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나는 싫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살다가는 주어진 현실만큼 타락하기도 일쑤이니,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주어진 현실을 혁명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 열렬히 깨어 있는 자세와 함께 요구되어야 할 일이다. 삶은 여러 번 지속되겠으나 지금 삶은 한 번이다. 우리가 바라는 세속적인 성공의 끝이란 대개 뻔해서 돈과 명예 정도로 요약되는데 돈과명예가 한 사람의 존재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필요 충분 조건이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혹은 선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그것을 쫓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된다면 참으로 허무하지 않겠는가. 꿈 없이, 안전한 길로만 골라 디디며 지루하게 살고 싶은가. 정말로? 라고 이곳에 오는 게스트들에게 오로빌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사는가,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묻게 되는 곳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묻게 되는 곳이다. 여기는.
-P 288, 289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나는 싫다.˝ 고 쓸 수 있는 저 환경이 나는 부럽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이 도처에 너무나 많다. 나를 비롯해서. 물론 용기가 없는 탓일게다. 점점 ‘용기‘라는 단어가 자주 필요해진다.


오로빌의 주민총회라 할 제너럴 미팅 General Meeting은 원형광장에서열린다. 안건을 제안한 사람이 사회를 본다. 총회의 의장은 없다. 오로빌은 신분, 지위의 고하가 없는 사회이므로. 인구가 불어날수록만장일치가 어려워지고 의사결정이 지연돼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는주장이 있지만 아직 만장일치제가 원칙으로 적용되는 이유는 투표를 통한 다수결 방법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신속한 발전이라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가‘ 성찰하려는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신속하지 않을지라도 모두의 의견을 함께조율하고 공유하는 쪽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게 오로빌의 민주적 리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이야기다. 다수결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다수결은 또 다른 소외를 낳기 쉽고 소외는 미움을 싹트게 할 수있다는 말에 공감할수록 하나의 안건이 구성원 모두의 동의와 찬성에 이르기까지 몇 밤을 새더라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는 북미인디언들이 떠올랐다. - P201

오로빌의 상업 유닛에서는 뭔가 생산해 팔아서 수익을 내면 오로빌을 위해 기부하게 되어 있다. 오로빌의 사업체는 사적소유가 아니다. 사업체는 오로빌과 이웃을 위해 존재한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을 번다.
‘모두‘ 속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는 것이니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이윤을 ‘모두의 소유‘로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오로빌의 경제윤리, 얼마를 환원하는가는 최종적으로 각 단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어서 차이가 있지만 버는 돈의 거의 전부를 환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조금만 내고 싶어 어떻게든 꿍꿍이를 꿍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P208

오로빌의 지속적인 유지와 성장에는 이렇게 오로빌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한 의지와 노동의 헌신. 이것은 말 그대로 통합적인 헌신이다. 물론 모든 오로빌리언이 다 이런 수준의 윤리의식과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다. 개개인의 영혼의 수준에 따라오로빌에 사는 오로빌리언의 삶의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개중에는바깥세계처럼 개인의 탐욕이 먼저인 오로빌리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게스트로서의 내 느낌은, 오로빌 주민들의 최소한 절반 정도는오로빌의 경제윤리를 무소유 - 공동소유의 수준으로 아름답게 고양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 절반은? 글쎄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살것인가는 최종적으로 개인 각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삶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스스로이므로, 오로빌 같은 곳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건 오직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헌신에 편승해서 그저 편하게 살 수도 있고, 스스로도 헌신하는 기쁨을 누리며 살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기쁜 존재들이다. 도울 때의 기쁨, 누군가의 쓸모가 되어줄 때의 기쁨, 이런 것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는 것은 오히려 그개인에게 불행일 것이니. 답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있겠지. - P213

나라 없는 티베트 민족의 파빌리언이 이곳에서 한국을 비롯한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해주며 나눔의 장을 만들고있는 것을 보는 일은 참으로 유정하다. 많은 오로빌리언들이 티베티안 파빌리언을 사랑하는 것은, 거대권력 중국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티베트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세계의 도처에 이처럼티베트의 문화예술이 공기처럼 스며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전파된티베트의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사랑과 자비... 샥티... 샥티... 티베티안 파빌리언을 다녀올 때마다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곤 했다. - P247

