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도 한쪽 눈이 다른 쪽보다 더 잘 보이고 그런 이유로 더 민감한 것이라고. 그는 그것을 주도하는 눈이라고 불렀다. 그 눈은 더 민감하기 때문에 낯선 물체를 잡아내지 배출하지는 않는다.
그 말인즉 시력이 더 좋은 눈이 더 고통받는다는 뜻이다. 그 눈은 더 강하면서 더 약하고,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상처내거나 할퀴는 먼지 알갱이가 일으키는 참을 수 없는 고통보다더 현실적일 수 없는, 상상과는 거리가 먼 문제를 끌어당긴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눈만 그럴까? 잘 보는 사람, 그러니까 힘 있는 사람은 가장 많이 느끼고 가장 고통받는 사람일까. 그를 괴롭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은 눈 속의 모래알만큼이나 현실적이다. - P44

한 친구에게 말했다.
"삶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그녀가 내게 말했다.
"그렇지만 너도 삶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걸 잊지마."
"그래." - P45

베른의 겨울, 무덤이 열린다. 여기에 들판이 있고 수많은 풀이있다. 새로운 나뭇잎, 나뭇잎들, 어찌들 바람과 헤어지는지. 재채기가 계속 나온다. 창밖에선 감기에 걸린 세심한 봄이 재채기를 한다. 손가락에는 거미줄이, 정원에는 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노란 꽃, 노르스름한 작은 꽃들에게서 어찌나 새 금속 냄새가 나던지. 이파리들과 이파리들, 너희는 어떻게 산들바람과 헤어질까? 그 투명한 틈새 어디에 나를 숨겨야 할까? 나는내 사색의 장소를 잃었다. 그러나 내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뛰쳐나간다면...... 빛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고 또 길을 잃는다- 다른 장면으로 천천히 뛰어 들어가 다시 길을 잃는다- 어떻게 내 것의 부재 속에서 봄을 찾을까?  - P48

호자, 제일 까만드레스를 다림질하렴. 연속되는 조용한 장면들 위로 특히 다른 장면 위로-다시 또 다른 장면 위로 한 세기 그리고 다른 세기, 고요하고 투명한 또 다른 세기에 유일하게 가능한 자아인 나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오! 불친절한 봄이여. 어쩌면 이 새로운 시대로 인해 봄이 뛸지도 모른다, 길 없이 이 새로운 세상을 가로지르면서, 수많은 빛나는 재채기와 온갖 풀과 함께. 나는 심장이 뛰는 곳, 네 공허의 유일한 지표인 곳, 봄, 오직 그곳에서만숨을 헐떡이며 멈출 것이다. 나는 검은 옷을 입고, 너는 황금색옷을 입고, 나는 머리에 한 송이 꽃을 꽂고, 너는 머리에 천송이 - P48

꽃을 꽂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더 잘 알아보기 위해 나는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른 손에는 망설임을 든다. 나는 키가 크고, 감기에 걸렸다. 너는 손수건과 재채기로 나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가증스러운 텅 빈 하늘 한가운데에서 나는 숨을 쉬고 또 숨을 쉰다. 나는 너의 눈먼 바람으로,
교만한 개화로 인한 나의 재채기로 너를 알아볼 것이다.
이 잠든 봄에 시골에서는 염소들이 꿈을 꾼다. 호텔 테라스에는 수족관에 물고기가 산다. 언덕 위 외로운 동물들. 며칠이, 며칠이, 며칠이 가고- 시골에는 바람과 염소들의 파렴치한 꿈, 수족관에 사는 배 속이 텅 빈 물고기들이 있다-너는 느닷없이 봄이 되면 하늘을 날아오르려고 하는, 혼자 뛰어오다가 벌써 붉어지는 동물이다. 그렇다, 여름이 올 때까지 그리고 가을에 10만개의 사과가 익을 때까지. - P49

 그러니까 직감이 발달한 바람의 방향을 아는 지혜가 있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가진, 죽음을 경험한, 웅덩이를 알아채는, 불안하게도 행복한 적응력을 상실하는 심장 말이다, 적응력을 상실한 존재가 내 원천인 것을 알게 됐으니까. 우리는 모기가 나타나면 소나기가 온다는 것을 안다. 나는 건강한 머릿결을 위해 새 달에 머리를 잘라야 하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름을 말하면 지연과 커다란 불행이 따르고, 가구 다리에 악마를 빨간 줄로 묶어 어쨌든 내 악마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절대 중앙에 서 있지 못하고 수 세기 전부터 그늘에, 왼편에 서 있는 내 심장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매우 낯선 존재이고 그의 순수함만으로도 그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안다.
아니다, 사실들이 내게 직접적으로 반박하더라도 나의 간접적인이 마음은 옳다. 파세이토는 틀림없이 죽음을 가져오고, 흐릿한 눈에 겁에 질린 얼굴은 스스로 차오른 만월을 본다. - P59

우는 것에도 좋은 방법이 있고 나쁜 방법이 있다. 나쁜 방법은 멈추지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통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방식은 당신을 지치게 하고 고갈시키기만 할 뿐이다. 어떤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건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의 울음과 같은 것이 아니냐고. 그렇다. 그런 유의 눈물이 나면 참는 편이 낫다. 운다고 나아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강한 척하고 맞서는 게 더 낫다. 힘들기는 하지만 핏기 없이 보일정도로 창백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늘 강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연약함을 존중해야만 한다. 그것은 부드러운 눈물이자 우리가 누릴 권리가 있는 정당한 슬픔이다. 그 눈물은 천천히 흐르고, 입술에흐를 때면 짜고 맑은 맛이 느껴지며, 더 깊은 고통을 만든다.
우는 남자는 감동적이다. 그는, 그 투사는 자신의 싸움이 때로는 헛되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는 우는 남자를 존중한다. 나는 우는 남자를 본 적이 있다. - P65

