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실린 글들은 자전적인 것들로서 서너 편을 빼면 모두 최근 한두 해 사이에 쓴 것들이다. 나는 최근 한 신문에...... 문득 고향 생각이 나서 무작정 찾아간 일이 있다.
산허리를 타고 올라와 고개로 사라지던 언덕길을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거꾸로 걸었다. 길게 아스팔트 위로 뻗은그림자를 앞세우고 걸어가는 길가 숲에는 유난히 까치가많았다. 까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잊었던 일들, 잊었던 얼굴들을 생각해냈다. 길이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도 한다는 평범한사실에 생각이 미친 것도 그때였다. 이로부터 나는 일부러안으로 났다고 여겨지는 길을 찾아 걸었다. 잊었던 마을과마주치기도 했으며, 사라졌다고 여겨지던 감정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어쩐지 그 안 제일 구석진 곳에서 늙고 초라한 나 자신의 모습과 마주칠 것 같아 두렵기도 했지만, 어

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쓴 일이 있지만, 이것이 최근 내가 이런 글을 꽤 여러 편 쓴 이유에 대한 부분적인 변명은 될 것 같다.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말하자면 이런생각이 이런 글을 쓰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문학이 자기 존재의 전방위적 확인이라고 할 때 시 외에이 산문들도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 한 방법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가로 쓴 것들은 아니라는 뜻이다. 독자에게 즐거운 읽을 거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가져본다.


새 천년의 첫 정월에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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