이 모든 이해들 혹은 오해들을 거쳐 당도할 결론은 없다.
‘결론‘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실험실, 완성을 향해 항해하되 미완성 상태로 스스로를 열어두려는 ‘생의 학교‘가 또한 오로빌이므로 이토록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오로빌로 숙제를 함께 풀어보고자 하는 다양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모여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계속 합류하고 있고, 오로빌에서 태어나 자라 오로빌 밖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이들도 오로빌 개혁의 꿈을 가지고 다시 오로빌로 돌아오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맞는 어른들의 표정은 담백하고 환하다. 오로빌을 개혁하겠다는포부를 가지고 돌아왔던 부모세대가 다시 그렇게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는 동안 오로빌은 멈추지 않고 조금씩 변화 중이다. 정체되어있지 않다는 것, 선의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어떤 실험도 가능한 열린 공간이라는 것. 실험과 개혁의 의지를 가진 어떤 사람도 환영한다는 것.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스스로의 내면적 풍요를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엔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낙관적인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은 흥미롭다. - P264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청년기 오랫동안 내 다이어리맨 앞 장에 적어두곤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어디서든 초심을유지하도록 매일 매순간 스스로를 깨우고 자기 감각을 점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삶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오로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와 우정의 연대과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무소유, 집단소유, 개인소유가 한 공동체 안에 지지고 볶으며 공존하는 오로빌의 실험이 10년 후 20년 후엔 어찌 되어 있을지 나는퍽 궁금하다. 오로빌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좋은 시스템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볼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 P267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나는 싫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살다가는 주어진 현실만큼 타락하기도 일쑤이니,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주어진 현실을 혁명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 열렬히 깨어 있는 자세와 함께 요구되어야 할 일이다. 삶은 여러 번 지속되겠으나 지금 삶은 한 번이다. 우리가 바라는 세속적인 성공의 끝이란 대개 뻔해서 돈과 명예 정도로 요약되는데 돈과명예가 한 사람의 존재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필요 충분 조건이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혹은 선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그것을 쫓아 살다가 어느 순간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된다면 참으로 허무하지 않겠는가. 꿈 없이, 안전한 길로만 골라 디디며 지루하게 살고 싶은가. 정말로? 라고 이곳에 오는 게스트들에게 오로빌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사는가,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묻게 되는 곳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별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묻게 되는 곳이다. 여기는. - P289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고 따라가는 게 진짜 너의 삶이니? 정말 그렇니? 남들 다 갖는 거니까 나도 갖고 싶다는 게 진짜너의 욕망이니? 어차피 자리는 한정되어 있지. 1명의 합격자가 있기위해 999명의 불합격자가 있어야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니? 999명이왜 1명을 위해 마련된 의자를 향해 돌진하다 절망해야 하니? 왜 그하나의 자리가 인생의 전 목적인 듯 달려가다가 낙오자의 패배감을맛보며 루저라는 말에 가슴 뜨금하며 살아야 하니? 다른 삶을 개척할 수는 정말 없는 거니? 난 말야 너희들이 도시의 삶에 목매지말았으면 좋겠어. 층층사다리를 통과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간신히이겨 위로 올라가봤자 사실 거기 별거 없어. 진짜 내가 있어야 행복한 건데 진짜 내가 없기 쉬워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다른 꿈들 말야. S야 모야 K야, 난 너희가 삼삼오오 뜻 맞고 마음맞는 친구들과 농촌으로 황무지로 전 세계의 의미있는 공동체들로자신의 삶을 실험하러 떠났으면 좋겠어. 여기 저기 한갓진 시골에서좋은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체를 실험해보면 좋겠어.  - P295

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을 써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사람이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국경에서 멈추는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당신의 사상을 하늘 위에
불로 새겨놓은 것처럼 그렇게 사고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온 세상이 단 하나의 귀만으로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말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모든 행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행동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신이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하듯이 살아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 P299

.....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원하는 모든 이에게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고 제정신이 아닌 일에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신에 대하여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지식은 갖추지 못했으나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들은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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