나도 그런가?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는익명으로 비밀스럽게 지내고 싶다. 가능하다면 말없이 말하고싶다. 마리아 베타니아는 내 책을 통해 나를 안다. 나는 <조르나우두 브라질>로 명성을 얻었다. 장미꽃도 받았고, 언제가는 그만둘거다. 되어버린 것이 되기 위해서. 왜 나는 이렇게 쓸까? 그렇지만 나는 위험하진 않다. 점점 더 사이가 돈돈해지는 자매들을 제외하고도 내게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보통 친근한 편인데 그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나는 침묵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한때는 침묵을 지켰다. 이제는 말하지 않고도 소통한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 나는 그걸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는 일종의 자유다. - P77

아니, 아직 붉지는 않았다. 거의 밤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밝았다. 본래의 모습대로 붉게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색이 없는 따뜻한 빛이었고, 그녀는 멈춰 있었다. 아니다, 여자는 땀을 흘리지 못했다. 그녀는 메말랐고 투명했다. 밖에는 깃털이 달린 박제된 새들만이 날아다녔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더위였고, 그녀가 더위를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았다면 느린 환영이 찾아왔을 것이다. 그 환영이 상징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그녀는 거대한 코끼리들이 다가오는 것을 봤다. 견딜 수 없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속살은 젖어 있지만 피부는 마른 덩치크고 순한 코끼리들이었다. 자기 몸을 옮기기가 힘들어 발걸음은느리고 무거웠다. - P104

달콤한 여자들과 함께 엄습하는 인도의 향. 공동묘지의 패랭이꽃 향기다. 모든 것이 그렇게 갑자기 변할까? 밤도 비도 물속의 썩은 나무도 없었던 사람을 위해, 진주밖에 없었던 사람을 위해 밤이 올까, 나무가 마침내 썩을까, 공동묘지엔비를 맞아 생기발랄한 패랭이꽃이 피어 있을까,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비가 내릴까? 절박함은 꼼짝없지만, 그 내면에는 이미 떨림이 있다. 여자는 그 떨림이 자기 것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를 태운 것이 오후 끝의 뜨거운 열기가 아니라 인간의 열기라는 사실을 그녀처럼 모두가 지각하지 못한다. 다만 그녀는이제 무언가 달라지리라는 것을, 비가 오거나 밤이 오리라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그녀는 누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다이아몬드 같은 두눈이 눈물 두 방울로 녹아버린다. 마침내 하늘이 잠잠해진다. - P107

라이노라이프 식자공에게


오타가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일단은 제가 오른손에 화상을입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교정하지 말아주세요. 구두점은 문장의 호흡입니다. 그리고 제 문장은 그런 방식으로 숨을 쉬지요. 혹시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신다고 해도 그것마저 존중해주세요. 저 역시 저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쓰기는 저주입니다. - P114

아니, 그저 단순한 부탁이 아니야. 내가 간절히 빌게.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마. 한 잔은, 알겠어, 너에게도 의지할 곳이 필요하니까, 너는 부끄러움 때문에 사람에게 의지하는 대신에 술을택했지.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너에 대해 하는 말이 두려워. 네가 전보다 세 배는 더 많이 마신다는 것 말이야. 네 생명을 단축시키지 말아줘. 삶을 살아, 삶을 살아야 해. 어렵지, 힘든 일이야, 그렇지만 삶을 살아야 해. 나 역시 삶을 살고 있어. 수도자인 네가 신실하게 믿는 신의 이름으로, 조금만 마시길.
내 말을 믿어봐. 내게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 - P115

많은 사람이 눈에 띄기를 원한다. 그것이 얼마나 삶에 제약을 주는지 알지 못하고. 내 작은 유명세는 내 수줍음에 상처를 낸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조차 더 이상 할 수 없다. 익명은 꿈처럼 달콤하다. 내게는 그 꿈이 필요하다. 게다가 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다. 현재 나는 돈이 필요해서 글을 쓴다. 나는 입을닫은 채 있고 싶다. 내가 절대로 쓰지 않는 것들이 있고, 나는 그것들을 쓰지 않고 죽을 것이다. 그것들은 절대 돈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 안에는 커다란 침묵이 있다. 그 침묵은 내 언어의 샘이었다. 침묵에서 그 어느 것보다 가장 귀한 것이 나온다. 그러니까 침묵, 그 자체 말이다. - P117

대부분 가정에서 한 청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그러니까 공부시키기 위해 치르는 희생을 당신이 아셨으면 합니다. "초과" 라는 말이 나타날 때마다 얼마나 깊고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얻는지를요. "초과"로 분류된 어느 젊은 여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서 그녀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갑자기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과 허무함을 느꼈다고 말했지요. 그때 그 여학생 곁에 있었던, 합격을 거부당한 다른 남학생들과 여학생들도 몸을 숨기고 역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들은 시위하기 위해 저항하기 위해 길에 나올 수조차 없었습니다. 경찰들이 그들에게 폭력을 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위해 지불하는 교재 비용을 알고 계십니까? 정말 비쌉니다. 아주 힘들게 사고, 할부로 사지요. 이 모든것이 결국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입니까?
이 글이 젊은 학생들의 저항 행진을 상징하기를 바랍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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