도 지켜보았다. 앞을 바라보면, 그 작은 두 개의 섬 - P108

너머로는 수평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바다는 그만큼 멀리까지 펼쳐져 있었다. 나는 하늘과 바다의 색이 서로짝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늘이 회색이면 종종 그렇듯이-바다도 회색인 것 같았고, 하늘이 연푸른색이면 바다는 푸른색으로, 혹은 구름과해가 있으면 이따금 진녹색으로 보였다. 바다는 내게 어쨌거나 큰 위로가 되었고, 그 두 섬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 안에서 오르내리는 슬픔이 그 조수 같았다. - P109

마거릿은 걸음이 빨랐고 윌리엄도 그랬다. 그래서 그 두사람이 우리보다 앞에서 걸어갔는데, 솔직히 그건 좋았다.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산책로는 강을 따라 이어지는 포장된좁은 길이었고, 강은 그날 햇빛 속에서 반짝거렸다. 마침내새잎이 돋기 시작했고, 녹색과 밝은 빛의 느낌이 있었다. 나는 나무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에 확신이 없는 소녀들 같아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풀이 자란 땅에는 여기저기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마거릿은 종종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지나갈 때 마주치는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그녀가 그들의 안부를. 그들의 어머니들과 자식들의 안부를,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것을 보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어쨌거나 목사였다-그리고 그 역할을 잘해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정말로 좋은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 그게 내가 말하려는 것이다. - P119

그날 밤이 지나고 나서야, 잠자리에 누운 채 나는 윌리엄이 줄곧 외로웠음을 깨달았다. 내가 있었는데도, 우리 딸들이 있었는데도, 그리고 브리짓과 다른 두 아내가 있었는데도, 윌리엄은 세상에서 외롭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제 그에게 누이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울었다. 행복해서, 그리고 또한 슬퍼서.


그리고 잠들기 직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윌리엄이 팬데믹 동안 메인에 오기로 한 것이 여기 누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그는 분명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그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를 몬토크에 있는 집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메인에 왔다.
정말로 그 때문이었을까? 잠이 들면서,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 P203

나는 내 머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한 문장을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밥은 말했다. "나도 그래요.
나는 그게 그냥 코비드 머리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더 나빠질지도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또한 내 머릿속에 혼란스러운 감각이 있었다. 예컨대 침실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로 온 거지? 그러면 마이클이, 바이러스와함께 나타났다는 마이클의 ‘브레인 포그‘ 증상이 생각났다. 그의 브레인 포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바이러스에감염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가 그방에 온 이유를 기억해낼 수 없었던 때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예컨대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려고 커피머신에 필터를 넣다가 내 동작이 느려졌다고 생각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늙어버린 것 같았다 - P204

우리는 포치에서 플렉시글라스를 떼어내고, 안쪽 벽에 기대어 있던 방충망을 달았다. 우리는 거기서 식사했다포치는 덧붙인 보조 식탁만 아래로 내리면 둥근 식탁을 놓을 수있을 만큼 충분히 넓었고, 식탁에는 방울이 달린 꽃무늬 보가깔려 있었다. 그리고 바다는 굉장했다. 지금은 창문이 열려있어 밤에 바다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다의 소리에 대해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기엔 두 개의 층이 있었다. 조용하고 거대한 깊고 지속적인 소리가 있었고,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늘 내게 전율을 일으켰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빛은 경이로웠는데, 희미한 흰색이다가거의 번지듯 노란색으로 변해갔고, 이어 하루가 지나면서 노란색이 더욱 짙어지는 듯했다. 비가 내릴 때 사실 비는 차갑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밤에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 P210

"내 인생에 대해 애도하는 중이야."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을 먹은 뒤 카우치에 같이 앉아 여름비가 내리는 것을보고 있을 때 윌리엄이 말했다.
"그거 체호프 희곡에 나오는 말인데." 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알다니 놀라워. 『갈매기에 나오는 거야."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에스텔이 끊임없이 오디션을 봤잖아." 그리고 윌리엄이 다시 그 대사를 반복했다. "내 인생에대해 애도하는 중이야." - P249

