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부끄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소심한데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나는 혼자 있고 싶다! 소심한 영혼의 비명은 고독 속에서만 나온다. 역설적으로 영혼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를 원한다. "자, 카를루스, 인생에서 왼손잡이가 될 거야." (내가 드루몽의 시를 제대로 인용했는지 모르겠다. 외워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월급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고문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이 돈으로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아는 사람처럼 자신감이 있는 척 자기를 드러내야 할까 아니면 어설프고 과한 겸손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소심한 사람들의 대범함이 있다. 갑자기 대범해져서 공격하는 듯한 단호한 어조로 월급 인상을 요청하다가 금세 당황해 불편함을 느끼고, 월급 인상은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매우 불행해지는 것이다. - P806

비 오는 날은 게을러진다. 글을 거의 쓸 수 없다. 지난번에는주말을 보내러 프리부르구에 갔다. 비가 왔고 여기서처럼 게으름뱅이들을 봤다. 내게는 지나친 모습이었고, 그걸 보니 잠을 자고 싶어졌다...... 완전히 젖은 게으름뱅이들이었다. 그들은 꼼짝하지 않았고 게으름에 죽어갔다. 그들에게서 동물의 냄새가났다. 거의 무색에 가까운 돌 색깔이었다.
프리부르구는 멋지다. 우리가 머물렀던 집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말, 닭, 자보치카바, 데이지, 레몬, 장미 같은 것들. 빵을 굽는 오븐도 있었다. 진짜 농장이었다. 도시는 달라 보였다. 나는버스 터미널에 가서 <조르나우 두 브라질>을 사서 드루몽의 글을 읽었다. 후추로 양념한 수제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돼지고기어깨 살로 만든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토요일에 있었던 일로, 그날은 나를 위한 날이었다. 나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너무도 현실적인 꿈을 꿨고, 일어나서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그게 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배고파서 밥을 먹고 다시 잠을 잤다. 내가 꿈꿨던 것은 어떤 남자와 나였던 여자였다. 꿈속에서 나는 약속이 있었고 약속에 늦고 싶지 않았다.  - P809

자연은 모두 게으르다. 말은 계속 먹다가 지금은 운다. 귀뚜라미 소리도 들린다. 달콤한 플루트 소리도 들리는데 바흐인지 비발디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새벽 4시, 조용하다. 이제야 두꺼비들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미 커피를 마셨고, 담배를 피운다. 이 집에는 그림이 없다. 카부프리우에는 예를 들어 스클리아르, 주앙 엔히키, 주제 지 도미 같은 사람이 있었다. 스클리아르는 황토색을 좋아하고 주앙 엔히키는 초록색을, 주제 지 도미는노란색을 좋아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름다운 수프 그릇이 있다. 내 타자기가 그립다. 나는 타자기를 두 개 소유하고 있다. 하나는 올리베티이고 다른 하나는 올림피아인데, 나는 올리베티를선호한다. 그 타자기가 타자감이 더 단단하고 뻑뻑하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모두 잠이 들었다. 이곳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말굽이 있다. 배고픈 새들이 지저귄다. 여기 있는 것이 이토록 좋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는 심농-내가 미치게 좋아하는 작가다의 책이 한권 있는데 프랑스어로 읽는 게 더 좋지만 이곳에는 포르투갈어로 된 번역본밖에 없다. 한 문장을 인용해보겠다. ‘커다란 빛줄기가 방을 가로지르면서 가느다란 먼지들을 밝힌다. 마치 공기의 은밀한 삶을 드러내듯이." 아름답지 않은가? - P812

1972년 11월 18일


글쓰기

문장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장은 탄생한다.
- P819

나조차도 내가 써야 할 시간을 계산해보면 깜짝 놀란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로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나는 확신한다-이것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산다는 것을 뜻한다. 하루, 한주, 한 달, 한 해란 단지 시간을 쌓아나가기만 하면 된다. 한 영국인이 그 계산을 했는데, 그의 이름은 모른다.
1년은 365일이고, 8,760시간이다.
하루에 수면 시간 여덟 시간을 빼자. 이제 일주일에 5일, 하루에 여덟 시간씩 49주 동안 일한다. (최소 휴가 기간 2주에 약 7일의 휴일을 빼야 하니까.) 직장이 멀리 있는 사람들은 하루에 이동하는 데 필요한 두 시간을 빼자.
그렇게 계산하다 보면, 1년에 1930시간이 남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혹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한 1930시간. 인생은 우리가 하는 일보다 더 길다. 매 순간이 중요하다. - P819

