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선 스튜를 거의 먹지 않는 것을 보고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메스꺼움을 잘 느끼던 임신 3개월의 나에게는 그 비린 풍미가 좀 견디기 어려웠지만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했다). 그는 매우 유럽 할아버지다운 방식으로 신사다웠고 심지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영락없는 마이어, 억누를 수없이 흘러넘치는 마이어였으며, 완전히 잊혀가던 분류학을 구해낸다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를 스스로 떠맡은 1950년대의 그와 똑같은 마이어였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가 그런 도전적 과제를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그날 점심을 먹으며 내게 했던 말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내가할 자격이 없는 일들을 차례로 하나씩 해왔지만, 내가 그 일을 할수 있다고 확신했고, 정말이지 내게는 그 일을 할 능력이 있었다네. - P134

움벨트(생명의 세계 및 그 세계의 질서에 대한 지각)는 우리가 보는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각자에게 단순하고 객관적인 현실처럼 여겨진다. 너무나 단순명료하게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그걸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다. 명백히 눈에보이는 것은 어차피 모두가 동의할 것이므로 그걸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 실험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요점에서 벗어난 일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로 보인다. 그러니 분류학이 합리적인 과학이 되지 못하고끝나지 않는 열띤 논쟁 상태로 떨어진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아등바등하고 있는 분류학이라는 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파괴적인 사실은 아마도, 여러 변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 모든움벨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진화의 발견에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생명의 세계라는 점일 것이다. 진화분류학자들이 알고 있는사실과는 정반대로 그들의 움벨트는 불변하는 생명체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비전이 어찌나 큰 확신을 심어주는지 분류학을 하는 남자들과 여자들은 그 반대임을 증명하는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항상 변화하는 종조차도 단 한 문장의 정의로 깔끔하고 수월하게묘사할 수 있다고 계속 믿었던 것이다. - P1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