12월에 나는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오빠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다. 비키가 나를 이기적이라고 했기 때문은 더이상 아니었고, 피트의 죽음이라는 단 하나의 무서운사실 때문이었다. 그 일로 내 어린 시절 전체가 죽은 것처럼느껴졌다. 내가 어린 시절의 모든 부분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당신은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 어린 시절의 모든 부분이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는 오빠가 살아 있기를 바라지만, 그는 그 작은 집에서 혼자 죽었다. 나는 그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병원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을 - P300

생각했고, 어렸을 때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것을 얼마나무서워했는지 떠올렸다. 나는 슬프다는 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아주 깊숙이 파고드는 슬픔이었고, 육신의 질병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날이 아주 일찍 어두워지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날씨도 추워서, 우리가 처음 메인에 도착했을 때만큼 자주산책하러 나갈 수 없었다. 너무 추운 날씨라 더이상 사교적인 만남도 없었다. 게다가 코비드가 메인까지 침투했고, 온 주에 퍼져서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나는 거의 매일 작은서점 너머의 내 작업실로 갔다. 그게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미쳤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거의 미칠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아주 어렵게 느껴졌다. 심지어 집안의 욕실 두 개를 청소하는 것도 내 역량 밖의 일 같았지만, 마침내 청소를 끝냈을때는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동안은 그랬다. 자신을 형편없게 느끼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이 기분에는 수치심이 뒤따랐다. 윌리엄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쨌거나 그에게 말할 것이 뭐가 있는가? 나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 P301

며칠 뒤 나는 한밤중에 잠에서 깼고, 기억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너무 불쾌해서 내 머리에서 밀어낸 기억. 나는 그 기억을 나쁜 기억들이 화장지 부스러기처럼 조각나는 주머니맨 아래에 밀어넣어두었었다. 그 기억은 이런 것이었다.
이 모든 일ㅡ팬데믹 말이다ㅡ이 일어나기 전 가을에 떠난북투어에서, 나는 시카고 외곽에 있는 내가 다닌 그 대학에서 강연을 하러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북투어 때 시카고에 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강연을 하러 가기 바로 전날 밤에 갑자기 아주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날 밤 공포가 계속 자랐고,
그래서 거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강의실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우려가 사실이 
된 것을 느꼈다. 학생들이 들어왔지만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나는 당황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내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하기로되어 있었고, 그것은 가난하게 자란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 P306

하지만 학생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나라고 생각한다고생각되는 내가 되었다. 나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것에 대한 글을 쓰는 늙은 여자였다. 그래서 내가 감정적으로—춥다고 느꼈다는 것,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그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학생들하나하나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출신지를 중얼중얼 말했는데, 내가 알기로 전부 부자 타운이었다. 메인에서 온 젊은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나를 흘끗 쳐다보기라도 한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여기는 사십 년 전에 내가 다닌 학교가 아니라고. 나는 여기가 그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내가 그 강의실에 앉아서 보기로는 지금 이 폐쇄적인 젊은이들에게서 보이는 부유한 분위기는 없었다. 학생들은 모두 열다섯 명이었는데, 회의용 테이블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둘러앉아 나를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 P307

나는 조용히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계속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 생각은 이랬다. 그날 시카고 외곽에서 보낸 그 한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에 느낀 수치심을다시금 아주 깊이 느꼈다는 것. 그런데 내 인생 전체에서 계속 그렇게 느꼈다면 어땠을까. 평생 가진 모든 직업이 내가제대로 먹고살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내종교와 내 총을 조롱한 이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늘 멸시를 당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종교도 없고 총도 없었지만, 이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문득 알 것 같았다. 그들은 내 언니 비키와 같았고,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가난하다고 느껴왔고, 멸시받았으며, 더이상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 P310

나는 밖으로 나갔고, 내가 지내고 있는 건물의 현관 입구계단에 앉았다. 거기 앉아 딸들과 윌리엄과 데이비드에 대해-그가 떠나버린 것에 대해 그리고 우리 모두 언젠가는떠난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이 생각을 하면서 슬펐다는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생각이 내 마음을 스쳤다.
우리는 모두 늘 록다운 상태에 있다는 생각. 단지 우리는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 그저 그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우리 대부분은 그저 헤쳐나가려고 애쓸 뿐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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