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 샘의 반짝이는 붉은털은 소년이었던 그와 그의 것이었던 개가 미친듯이 달리곤 하던알팔파 초원과 옥수수밭에서는 하나의 표시둥과 같았다. 그는 오늘밤 내내 운전해서 토페니시의 벽돌 깔린 오래된 중심가로 갔으면 싶었다. 거기 첫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하고, 다시 또 좌회전해서 어머니가 사는 집에 닿으면 차를 세우고 다시는, 다시는 어떤 이유로도 그곳을 떠나지 않을 텐데. 그는 길의 어두운 끝자락에 이르렀다. 곧장 가면 넓은 빈 들판이 있고, 길은 들판을 에워싸며 오른쪽으로 꺾어졌다. 들판에 더가까운 쪽으로는 거의 한 블록을 가도록 집 한 채 없었고, 반대편에 완전히 불이 꺼진 집이 딱 한 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차를 세운뒤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개 먹이를 한줌 폈다. 그리고 좌석 너머로 몸을 기울이고 들판 가까운 쪽 뒷문을 연 후, 먹이를 밖으로 던지며 "가라, 수지" 하고 말했다. 그는 개가 마지못해 뛰어내릴 때까지 개를 밀었다. 그리고 몸을 뒤로빼서 문을 당겨 닫은 후, 천천히 그곳을 떠났다. 그러고는 점점 더속도를 냈다. - P267
그는 자신의 전 생애가 여기서부터 파멸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십 년을 더 산다 해도 ㅡ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ㅡ개를 버린 사실을 극복하지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를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은 끝장이라고 느꼈다. 조그만 개도 갖다버리는 남자라면 털끝만큼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런 남자라면 무슨 짓이든 못하겠으며, 무슨 일에 머뭇거리겠는가. 그는 언덕으로 점점 더 낮게 떨어지는 태양의 부어오른 얼굴을노려보며 자리에서 몸을 움찔했다. 그는 이제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개를 찾아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전날 밤에 개를 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미치게 생긴 건 바로 나야." 그는 중얼거리고,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P278
그는 길을 따라 계속 차를 몰아갔다. 이젠 완전히 어두워져서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겁이 나기 시작해서 나직이욕설을 내뱉었다. 이리저리 바뀌고 이랬다 저랬다 하니, 풍향계같은 꼴이라고 자신을 욕했다. 그때 그는 개를 보았다. 그는 자기가 한참동안 그 개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는 어느 집 담을 따라 자라난 풀 냄새를킁킁대고 맡으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앨은 차에서 내려잔디밭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앞으로 웅크리고 걸으면서 "수지, 수지, 수지" 하고 불렀다. 그를 본 개가 멈추어 섰다. 개는 머리를 들었다. 그는 쭈그리고앉아 한 팔을 뻗고 기다렸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개는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앞발 사이에 머리를 늘이고 앉아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기다렸다. 개가 일어섰다. 개는 담을 돌아가더니 사라졌다. - P281
제발 조용히 좀 해요
1 열여덟 살이 되어 처음으로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랠프 와이먼은 제퍼슨 초등학교의 교장이며 위버빌 엘크스클럽 부속 밴드의 트럼펫 독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인생은 아주심각한 것이며, 막 출발하는 젊은이에게 힘과 목표를 요구하는 사업이며, 모두 알듯 매우 힘든 것이지만, 그럼에도 보답을 주는 것이라고 랠프 와이먼의 아버지는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랠프의 목표는 뚜렷하지 않았다. 그는 의사가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의예과 강의와 법학의 역사, 거래법 강의들을 듣다가, 자신이 - P378
의학에 필요한 감정적인 초연함도, 법률 공부에 요구되는 끈질긴독서-특히 그런 독서는 재산과 증여에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므로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계속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과학과 경영학 강의를 들었다. 철학과 문학강의도 몇 개 들었으며,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뭔가 엄청난 발견을 할 찰나에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순간은 결코 오지 않았다. 바로 이 기간에 나중에 그가 그때를 가리켜 말했듯 그의 가장저조했던 시기에 랠프는 자신이 신경쇠약에 걸린 모양이라고믿었다. 그는 남학생 사교 클럽에 들어 있었는데 매일 밤 술에 취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소문이 자자했고, 케그 술집의 바텐더 이름을 따서 ‘잭슨‘이라고 불렸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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