발걸음 소리가 더 선명해진다. 더 가까워진다. 현재 아주 가까이에서 울린다. 더 가까이. 이보다 더 가깝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내게 가까워졌다. 그러나 계속 다가온다. 이제는 더 다가오지 않는다. 걸음은 내 안에 있다. 걸음은 나를 지나쳐서 계속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나의 바람이자 나의 경의다. 거리를 어떤 감각으로 지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걸음이 가깝지 않고 무거운 것을 보아하니 이제 걸음은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걸음과함께 걷는다. 나는 가담했다. - P832

삶의 과정은 실수-대부분 중요한 실수들이다-용기와 게으름, 식물 같은 주목을 끌기 위한 희망과 절망, 아무 곳도 아무것도 아닌 데로 이끌리는 지속적인 감정(생각이 아니다)으로 만들어지는데, 그러다 느닷없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삶의 성역과의 두렵고 고유한 접점이 된다-그 인식의 순간(깨달음과 같다)을 우리는 가장 커다란 순수함으로 우리를 이루는 순수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정은 어려운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꽃이 만들어지는 매우 까다롭고 자연스러운 방식을 어렵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마, 소년이 말했다. 바다는 아름답고, 파란색에 녹색이 섞여 있으며 파도가 있어요! 바다는 모두 저절로 만들어졌어요! 누구도 바다를 만든 적은 없어요!) 엄청난 조바심은(식물이 자라는 걸 옆에서 지켜보 - P832

다가 아무런 변화도 보지 못했을 때의 조바심은) 식물과 관계된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창피한 인내심과 관계된 것이다. (식물은밤에 자란다.) 우리가 "이렇게는 1분도 못 참겠어" 또는 "저 시계공의 인내심이 나를 짜증나게 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참을성 없는 참을성이다. 그러나 식물의 참을성, 쟁기를끄는 소의 참을성은 더할 나위 없이 우직하다. - P833

한번은 누군가 내게 인생의 첫 번째 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인생의 순간들에 있어서 각각 첫 번째 책이 무엇이었는지를말하고 싶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 보물을 손에 들고 있었던 감각이 거의 느껴질 정도다.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와 알라딘의 램프 이야기가 담긴 매우 얇은 책이었다. 나는 그 두 이야기를 읽고또 읽었다. 아이는 책을 한 번만 읽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이는 거의 외울 때까지 읽는다. 아니, 아예 달달 외우고, 처음읽는 것과 똑같은 흥분으로 다시 읽는다. 예쁜 오리들 사이에서자란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는 나중에 자라면서 비밀이 밝혀진다. 오리 새끼는 오리가 아니고 사실은 아름다운 백조였던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고, 미운 오리 새끼의고통에 나를 동일시했다 어쩌면 나는 백조였던가? - P840

알라딘의 경우에는 내가 믿었던 불가능한 세상의 끝을 향해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그 시절에 불가능은 내가 닿을 수있는 곳에 있었고,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 나는 당신의 노예입니다"라고 말하는 지니를 상상하면서 꿈에 빠져들었다.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어느 날 지니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상상을 했다.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 그러나 이후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원하는 것에 도달하려면 자신이 가진 것을 써야만 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란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됐다. - P840

그러다 어느 날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늑대』라는 제목의 책을고르게 됐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잭 런던 스타일의 모험소설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더더욱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읽었던 그 책은 모험 이야기이되 꽤나 다른 모험이었다. 열세살에서 열네 살 사이에 짧은 이야기들을 이미 써봤던 나는 헤르만 헤세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를 따라 하며 긴 이야기를 쓰기시작했으니까. 내면의 여행이 나를 사로잡았다. 커다란 문학을 만났던 것이다. - P842

열다섯 살에 내가 경험했던 인생에서 나는 일을 해서 처음으로 번 돈을 들고, 돈이 있으니까 자랑스럽게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은 내가 살고 싶은 세계였다. 나는 서점에 진열된 거의 모든 책을 뒤적였는데, 몇 줄을 읽어보다가 또 다른 책을 펼치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 책들 중 하나를 펼쳤는데 거기엔 너무도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고, 그래서 그 책에 매료되어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감동하여 말했다. 이 책은 나잖아! 깊은 감동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억누르면서 그 책을 샀다. 그러고 난 후에그 작가가 아주 무명이기는커녕 그 시대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캐서린 맨스필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 P842

희망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줘야 할까?

그러나 온갖 것에 희망이 있다면 그 일은 성취된다. 그러나 희망은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니다. 희망은 이 순간이다. 어떤 희망에 - P859

는 다른 이름을 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 말은 무엇보다 기다림을의미하니까. 희망은 이미 여기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표현의 어려움

표현이 가능하도록 어쨌거나 거기 있는 뭔가를 찾는 어려움은맹목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커피를 요구하는 것이다. 커피는 말을 찾는 데 도움을 주진 않지만 감정적 해방 행위를 상징하기는 한다. 그것으로써 내가 무상으로 해방된다는 뜻이다. - P8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