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들도 한때는 젊었다. 겨드랑이와 궁둥이 냄새에 멋진 사향향기가 섞여들기도 했다. 은근한 눈빛에 살짝 벌어진 입술, 가느다란검은 목 위로 우아하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사슴과 다를 바 없었다. 깔깔거리는 웃음은 소리라기보다 어루만짐이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었다. 뒷문을 통해 조금씩 삶 속으로 들어갔다. 어떤 상태로 되어감. 세상 사람 모두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있었다. 백인 여자는 ‘이거 해‘라고 말했고, 백인 아이들은 ‘저거 줘‘라고 말했다. 백인 남자는 ‘이리 와‘라고 했다. 흑인 남자는 ‘누워‘라고 했다. 명령하지 않는 존재는 흑인 아이들과 서로서로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전부 받아들여 자기 이미지로 재창조했다. 백인 가정의 살림을 도맡았고, 그래서 다 알았다. 백인 남자가 자기 남편을 때리면 바닥에 떨어진 피를 닦고, 집에 돌아가면 그 피해자의 학대를 견뎌야했다. - P170

한쪽 손으로는 아이들을 때리면서 다른 쪽 손으로는 그 아이들을 위해 물건을 훔쳤다. 나무를 베어 넘어뜨린 손으로 탯줄도 잘랐고,
닭 목을 비틀고 돼지를 잡은 손으로 아프리카 제비꽃을 잘도 피워냈다. 다발과 뭉치와 자루를 나르던 팔로 아기를 가만가만 흔들어 재웠다. 비스킷 반죽을 잘 매만져 순결한 타원형 페이스트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인에게 수의를 입혔다. 하루종일 밭을 매고도 집에 돌아오면남편의 사지 아래 자두처럼 들어가 누웠다. 노새에 올라앉았던 그 다리로 남편 엉덩이에 올라탔다. 다른 점이라고는 그 정도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늙었다. 뼈가 불거지고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 P170

사탕수수밭에서 쭈그린 채, 면화밭에서 허리를 숙인 채 강둑에서 무릎좋은 채, 그들은 머리 위에 세상을 이고 살아왔다. 자식들의 삶은자식들에게 넘기고 손주를 돌봤다. 이제는 안도하며 낡은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 가슴에 면직물을 둘렀다. 두꺼운 양말을 신었다. 욕정과 수유는 다 끝났고, 눈물과 두려움도 넘어섰다. 미시시피의 길이나 조지아의 골목이나 앨라배마의 들판을 걸어도 괴롭힘당하지 않는 사람은그들뿐이었다. 언제고 어디서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도 될 나이였다. 죽음을 고대할 만큼 지쳤고, 고통의 존재는 모른 체하면서도 고통이라는 관념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무심해졌다. 마침내, 실제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리고 이 늙은 흑인 여성들의 삶은 그 눈 속에 집약되었다. 비극과 유머, 짓궂음과 평온함, 사실과 환상이 뒤범벅된 그 표정에. - P171

다정함이 솟구쳐서 그는 무릎을 꿇고 딸의 발을 바라보았다. 네발로 기어가서 손을 들어, 종아리 쪽으로 올라간 발을 잡았다. 페콜라가 균형을 잃으며 자빠지려는 찰나, 넘어지지 않도록 촐리가 다른 손을 들어 엉덩이를 받쳤다. 촐리는 고개를 숙이고 딸의 장딴지를 야금야금 깨물었다. 탄탄한 살맛에 그의 입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딸의 허리께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딸은 깜짝 놀라 몸이 뻣뻣해지고 망연자실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폴린의 편한 웃음보다 나았다. 엉망으로 뒤섞인 폴린에 대한 기억과 해서는 안될 짓을 한다는 의식이 그를 흥분시켰고, 욕망이 번개 치듯 뻗어내려 그의 성기가 팽창하며 항문이 부드러워졌다. 공손함이 이 욕정 전체를빙 둘러쌌다.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다정하게. 하지만 다정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질이 얼마나 단단히 조여 있던지 더는 참을 수가없었다. 그의 영혼이 내장을 타고 미끄러져내려가 그녀의 몸속으로 날아들 것처럼, 어마어마한 힘으로 성기를 쑤셔넣자 그녀에게서 나올 수있는 단 하나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목구멍 뒤쪽으로 공기를 훅 들이마시는 소리. 서커스 풍선에서 한순간에 공기가 빠져나가듯. - P198

예전에 사물을 사랑하는 노인이 있었다. 사람과는 살짝만 맞닿아도약하지만 지속적인 구역질이 일어서였다. 이런 혐오감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기억에 없고, 그런 혐오감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있었는지도 기억에 없었다. 어릴 때는 남들에게 없는 이런 반감 때문에 매우 불안했지만, 고등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것들 가운데 ‘인간혐오‘라는 단어가있었다. 그런 꼬리표가 위로와 용기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악에이름을 붙이면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중화할 수는 있다고 믿게 되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각 시대의 위대한 인간혐오자 몇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의 정신적 동반관계가 그를 달래주고 자신의 변덕과열망과 반감을 가늠하는 척도를 제공했다. 게다가 인간혐오가 인격을계발하는 뛰어난 수단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치미는 반감을 눌러가 - P200

이따금 상대를 어루만지고 도움이나 조언을 주고 친분을 맺을 때면자신의 행동이 관대하고 의도는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인간적 노력이나 결점에 울화가 치밀면, 자신이 안목이 뛰어나고 가탈스러을사람이라 자잘한 거리낌이 많을 뿐이라고 여길 수 있었다.
인간혐오가 대개 그렇듯이, 그 역시 사람을 업신여기다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을 섬기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는 상대의 신용을 얻는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직업, 아주 친밀한 관계가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했다. 한동안 성공회 목사가 되어볼까 하다가 그 생각을 버리고 사회복지사로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 운도 때도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자유와 만족을 모두 보장하는 직업에 안착했다. ‘마음을 읽고 조언하고 꿈을 해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에게 아주 잘맞는 직업이었다.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경쟁자도 별로 없고, 고객은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라 다루기 쉬웠다. 함께 나누거나 거기에 물들지 않으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목격하고, 썩어가는 신체를 바라보며 자신의 까다로움을 육성할 무궁무진한 기회를 누렸다. 수입은보잘것없었지만 그는 사치를 즐기지 않았다. 한때의 수도원 생활로 고독을 더 좋아하게 된 동시에 타고난 금욕주의가 더욱 강화되었던 것이다. 독신의 삶은 피신처였고 침묵은 방패가 되어주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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