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발이
늘 떠나면서 살았다.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면서,
늘 잊으면서 살았다,
싸리꽃 하얀 언덕을 잊고
느티나무에 소복하던 별들을 잊으면서.
늘 찾으면서 살았다,
낯선 것에 신명을 내고
처음 보는 것에서 힘을 얻으면서,
진흙길 가시밭길 마구 밟으면서.
나의 신발은,
어느 때부턴가는
그리워하면서 살았다,
떠난 것을 그리워하고 잊은 것을 그리워하면서.
마침내 되찾아 나서면서 살았다.
두엄더미 퀴퀴한 냄새를 되찾아 나서면서
싸리문 흔들던 바람을 되찾아 나서면서.
그러는 사이 나의 신발은 너덜너덜 해지고
비바람과 흙먼지와 매연으로
누렇게 퇴색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이
아직도 세상 사는 물리를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을.
퀴퀴하게 썩은 냄새 속에서.
이제 나한테서도 완전히 버려져
폐기물 처리장 한구석에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
다른 사람들한테서 버려진 신발짝들에 뒤섞여
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을 나의 신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